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씨가 장관에 내정된 이후인 지난 2월20일 (주)꼬미커뮤니케이션의 홈페이지 모습.

만일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한 사기업 광고에 출연해 특정 사업 또는 상품을 홍보한다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장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상품)’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유인촌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단순히 ‘유인촌 마케팅’을 넘어 ‘장관 마케팅’을 특정 업체에 용인해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말로 거는 전화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주)꼬미커뮤니케이션 측과 전속 광고 모델 계약을 한 바 있다. 유 내정자와 꼬미 측에 따르면 이 계약은 오는 2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장관 내정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내정된 즉시 계약을 정리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유인촌 후보자는 내정 시점인 지난 2월14일 이후 나온 이 회사의 중앙일보 전면광고(2월18일자), 홈페이지 광고, 라디오 방송 광고 등을 ‘알면서도’ 모두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 내정자는 2월20일 오후 〈시사I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만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신문 광고의 경우 미리 준비해둔 것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광고는 2월 말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 회사가 운영이 어려워서 사정을 좀 봐줬다”라고 말했다.

유인촌은 인수위 출범 때부터 공무원 신분

‘당연히’ 꼬미 측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국민이 오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유인촌 후보자와 이야기가 끝난 부분이다”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꼬미 측은 ‘짧지만 강력한’ 남은 보름 동안을 적극 활용할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간 뜸했던 일간지 전면광고를 미묘한 시점에 잡은 것도 석연치 않고, 팝업창·배너 등을 동원해 자사 홈페이지를 ‘유인촌 장관’으로 도배한 것도 그렇다. 심지어 “장관 내정을 축하드립니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 휘장’까지 등장시켰다. 문제는 유인촌 내정자도 자세히는 아니지만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장관 내정 축하글 같은 것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한 경제지에는 꼬미 측의 이러한 마케팅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기사가 실렸다. ‘2008 한국창업산업박람회’ 3일째인 2월16일 서울무역전시장 분위기를 전한 것이었다. “꼬미 측은 장관 후보자인 유인촌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는 유 후보자 덕분에 이번 박람회 최대 수혜업체로 손꼽혔다.”

문제는 또 있다. 유인촌 후보자는 아직 장관에만 정식 임명이 안 됐을 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 상근 자문위원으로서 사실상 공무원 신분이다. 최근 ‘장어 파티’로 물의를 일으킨 인수위 관계자도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공무원 윤리규범인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소속기관의 명칭 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유인촌 후보자는 ‘국민이 정부가 하는 사업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런 점이 있다. 그래서 그만하려고 했다. 업체 측에 시정하라고 하겠다”라고 문제를 인정했다. 인터뷰 다음 날인 2월21일 오후 5시 현재 문제의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유 내정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