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인지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진화생물학자들도 이 같은 논쟁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논쟁에 참여한 그 누구도 시조새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됐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시조새라는 진화의 산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진화했는지, 파충류와 조류 사이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해 치열한 논란이 있을 뿐이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에 낸 청원서에서 진화론을 반대한 것처럼 묘사한 스티브 제이 굴드 교수 또한 마찬가지다. 말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다른 패턴의 진화를 주장했으되 진화 자체는 긍정했다.


ⓒ김흥구시조새 관련 내용이 실린 종교 신문 기사와 교진추가 교과부에 전달한 청원서.

이번 사태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과학자들이 아예 고등학교 교과서를 제대로 바꿔보자며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시조새·말 화석처럼 낡은 사례를 없애는 대신 새롭게 발표되고 검증된 발생학·유전학·고생물학적 사례를 고등학생 눈높이로 교과서에 싣자는 취지다. 장대익·전중환 교수는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청원을 교과부에서 기각하지 못하고 출판사로 내려보내는 과정에 대해서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진추가 이 점을 악용해 계속 논란이 될 만한 청원을 제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직 과학 교과서 내용 수정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출판사 저자의 의견대로 교과서를 수정할지 여부를 서울시교육청이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과학교과서가 검정에서 인정 교과서로 바뀐 뒤로는 교과부가 아닌 서울시교육청이 과학 교과서 관련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5월31일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전달받은 관련 공문은 없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미래인재교육과의 한 관계자는 “공문이 와봐야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할 수 있다. 대책팀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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