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희 전 장관을 비롯한 7명의 저자가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책을 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에게서 차기 대통령의 모습을 ‘발견’했으니 한번 살펴보라는 내용이다. 이들이 주목한 김두관의 강점은 무엇일까.
먼저 남재희 전 장관은 김 지사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풀뿌리 경력’을 높이 샀다. 이장에서 시작해 지역신문 사장, 군수, 행자부 장관, 도지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정치 이력이 ‘국가 차원의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자양분이라는 얘기다.
정약용 전문가인 박석무 전 의원(다산연구소 이사장)은 김 지사의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정약용의 애민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노인틀니보급사업’ 등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이 ‘애민’을 현대에 구현한 것이라면서,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김두관 같은 ‘애민형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근 전 연합뉴스 사장은 김 지사의 ‘뚝심’을 높이 평가했다. 남해군수에 당선되자마자 지역 언론에 맞서 군청 기자실을 폐쇄하고, 관행적으로 주던 촌지를 없앤 것이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치인 김두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야권 주자라면 호남의 강력한 지지가 필수다. 그런 점에서도 김 지사는 강점을 지녔다고 정상용 전 의원(5·18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주장한다. “지역 분권을 주장한 만큼이나 김 지사는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을 대했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도 김 지사의 지인이 많다.” 실제로 서울에 차려진 김 지사 캠프에는 호남 출신이 눈에 많이 띈다.
문재인 의원과 지지 기반 겹치는 문제도
그러나 ‘김두관 발견자’들이 거론하는 강점 못지않게 대선주자 김 지사가 넘어야 할 장벽도 높다. 가장 큰 변수는 ‘도지사 중도 사퇴’가 불러일으킬 역풍이다. 그는 2010년 야권 단일 후보로 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지사 당선되고 도정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임기 중간에 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면 여권에는 비난의 빌미를 주는 것이고, 야권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선거를 뛰었던 경남 지역의 한 당직자는 “2010년 지방선거는 경남에서 야권이 결집해서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했던 의미 있는 선거다. 그런데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그런 의미와 성과를 저버리면 앞으로 선거에서 다른 야권 후보들이 어떻게 도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타이밍’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출마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는 “김 지사는 여러 차례의 선거, 도정 수행 능력 등을 통해 도덕성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은 마쳤지만 대선은 ‘벼락치기’로 뚫을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역시 “대선 생각이 있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선거 막판에 가서 ‘며칠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해봤자 늦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는 김 지사의 낮은 인지도·지지도 문제와도 연결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일반 대중은 김 지사를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김두관의 부상은 이번 전당대회로 인한 신기루일 가능성이 크다. 이해찬이 경선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자칭 타칭 친노 성골들이 노무현 정신을 배타적으로 전유하려는 데 대한 저항의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를 언론이 문재인-김두관 구도로 몰고 가면서 김두관을 지나치게 띄운 측면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차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김 지사의 출마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공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장외에 안철수 원장이 버티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중이 인지하는 대선 후보군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윤희웅 실장은 “현재 지지율 구도를 거칠게 보면 박근혜 전 대표가 40%, 안철수 원장이 20%, 부동층 20%라고 볼 수 있다. 야권의 다른 후보들은 나머지 20% 안에 머무는데, 그나마도 문재인 의원이 10%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있다. 김 지사를 비롯한 나머지 군소 후보들이 지지율을 올리기 어려운 구도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지사가 유력 후보군과 비슷한 시기에 출마 선언을 한다면 대중의 주목이 누구에게 더 쏠릴지는 자명하다. “지지율 0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김 지사의 경우 부각되기 위해서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경선 당시보다 더 파괴력 있는 드라마가 필요하다”라고 윤 실장은 말했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문재인 의원과 친노·PK라는 지지 기반이 겹치는 것도 김 지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대중에게는 ‘문재인 고문과의 차이점’을 간결하게 설명해야 하고, 당내에서는 친노의 견제를 뚫어야 하는 이중 과제가 대선주자 김두관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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