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돈 안 되고 품 많이 드는 일 벌이는 데는 선수다. 고영철씨(29)는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칼국숫집 두리반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보따리 바자회’의 기획자다. 처음 연 바자회는 친구 때문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가 고씨의 친구이다. “친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잡혀갔지, 아직 학생이라 돈은 없지…. 근데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

고씨는 ‘제2의 용산’이라 불렸던 두리반 철거 싸움을 즐겁게 이어가기 위해 ‘뉴타운 컬처 파티’ 등을 함께 기획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싸움에 이겨서 두리반을 다시 열게 된 유채림·안종녀 사장이 일요일 장사까지 포기하며 장소를 내어준 덕분에 장소는 일단 해결. 박정근씨를 돕는 바자회, 이름하여 〈농담도 못하는 바자회〉를 열자고 트위터에 제안은 해놨지만, 예정된 2월5일에 물품과 사람이 얼마나 모일까 처음엔 걱정이었다. 그런데 웬걸, 바자회는 대성황이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박정근씨의 보석금에 보탰다.


그렇게 고씨는 3월25일 두 번째 보따리 바자회 〈구럼비우다〉를 열 자신감을 얻었다. 4월8일 열린 〈리멤버 뎀(REMEMBER THEM)〉 보따리 바자회 수익금의 주인공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었다. 세 번째 바자회에는 가수 이효리씨도 물품을 보내 참여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 번째 바자회를 이렇게 빨리 열 생각은 없었는데, 4·11 총선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그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5월, 고씨의 마음이 포개질 다음 장소는 서울 북아현동 철거민들이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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