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특별전 〈여기 사람이 있다〉 용산은 아직도 신음한다

또 용산 이야기냐? 지겹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죽은 사람들의 원이 풀리지도 못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감옥에서 신음하고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라고 외치던 그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아직 충분하다. 그들의 시계는 3년 전 참사의 순간에 멈춰져 있다. 〈인디다큐 페스티벌 2012〉에서 용산 관련 다큐멘터리 여섯 편을 ‘용산특별전-여기 사람이 있다’로 묶어 소개한다. 문정현 감독의 〈용산〉은 용산의 불길에서 1991년의 분신 대학생과 1980년 광주를 기억해낸다.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용산참사 이후 355일 동안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기록했다. 김일란·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은 용산참사 사건의 법정 공방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던 감독이 참고인으로 출두했던 경찰특공대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가해자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고민과 죄책감을 보고 들으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김철승 감독의 〈마이 스윗 홈-국가는 폭력이다〉는 불구속 피고인 3명이 검찰로부터 징역 7년을 구형받고 선고받기까지 일주일의 시간 동안 고향을 다녀오고 동네를 돌아보며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오두희 감독의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주로 여성들 모습을 담았다.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여성들이 371일간의 투쟁을 통해 어떻게 변해갔는지, 참담한 상황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표현했다. 촛불방송국 레아의 〈용산, 337가지로 표현하기〉는 용산참사를 기록한 일곱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 모음이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불가능해 보이는 소통에 대하여

프랑스에서 1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상위 1%로 모든 걸 다 가졌으나 전신마비로 인해 하나도 누릴 수 없는 필립(프랑수아 클뤼제 분)과 하위 1%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세상을 즐길 줄 아는 드리스(오마르 사이 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니 우정을 영화화했다.

필립이 하류사회의 인간미와 정을 부러워하고 드리스가 상류사회의 위선과 가식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진정한 소통에 대해 말한다. 소통을 막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나 전과 기록이 아니라 그의 진심이라는 것을. 필립의 격조와 드리스의 유쾌함을 번갈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3월22일 개봉)

사진전 〈크로스오버, 3+1〉 4개국 젊은 작가들의 시선

여러 장르가 교차한다는 의미의 크로스오버. 이번엔 3+1, 장르가 아니라 국적이 다른 네 사진작가가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갤러리 진선이 4월12~22일 선보이는 〈크로스오버, 3+1〉은 헝가리·오스트리아·러시아·한국 출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이다. 가보르 카스자(헝가리), 폴 슈네겐뷔르거(오스트리아), 카테리나 벨키나(러시아), 홍승희(한국).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네 나라의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사진으로 보여주는 네 명의 작품 세계가 이를 반영한다. 갤러리 진선은 현대 사진의 새로운 관계성과 잠재력을 모색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4월12~22일/www.jinsunart.com) 

만화 전문 아트마켓 〈33+Collections〉 당신의 거실에 만화를

만화도 작품으로 소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마련한 ‘만화 전문 아트마켓’이 그것. 국내 만화계에선 처음으로 만화가 고유의 아트웍을 사고팔 수 있는 기회다. 이현세 이두호 이희재 김동화 김형배 백성민 박재동 오세영 김혜린 권가야 석정현 최규석 하일권 등 65명의 작품 168점이 전시된다. 이름난 원로에서부터 최근 웹툰에서 인기를 끄는 신진 작가들까지 두루 작품을 냈다. 출판만화 원고, 원화, 삽화, 스케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작품당 가격은 적게는 15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대표적으로 이현세 화백이 그린 인기작 〈폴리스〉 주인공 오혜성의 연필 스케치, 역사만화가 백성민 화백의 수묵화, 박재동 화백이 바라본 한강 저녁 풍경 등이다. 해외에 견주어 저평가돼 있는 국내 만화의 예술적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된 아트마켓은 이제 막 시작점에 섰다.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디자인갤러리에서 4월14일까지)

이승열 콘서트 콘셉트는 묻지 마세요 

이승열은 지난달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4년 만에 발표한 3집 〈와이 위 페일(Why We Fail)〉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중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 등 두 부문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4월에 열릴 이승열의 2012년 첫 단독 콘서트는 그의 인기를 반영한다. 티켓 판매 이틀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공연은 콘셉트를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형태다. 콘셉트와 관계없이 이승열이라는 뮤지션 자체가 지닌 브랜드의 힘을 보여줬다. 공연이 열리는 홍대 앞 벨로주는 작은 규모의 바(Bar)이다. 크고 작은 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만나기로 한 다짐을 지키고 있는 셈. 가까운 거리에서 이승열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전석 매진의 기록이지만, 가끔씩 깜짝 판매를 하기도 하니 이승열의 트위터를 주시해야 할 듯. (4월5~7일/홍대 앞 벨로주)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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