후쿠다 방한은 '아시아판 나토' 신호탄인가
  • 남문희 전문기자
  • 호수 25
  • 승인 2008.03.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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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일본 총리 방한에는 미국 측의 거중 조정이 작용했다. 미국의 궁극 목적은 한미일 협의체인 '티콕'의 확대 개편인데, 북한과 중국은 이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 창설 의혹을 제기한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취임 첫날인 2월25일 저녁 청와대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타고 평양의 밤을 적시기 하루 전. 서울 역시 신세계로 향한 새 출발을 전세계에 선언했다. 그 신세계가 과연 ‘멋진 신세계’가 될지 ‘위험한 신세계’가 될지를 가늠케 할 주역 두 사람이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로 서울을 찾았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후쿠다 일본 총리가 바로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후쿠다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 정상회담 상대가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다른 축하 사절에 비해 눈에 띄었다.

후쿠다 총리의 방한은 매우 이른 시일에 결정됐고, 미국이 사전 정지 작업에 깊숙이 개입한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요한다. 외교 소식통에 의하면 그의 방한 문제는 대선 기간 중인 지난해 10월께부터 은밀히 거론돼왔다. 아베 총리 시절 약 50일간 국방장관직에 있었던 고이케 유리코 씨가 당시 서울을 다녀갔는데, 그녀는 방한 기간 중 이명박 후보 측의 외교안보 담당 인사와 한나라 당 인사를 접촉해 이명박 후보가 당선할 경우 후쿠다 총리의 조기 방한 문제를 협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이케 유리코의 서울 방문을 주선한 것은 바로 미국 쪽이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을 정점으로 한 한·일 관계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가 바로 후쿠다 방한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후쿠다의 방한을 서둘렀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정몽준 의원을 단장으로 한 이명박 특사단이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이 당선자 측에 몇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즉 이명박 당선자 측의 외교안보팀에서 한·미 동맹 강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자칫하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를 자극할 염려가 있으므로 조심해달라는 것, 북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강하게 나가지 말라는 것 등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새 정부팀이 한·미 동맹 복원을 중시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미국의 존재감이 너무 크게 부각될 경우 북한이나 중국이 경계할 것을 걱졍했다. 후쿠다를 앞세운 것도 바로 이런 염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측면은 한·미·일 3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친미 보수와 경제 살리기를 선전 구호로 내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미국에도 지난 10년간 중국으로 향했던 한국의 민심을 끌어당길 호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미국이 거들어줄 만한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은 자금 여력이 있으므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한국과 연결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이를 통해 자칫 중국 일변도로 흐를 뻔한 일본 자본을 한국에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일본 처지에서 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방적으로 자본 철수를 단행해 한국의 뒤통수를 때린 이래 10년간 한국 진출이 봉쇄돼왔는데, 이번에 물꼬를 튼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과 단절된 뒤 일본의 아시아 발언권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일본 자본의 진출 루트가 중국으로 한정되어 여러 모로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 등장으로 한국 재진출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새 지역협의체 영문 이름까지 만든 상태

어쨌거나 거래의 주선자는 미국이다. 미국이 궁극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명박 당선자의 외교안보팀에서 대선 직후부터 마치 별러 왔다는 듯이 공표해온 한·미·일 3각 협의체 복원은 그 1차 목표이다. 이를 위해 지난 1999년 4월 창설되어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이 납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고집을 부리는 통에 유야무야된 티콕(TCOG·대북정책조정그룹회의)이 1차로 재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궁극으로 바라는 것은 티콕의 단순 복원이 아니다. 새로운 확대 재편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서방 소식통은 “한·미·일 3각 안보 동맹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청와대제공
2월25일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을 가볍게 포옹하는 이명박 대통령.
 
 
뜻을 같이하는 새로운 회원국을 추가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대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타이완과 러시아를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킬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지역안보협의체 구상이 한국의 새 정권 등장과 더불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앞의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지역안보협의체는 이미 영문 이름까지 만든 상태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4월22~23일께 이 문제가 가시화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와의 합동 군사훈련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규슈 서쪽 동중국해에서 일본·호주와 3국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난해 7월26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아시아판 나토를 조직하려는 위험한 시도’라며 격렬히 비판했다. 중국 역시 이에 대한 경계심을 그동안 높여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나라를 회원국으로 둔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에 맞서는 ‘아시아판 바르샤바 조약기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가 과연 마주보고 달리기 시작한 대륙과 해양의 양 진영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감각을 발휘할 것인지에 따라, 그가 열어갈 신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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