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기억의 파괴 로버트 베번 지음, 나현영 옮김, 알마 펴냄  1500년 역사의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브로브니크의 항구 도시, 신고전주의 양식의 더블린 법원 건물, 그리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이들 시설은 모두 테러로 파괴되거나 훼손된 것들이다. 그런데 왜 이곳이었을까? 건축 저널리스트 로버트 베번은 그 이유가 집단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치가 독일 안에 있는 시너고그(유대교 예배당)를 파괴한 것도, 탈레반이 바미안 석불을 폭파한 것도, 오스만 군대가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하면서 아르메니아 교회를 불태운 것도 모두 맥락을 같이한다. 저자는 문화유산이 갖는 토템적 성격 때문에 이런 시설을 파괴한다며, 이런 ‘문화 청소’는 민족 말살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저자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추적했다. 독일군이 코앞까지 진주한 상황에서도 건축물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수복 후 바르샤바 재건에 성공한 폴란드 건축가와 미술사가에게 경의를 표했다. 저자는 문화유산 보호를 규정한 국제법이 실효성이 없고, 특히 국제 협약에 서명한 나라도 마찬가지였다며 건축 유산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이제 아는 사람들한테는 소문이 나서, 새로운 책이 나오기를 은근 기다리게 되는 ‘규장각 교양총서’. 드디어 또 한 권이 나왔다. 이번엔 ‘조선’을 여행한 외국인들 이야기다. 조선에서 ‘은사냥’을 즐겼던 청나라 사신, 한국인을 보고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작가 잭 런던, 조선을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유럽의 몰락 귀족들…. 타자의 시선에 비친 조선을 복원했다. 기록을 통해 사대주의 외교의 그늘도 볼 수 있다. 왕과 왕세자 책봉을 하러 조선에 오기 위해 명나라 사신들은 실권자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쳤다. 그리고 조선에서 이를 보상받고도 남을 충분한 은을 강탈해 갔다. 그래서 ‘은사냥’이다. 명나라가 188회, 청나라가 245회, 조선은 외교의 탈을 쓴 강탈에 시달렸다.

이방인의 눈에 조선은 신기한 나라이기도 했다. 담배를 네댓 살 아이까지 피우는 곳이었고 여행할 때 아무 집에나 가서 쌀을 내놓고 숙식하는 나라였다. 

 

기억하라 유한이 지음, 손문상 장봉군 김용민 권범철 그림, 헤르츠나인 펴냄  이명박 정부 4년의 기억을 시사만화를 통해 되짚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삶을 반복하게 된다’는 격언을 기억하며. 저자는 시사만화가들의 만평을 다시 엮으며 ‘아, 맞아, 그랬지’ 하며 허벅지와 이마를 연방 치는 통에 골병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엄마가 한국으로 떠났어요 조선족 아이들과 어른 78명 지음, 보리 펴냄  무려 50여 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조선족 수가 말이다. 그럼 중국에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과당(수업)이 끝나고 인차(곧바로) 닭알(달걀)을 마사먹고(부서뜨리고) 나서 뽈개지(공 잘 차는 사람)라고 자랑하는 조선족 아이의 모습을 전한다. 

 

 

웃기는 레볼루션 김봉석 이택광 반이정 외 지음, 텍스트 펴냄  왜 사람들은 〈무한도전〉에 열광할까? 그리고 왜 〈무한도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할까? 과연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정당할까? 여러 분야의 학자와 평론가들 10명이 깊이 있게 분석했다. 김태호 PD의 인터뷰도 들어 있다. 

 

 

나는 왜 교사인가 윤지형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  교사가 교사를 인터뷰했다. 부산 내성고의 윤지형 교사는 1989년 전교조를 결성했다가 해직되었다. 1994년 복직되어 부산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매월 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월간 〈우리교육〉에 ‘윤지형의 교사탐구’를 연재해왔다. 열정적인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묶어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