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무서운 JMS 피해자
  • 신호철 기자
  • 호수 24
  • 승인 2008.02.25 09: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석씨를 형사 고소한 성폭행 피해 여성 5인이 JMS 측으로부터 회유·협박을 받고 있다.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며 피해 여성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시사IN 한향란
2006년 4월18일 전 JMS 여신도 4명이 정명석 교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했다(위)
 
 
 “여보세요. 저 택시 기사인데요. 따님 지갑을 주웠습니다. 마침 근처에 있으니 전달해드릴게요. OO역 1번 출구 앞에서 뵙죠.” 지난 2월11일 최영희씨(54)는 가족의 분실물을 주웠다는 낯선 전화를 받았다. 별 생각 없이 약속장소로 가던 최씨는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휴대전화로 물어보았더니 웬걸 딸은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JMS 교단 측에서 택시기사를 사칭한 거였어요. 딸 성폭행 사건에 대해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거죠. 며칠 전부터 합의 요청 전화가 걸려왔는데, 우리 가족은 만남 자체를 거절해왔거든요.”

요즘 JMS 교단이 바쁘다. 2월20일 정명석 JMS 총재 강제 송환을 전후해 법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정명석 총재에게 씌어진 혐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신도 성폭행 건이다. 현재 여성 5명이 성폭행 혐의로 그를 고소한 상태다. 그런데 성폭행은 친고죄이므로 피해 고소인이 합의를 하면 아무리 죄질 나쁜 범죄자라도 풀려날 수 있다.

때문에 정명석씨를 고소한 피해자치고 JMS 측으로부터 합의 요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막무가내로 집을 찾아오는 교단 협상팀 때문에 고소인들은 공포와 불안에 떤다.

최영희씨의 딸 임현숙씨(가명, 29)는 “만나자는 약속에 응하지 않자 집 앞까지 찾아와 위협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9일에는 JMS 교단 장로인 김 아무개씨가 직접 찾아왔다. 김씨는 교단 본부의 ‘해결사’ 노릇을 맡고 있다. 김씨는 임현숙씨 집 문 앞에서 30분이 넘게 버티다 신고를 받은 경찰의 제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일행 4명을 더 데리고 나타났다.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댔다. 이웃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도 걱정되고 벨 소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처럼 불안하고 무섭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지만, 일상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JMS 측은 인천공항에서 정씨 송환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소식지(위)를 뿌리며 정씨의 결백을 주장했다.  
 
다른 성폭행 피해 고소인 안재희씨(가명, 31)도 마찬가지다. 교단 측 사람들은 안씨 집 아파트 정문에 진을 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기다리며 안씨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안씨 휴대전화로는 발신자번호가 없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안씨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가족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JMS 측에서 아파트까지 찾아오는 통에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남편이 이해하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하니까, 알면 힘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교단 측이 합의 소동을 벌이는 통에 피해자들의 성폭행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졌다. 성폭행 피해 고소인 한주연씨(가명,26)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씨는 교단의 추적을 피해 주소를 여러 차례 바꿨다. 주민등록 주소지는 친척 집으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지난 2월14일 교단 대리인 이 아무개씨가  친척 집에 나타나 한주연씨를 찾았다. 이 대리인은 “조카가 성폭행 피해 고소를 했는데, 그만 합의를 보자”라고 말해 친척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씨 부모도 사태를 다 알게 되었다. 한씨는 “정명석씨가 잘못한 게 없다면, 왜 교단에서 이토록 피해자를 물고 늘어지면서 합의하려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JMS 교단이 피해자를 회유하고 협박 중이라는 고소인들의 하소연에 대해 JMS 교단 측은 “정명석 총재에게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에 합의할 일이 없다. 우리가 합의 종용을 하러 찾아간 적이 없다. 고소인들이 지목하는 김 아무개씨에게 물어봤는데 집으로 찾아간 적이 없다고 한다”라고 답했다.

한주연씨를 직접 만나 합의를 독촉했던 대리인 이 아무개씨에게 과연 JMS 측과 관계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나는 (JMS) 신도가 아니다. 그냥 양쪽(교단과 피해자)이 원만하게 일이 해결되도록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알고 보니 복잡하더라. 알면 알수록 어렵더라. 그래서 그만두었다”라고 답했다.

   
 
ⓒ시사IN 신호철
정 교주가 은신해온 중국 안산 별장.
 
 
한주연씨의 경우는 다른 고소인보다 힘든 게 하나 더 있다. 한씨는 네이버에 비실명 블로그를 만들어 자기의 피해 경험을 적는 등 적극적으로 정명석씨 비위 사실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JMS 신도들이 자신의 실명을 인터넷 게시판과 유인물을 통해 유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JMS 회원 사이트에는  ‘OOO(정명석 총재로부터 성폭행 혐의에 대한 고소인’이라고 버젓이 실명이 적힌 문건이 오르기도 했다. 한씨가 교단과 합의를 시도하려 했다는 문건을 만들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JMS 신도 집단도 있었다.

JMS 교단의 합의 압력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10일 대법원은 정명석씨가 여신도 2명을 강간한 사실을 인정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다. 원래 이 민사 재판을 시작한 피해 원고는 6명이었다. 중간에 4명이 교단 측과 합의해 소를 취하한 것이다. 과연 이번 형사 재판을 진행 중인 피해 여성 고소인들은 합의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것인지, 여기에 진실 규명과 정의 실현의 운명이 달려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