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판사는 헌법연구관으로서 헌법재판관의 심판 업무를 돕는다. 현재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법원 출신 헌법재판관이 아홉 명 중 일곱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작은 규모의 고등법원 하나가 헌법재판소에 만들어진 셈이다. 나머지 헌법재판관 두 명은 각각 검사·변호사 출신이다.
판사를 헌법재판소에 파견해 근무하게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1988년)부터 계속되어온 인사 관행이다. 그 당시에는 신설된 헌법재판소의 운영을 돕자는 뜻도 있었을 테고, 판사에게 헌법적 시각을 배양해주자는 의미도 담겼을 법하다.
실제로 헌법재판의 기본 절차마저 불투명했던 설립 초기, 민·형사 재판 절차 전문가인 판사가 헌법소송 절차의 확립에 기여한 공로가 일부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판사의 사고방식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법원 출신만으로 판결 가능해 헌재 독립성 침해 염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인사 관행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출범 20년을 앞둔 헌법재판소는 소송 절차 등과 관련해 더 이상 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초보가 아니다. 판사의 헌법적 시각을 배양하는 문제도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
권력분립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런 인사 관행은 경계할 구석이 적지 않다. 헌법상 헌법재판소의 주요 업무는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법원의 재판 기준이 된다. 그러나 법원 출신 헌법재판관과 헌법연구관이 헌법재판소의 다수가 되는 인사 관행이 계속될 경우, 법원이나 관료적인 판사 집단의 의향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좌지우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헌법재판소의 권력이 정점에 다다른 뒤, 헌법재판소에 대한 법원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법원 행정처장 출신이 헌법재판소장이 되고, 법원 출신만으로도 위헌 결정이 가능한 재판관 구성이 이루어졌으며, 나아가 헌법연구관마저 판사 우위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다가 헌법재판소가 또 하나의 법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에게 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헌법 재판을 보조하는 헌법연구관 등의 구성 역시 법원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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