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희 전 장관을 비롯한 7명의 저자가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책을 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에게서 차기 대통령의 모습을 ‘발견’했으니 한번 살펴보라는 내용이다. 이들이 주목한 김두관의 강점은 무엇일까.

먼저 남재희 전 장관은 김 지사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풀뿌리 경력’을 높이 샀다. 이장에서 시작해 지역신문 사장, 군수, 행자부 장관, 도지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정치 이력이 ‘국가 차원의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자양분이라는 얘기다.

정약용 전문가인 박석무 전 의원(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김 지사의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정약용의 애민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노인틀니보급사업’ 등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이 ‘애민’을 현대에 구현한 것이라면서,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김두관 같은 ‘애민형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근 전 연합뉴스 사장은 김 지사의 ‘뚝심’을 높이 평가했다. 남해군수에 당선되자마자 지역 언론에 맞서 군청 기자실을 폐쇄하고, 관행적으로 주던 촌지를 없앤 것이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치인 김두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남도청 제공2011년 7월 김두관 지사(왼쪽 세 번째)가 ‘보호자 없는 병원’을 방문했다.

 


야권 주자라면 호남의 강력한 지지가 필수다. 그런 점에서도 김 지사는 강점을 지녔다고 정상용 전 의원(5·18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주장한다. “지역 분권을 주장한 만큼이나 김 지사는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을 대했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도 김 지사의 지인이 많다.” 실제로 서울에 차려진 김 지사 캠프에는 호남 출신이 눈에 많이 띈다. 


문재인 의원과 지지 기반 겹치는 문제도

그러나 ‘김두관 발견자’들이 거론하는 강점 못지않게 대선주자 김 지사가 넘어야 할 장벽도 높다. 가장 큰 변수는 ‘도지사 중도 사퇴’가 불러일으킬 역풍이다. 그는 2010년 야권 단일 후보로 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지사 당선되고 도정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임기 중간에 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면 여권에는 비난의 빌미를 주는 것이고, 야권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선거를 뛰었던 경남 지역의 한 당직자는 “2010년 지방선거는 경남에서 야권이 결집해서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했던 의미 있는 선거다. 그런데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그런 의미와 성과를 저버리면 앞으로 선거에서 다른 야권 후보들이 어떻게 도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타이밍’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출마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는 “김 지사는 여러 차례의 선거, 도정 수행 능력 등을 통해 도덕성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은 마쳤지만 대선은 ‘벼락치기’로 뚫을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역시 “대선 생각이 있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선거 막판에 가서 ‘며칠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해봤자 늦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는 김 지사의 낮은 인지도·지지도 문제와도 연결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일반 대중은 김 지사를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김두관의 부상은 이번 전당대회로 인한 신기루일 가능성이 크다. 이해찬이 경선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자칭 타칭 친노 성골들이 노무현 정신을 배타적으로 전유하려는 데 대한 저항의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를 언론이 문재인-김두관 구도로 몰고 가면서 김두관을 지나치게 띄운 측면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차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김 지사의 출마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공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장외에 안철수 원장이 버티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중이 인지하는 대선 후보군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윤희웅 실장은 “현재 지지율 구도를 거칠게 보면 박근혜 전 대표가 40%, 안철수 원장이 20%, 부동층 20%라고 볼 수 있다. 야권의 다른 후보들은 나머지 20% 안에 머무는데, 그나마도 문재인 의원이 10%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있다. 김 지사를 비롯한 나머지 군소 후보들이 지지율을 올리기 어려운 구도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지사가 유력 후보군과 비슷한 시기에 출마 선언을 한다면 대중의 주목이 누구에게 더 쏠릴지는 자명하다. “지지율 0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김 지사의 경우 부각되기 위해서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경선 당시보다 더 파괴력 있는 드라마가 필요하다”라고 윤 실장은 말했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문재인 의원과 친노·PK라는 지지 기반이 겹치는 것도 김 지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대중에게는 ‘문재인 고문과의 차이점’을 간결하게 설명해야 하고, 당내에서는 친노의 견제를 뚫어야 하는 이중 과제가 대선주자 김두관 앞에 놓여 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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