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탄 허시(Eitan Hersh·사진) 교수는 지난해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에서 타기팅의 정치적 함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당을 도운 마이크로타기팅 회사인 캐털리스트(Catalist)와 일한 경력이 있는 그는 실무와 이론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타기팅이 선거 과정에서 주목된 배경이 궁금하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려면)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열람이 가능한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고, 이 명부를 토대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은 지난 수세기 동안 미국 선거의 근본 전략이었다. 그런데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주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유권자 명부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연방법이 제정되었다. 덕분에 2008년 선거 이전에 거의 모든 주가 유권자 명부를 전산화했다. 유권자 명부가 디지털 데이터화하면서 정당은 이 명부와 사설 정보회사들로부터 사들인 유권자 정보를 참고해 개별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짤 수 있게 되었다. 두 가지가 합쳐져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게 된 셈이다. 나의 경우 2008년부터 이 같은 ‘빅데이터’가 미국의 선거 과정 전반에 가져올 변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직접 선거 캠프에서 전략도 짜보고, 선거 기획도 해본 것으로 안다. 실제 타기팅 기법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타기팅은 현장에서 꾸준히 쓰인다. 특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에서 많이 쓰이고 효과도 있다. 후보를 알리거나 유세할 때는 부동층에게 공을 들이는 반면, 선거 당일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는 (자기 후보를 찍어줄) 당원들에게만 하는 것이 기본인데, 최근에는 많은 캠프가 그보다는 좀 더 복잡한 방식의 타기팅 전략을 쓴다. 가장 쉬운 예로 유권자들의 인종이나 종교에 맞춰 선거운동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흑인 유권자에게는 전화 한 통을 돌리더라도 흑인 선거운동원들을 고용해 돌리게 하는 방식이다. 누가 흑인이고 누가 히스패닉인지, 누구는 교회에 다니고 누구는 유대인인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타기팅 전략이다. 이런 전략으로 접근하면 유권자에게 단순히 친밀감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공약이나 정책을 설명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이번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그리고 공화당 경선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롬니 후보 캠프가 각기 주력할 마이크로타기팅 집단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선까지는 아직 일곱 달도 더 남았다. 그러나 오바마로서는 2008년에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전폭적인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느냐가 재선의 관건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합치면 무시 못할 규모이다. 다만 흑인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높지 않은 편이라 이들을 당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올해에도 중요한 과제이다. 롬니가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50대 이상의 백인 중산층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본다. 롬니의 경우 버지니아 주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많은 독실한 기독교인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마이크로타기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명 유혜영 (자유기고가, 하버드 대학 정치경제학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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