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학보사 기자였던 1996년. 녹색연합이 주최한 아시아 환경 탐사에 참가한 게 계기였다. 필리핀의 수빅, 클라크 미군기지 터를 방문했는데,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군이 철수한 이후 오염된 땅에서 기형아들이 잇따라 태어나는 현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녹색연합에서 그녀는 미군기지 문제, 새만금, 야생동물 보호, 에너지 문제를 담당해왔다. 기존 정당 말고 녹색 가치를 직접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새만금, 4대강으로 이어지는 토건사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출장을 가장 많이 간 곳이 새만금이었다. 새만금 갯벌을 지키려 했는데, 실패했다. 그 싸움 이후에 순진하게도 ‘설마 새만금보다 더한 개발 계획이 나올까’ 싶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나왔다. 한 건 한 건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흐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세력화가 필요하다.”
이유진씨는 2006년부터 탈핵 등 에너지 전환에 대해 고민해왔다. 올해 초 후쿠시마를 방문해 마이클 슈나이더라는 세계적 원전 연구가와 오랜 시간 대화하기도 했다. 이 외국인 학자는 ‘한국의 노후화된 원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녹색 정치인’ 이유진씨도 4월 총선 때 원전과 탈핵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다른 녹색당 비례 후보 유영훈씨(59)의 주 관심사는 ‘농업’이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팔당 유기농지 보존 투쟁을 벌였고,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1982년 가톨릭농민회에서 실무자로 일하면서부터 농민운동을 해왔다.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로 제적당하고, 강제징집으로 군대에 가고, 제대한 이후 그는 인천 주안공단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했다. 그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많은 이들이 노동 현장에 투신했는데, 그는 ‘정서적으로 더 맞는’ 농촌 현장으로 향했다. “야학 교사 시절, 지역의 노동운동가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경직된 모습을 많이 보았다. 농촌 현장과 농민운동이 더 끌렸다.”
1980년대에는 농민운동을 했고, 1990년대에는 우리밀살리기운동을 벌였다. 1998년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정리하면서는 상실감에 ‘다시는 조직운동을 안 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그 후 팔당에서 유기농 공동체 운동을 하는 지인을 통해 팔당 농민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단법인 ‘팔당생명살림’에서 농촌 체험 같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팔당 유기농지 싸움이 붙었다. “농민운동 경험이 있으니 싸움의 중심이 되어달라”는 농민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싸우다보니 어느새 팔당 유기농지 싸움은 4대강 싸움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녹색당 비례 후보로 나서면서 유씨는 생각이 많았다. 올해 12월이면 팔당 하천점용허가가 끝난다. 야당이 승리해야 두물머리 농토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공대위에서 후보를 내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통합당 측과 접촉하려 할 때 녹색당 관계자들이 후보 제안을 해왔다. 유영훈씨는 팔당공대위와, 함께 싸워온 가톨릭 신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현실적으로 힘을 가진 정당을 택할 것인가, 녹색당의 가치를 택할 것인가.’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또다시 조직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나, 하는 개인적 고민도 있었다. 결국 그는 ‘현실보다 가치’를 선택했다. “가톨릭 신부님들이 녹색당으로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여태 가치와 대의를 위해 살아왔고, 장기적 변화를 위해 녹색당이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되자고 결심했다.”
유씨는 4월 총선에 ‘농업’의 가치를 말하기 위해 전국을 다닐 계획이다. 녹색당의 이름으로 팔당과 4대강의 문제를 알리고,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파할 계획이다.
녹색당에는 이 두 사람 말고도 조상우 녹색연합 중앙집행위원(47), 장정화 서울녹색당 사무처장(39), 정유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26) 등이 비례대표 예비 후보자로 출마했다. 이들은 ‘초록당 사람들’, 채식주의 모임,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 후보로 세 명을 낼 계획인데, 당원투표를 거쳐 이 가운데 세 명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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