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출마선언이었다. 5월의 마지막 날 〈시사IN〉 편집국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올 대선의 시대정신이 ‘정의’와 ‘소통’이라고 규정했다. “내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가난한 건 참지만 불공정한 것에는 화를 낸다는 뜻인데, 19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사회 양극화는 너무 심해졌다”라는 게 김지사의 진단이다.

그는 ‘정의’와 ‘소통’을 실현할 적임자로 주저없이 자신을 꼽았다. 당내 라이벌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과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경쟁할 것이고, 당 밖 주자인 안철수 원장과는 막판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도 자연스레 올라가리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시사IN2010년 5월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경남 창원시를 찾아 상인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는 “나와 DNA가 다르다”면서, 이제는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서민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각을 세웠다. 박근혜 의원은 공주이자 왕족으로서 궁중정치를 수료한 사람이고, 진짜 서민정치는 자신처럼 ‘뼛속까지 서민인 사람’이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마를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중이었다. 6월12일로 예정된 김지사의 출판기념회에서는 당초 알려진 자서전 외에도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또 한권의 책이 공개될 예정이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상용 전 국회의원, 김근 전 연합뉴스 사장, 노혜경 시인 등 그를 잘 아는 7명의 저명인사가 “왜 김두관을 지지하는지” 천명한 책이다.

대선 캠프도 북적이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에 마련한 자치분권연구소에 공식 대변인과 홍보팀이 꾸려졌고, 공식 직함 없이 다양한 형태로 김지사를 돕는 자문역들이 늘어났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도 박재구 대변인,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두엽 전 새전북신문 사장 등이 배석했다.

현역 의원들의 합류도 가시화하고 있다. 4선인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지사의 싱크탱크인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일찌감치 커밍아웃했고, 최근 야권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의원과 최재천, 이목희, 김재윤 의원 등이 캠프 합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지사는 하지만 공식 입장은 7월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6월21일부터 일주일가량 중요한 투자협정이 있어 중국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것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출마 선언’은 곧 ‘도지사 사퇴’라는 얘기다. 그래서 6월말까지는 조금 더 경남도민의 얘기를 ‘경청’하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추는 기울었고 남은 한 달은 “반대 여론을 다독이고 출마 논리를 가다듬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사는 “지난 초파일 경남 통도사에 갔다가 한 스님으로부터 ‘출가하는 심정으로 결단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인터뷰 막바지에 소개했다. ‘출가’란 가장 먼저 가족과 연을 끊는 것인데, 나중에는 부처님의 자비를 더 많은 사람에게 설파하는 더 큰 일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6월 첫주를 기점으로 ‘김두관의 대선 시계’가 빠르게 째깍이기 시작했다. 


**인터뷰 전문은 6월4일 배포된 시사IN 247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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