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성폭행 전모 밝혀질까?
  • 신호철 기자
  • 호수 24
  • 승인 2008.02.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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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사태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하지만 진실을 추적해야 할 언론은 신도들의 시위에 질려 몸을 사리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이날 JMS 신도 1200여 명이 입국장에 나와 혼잡을 빚었다.
 
 
2월20일 오후 5시 인천공항 1층 입국장 F게이트 앞은 북새통이었다. 무려 1200여 인파가 빽빽이 모여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까치발을 세우고 의자 위에 올라간 사람들도 보였다. 양복 가슴에 노란색 스마일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이 많이 섞여 있었다. 이들은 종교단체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신도였다. JMS 정명석 교주가 오랜 도피 생활 끝에 드디어 한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날이었다.

경찰은 입국장 주변에 전·의경 8개 중대 700여 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명석 교주를 태우고 온 중국 다롄발 서울행 대한항공 KE870편은 30분 연착해 오후 5시20분에 도착했다. 정 교주는 흰 마스크와 모자를 쓴 모습으로 비행기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을 마지막으로 떠난 지 7년 만의 일이다. 정 교주는 양팔을 수사관들에게 잡힌 채 트랩을 내려 호송차에 올라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법무부는 정 교주가 신도들 앞을 지날 경우 발생할 만약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그를 공항 뒤 다른 출입문으로 빼돌렸다. ‘선생님’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하루 내 기다렸던 신도들은 끝내 ‘그분’과 조우하지 못했다.

   
  2월20일 정명석 JMS 교주가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었다.  
 
대한민국 알리는 국위 선양했다?

자기들이 믿고 따르던 지도자가 구치소에 수감되는 와중에도 그들은 믿음을 버리지 않는 듯했다. 공항에 나와 신도들을 다독이던 JMS 본부 대변인 배재용 목사는 “정명석 총재의 성폭행 혐의는 사실과 다르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신도들은 공항 출입 기자와 주변 승객에게 교단에서 발행한 소식지를 뿌렸다.

소식지 내용은 ▲정 교주가 7년간 외국 생활을 한 것은 ‘해외 선교’를 위해서이며 그동안 지구촌을 돌며 여러 국제 행사를 개최하면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국위선양을 했고 ▲해외 선교 기간에 <구원론><예정론><영감의 시> 등을 집필했으며, ‘일필휘지’의 그림 솜씨로 수많은 수묵화 작품을 잉태한 기간이고 ▲ 성폭력 관련 고소인은 모두 반대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돈을 노린 속셈’이 깔려 있다는 등이 주였다. 소식지 내용 중에는 단박에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내용도 있었다. 언론에 ‘도피’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 교주는 인터폴 수배 와중에도 홍콩에서 중국으로 여권 없이 밀입국하며 추적을 따돌려왔다.

지난해 5월 정명석 교주 체포 이후 JMS 신도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충남 월명동을 중심으로 한 JMS 본부 교단 측과 이른바 ‘교단 개혁’을 주장하며 나온 ‘평신도대책협의회’(이하 평대협)다. 평신도대책협의회 측은 JMS 본부의 몇몇 목사가 반대 세력(엑소더스)과 짜고 정명석 총재 몰래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20일 공항에 몰려온 사람은 주로 본부 선교회 측 신도로 보였다.

정명석 귀환 이후 대책 마련에 힘을 쏟는 방식은 두 집단에 차이가 있다. 교단 본부 조직은 주로 법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 성폭행은 친고죄이므로 피해자들을 찾아가 합의를 끌어내려 애쓴다(**쪽 참조). 반면 평대협 쪽은 언론의 입을 막는 데 열성이다. 지난 1월14일 평대협 소속 신도 40여 명이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편집국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동아일보
지난 1월14일 JMS 신도들이 동아일보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있다.
 
 
신도들은 동아일보 12일자 기사에서 ‘정 교주가 중국 안산(鞍山) 시에서 한국인 JMS 여신도를 또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혔다’는 따위 표현을 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유리 출입문을 부수고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끌려갔다. 평대협 신도들은 연합뉴스와 조선일보사에도 찾아가 비슷한 난동을 부리며 기자들을 위협했다.

JMS 신도들의 시위는 효과를 발휘했다. JMS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와 연합뉴스 담당자가 신도들 앞에서 굴욕적인 사과문을 읽는 일이 벌어졌다. 연합뉴스는 대법원이 정명석 총재의 여신도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는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내렸다. 대법원 기사의 경우는 사실관계에서 틀린 부분이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오히려 JMS 측의 주장을 담은 ‘정명석 성폭행 사실 아니다’라는 반론 기사를 연합뉴스 홈페이지와 포털사에 올렸다.

오히려 일본 언론이 더 열심히 보도

2월2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연합뉴스 사진기자는 정명석씨가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호송차로 걸어가는 모습을 찍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이 사진을 계약한 제휴사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사진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담당 부장은 “신도들이 1박2일 동안 회사에서 시위하며 힘들게 했다. 사진 포커스가 맞지 않아 화질이 나쁜 이유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 유력 일간지 서울지부 기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라며 반문했다. 일본  NTV는 다롄발 대한항공에 직접 탑승해 기내에서 정명석씨의 모습을 촬영하는 등 열성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은 2006년 이후 일본 내 JMS 피해자를 찾아 면담하고 수기를 싣는 등 심층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정명석 교주의 성폭행 사건은 아직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는 내용이 더 많다. 교단은 성폭행 피해자는 ‘0’명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그를 성폭행으로 형사 고소한 여성은 5명이다. 법정에서 정 교주의 성행위를 증언한 여성이나 언론에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신도를 합치면 20명이 넘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여성 피해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인용 보도했다. 전모가 드러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2월22일 서울중앙지법은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의해 송환된 피의자로 도주할 우려가 높고, 범죄의 소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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