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배’를 말한다
  • 정리 고재열·임지영 기자
  • 호수 237
  • 승인 2012.03.3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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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 마리아〉
그녀들의 ‘배’를 말한다

감독 경순은 많은 여자를 만났다.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는 여성들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결혼 10년 만에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노동자는 물론이고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지역 여성들까지. 

감독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가 한 가지 질문에 도달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일본·필리핀에서 만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레드 마리아〉가 4월 개봉된다. 한국·일본·필리핀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작품이다. 엄마로, 성 노동자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위안부로, 제각각 다른 경험과 역사를 지닌 여성들의 일상을 꼼꼼히 기록했다. 영화엔 여성들의 다양한 ‘배’가 등장한다. 생리·임신·섹스 등의 능력을 가졌지만 드러내기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배’를 통해 여성의 ‘노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본다. (4월 극장 개봉)

전시 〈동물의 숲〉
숲에서 사는 고양이는 어떨까

화가 ‘마리캣’은 2010년 12월 〈나는 숲으로 간다〉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정말 숲으로 가버렸다. 강원도 대관령 산골마을로 이사해서 숲속 동물들의 친구가 되었다. 봄에는 산딸기를 따러 숲에 가서 동물들을 만났고, 겨울에는 눈밭에 난 크고 작은 동물 발자국을 따라다니며 뛰어놀았다.
함께 살아보니 숲은 동물들에게 마냥 행복한 곳만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비바람과 눈보라도 이겨내야 했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듯 환경도 악조건과 호조건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동물의 표정에 더욱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2년째 숲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마리캣’의 고양이들은 도회적이다. 명품 갑옷을 두른 듯 도도하지만 뭔가 생동감이 느껴진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공평갤러리, 4월4~10일)


전시 ‘2012 스위스 디자인 어워드’
스위스 디자인이 궁금해?

서울에서 스위스를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스위스의 자연이 아니다. 스위스의 스타일을 만난다. 스위스의 대표 디자인 어워즈 수상작들이 전시된다. 스위스의 첨단 디자인 수상작을 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1991년 스위스 랑엔탈 디자인센터에서 처음 시작했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디자인 도시를 표방한 서울에서 처음 여장을 풀고 월드 투어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는 행사다.
친환경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스타일 아이콘이 된 ‘프라이탁’을 비롯해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스위스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영상물을 통해 디자인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전시1관 3월22일~4월1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 4월5일~5월6일) 

연극 〈푸르른 날에〉
5·18, 잊을 수 없는 기억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가 더욱더 푸르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한 〈푸르른 날에〉는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비롯해 각종 연극상을 두루 섭렵했다. 영화계에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있었다면 연극계에는 〈푸르른 날에〉가 있었다.
정경진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남녀의 사랑과 다도(茶道)를 넣어 맵시 나게 이야기를 뽑아냈다. ‘무거운 주제를 살아 있는 대사로 풀어낼 줄 아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고선웅씨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군부독재 시절로 언론 자유가 후퇴했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한번 볼만한 작품이다. 우리가 진짜 그 시절을 다시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4월21일~5월20일) 

연극 〈아메리칸 환갑〉
미국 이민 가족의 이야기

공연제작센터가 한국계 미국 극작가 로이드 서의 〈아메리칸 환갑〉을 초연한다. 1972년 미국으로 이민한 부모 아래 태어난 로이드 서는 〈만리장성 이야기〉 〈세상의 행복한 종말〉 등으로 미국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다.
3월30일부터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서 소개되는 〈아메리칸 환갑〉은 15년 전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전민석이 환갑을 계기로 텍사스의 가족에게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한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도시에서 공연해 호평받았다.
극중 전민석의 전처와 둘째 아들은 자신들을 팽개친 전민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장남과 딸은 아버지와 계속해서 대립하며 극적 긴장감과 갈등을 끌고 나간다.
(3월30일~4월22일/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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