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일본·한국 등이 현 시점에서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감사하다.”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이 4월2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처를 하지 않은 국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은 멕시코·캐나다·일본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4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이 수출한 쇠고기의 65%에 해당하는 약 82만5000t을 이들 4개 국가가 사들였다.

4월24일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거의 모든 국가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일본의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일본은 20개월 이하인 미국 소를 수입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는 30개월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 당국이 추가 사례를 발견하고 조처한 것은 감독 체계가 작동되고 있음을 뜻한다며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사태가 터지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수출량의 0.4%를 차지한다. 러시아도 이번 광우병 발병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 눈치를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다른 조처가 나온 것 아니겠나. 대부분의 국가가 ‘과학적’이 아닌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라고 논평했다.


ⓒAP Photo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정육점에서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인도네시아 정부처럼 즉각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일부 언론은 EU 회원국 등 선진국이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PD수첩〉 광우병 편을 보도했던 MBC 조능희 PD는 “이 국가들은 광우병 발생 건수만 보면 후진국이다. 이번 일로 미국에 조처를 취하면 자국의 수출도 불리해지는 역공을 맞게 된다”라고 말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캐나다에서는 17건, 영국에서는 817건의 광우병 발생이 보고됐다.


미국, 쇠고기 수출 늘리라는 전망도

그나마 한국과 비교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을 30개월로 제한한 타이완 정도이다. 그러나 두 국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소 머리뼈·뇌·분쇄육 등 을 수입금지 물질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완은 모든 연령의 위 물질들을 광우병 위험물질로 지정하고 수입을 금지했다. 타이완은 지난해 1월 미국이 쇠고기에 성장촉진제를 불법으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해 수입을 사실상 중단시킨 상태다.

미국 현지 언론 대부분이 쇠고기 수입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2012년 미국의 쇠고기 수출이 2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광우병 발견 이후 쇠고기 수출이 82% 감소했던 2003년과는 달리, 수입국들의 미국 쇠고기 의존도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근거해서다. 일본의 쓰나미나 한국의 구제역 같은 자연 재해도 미국 육류업계에 이득이 됐다는 전 미국 농무부 직원의 평가도 나왔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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