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 했다. 기껏해야 숲 해설가 내지 생태 전문가들이나 보겠지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24일 발행한 초판 3000부가 한 달 만에 모두 매진돼버렸다.

누군가는 이 책의 출간 자체를 하나의 ‘사건’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나무〉(김진석·김태영 지음, 돌베개 펴냄)가 나오기 전까지 이 땅의 사람들은 이 땅의 나무조차 제대로 식별할 길이 없었다. 


ⓒ시사IN 윤무영
기존의 수많은 식물도감류 책들은 그럼 뭔가. ‘여름에는 암벽, 겨울에는 빙벽’이라 할 정도로 산에 미쳐 살던 김태영씨(46)가 10여 년 전 자신의 전공(고고미술사학)과도 무관한 나무도감에 무모하게 도전하기 전까지, 그도 그 책들을 믿었다. 그러나 곧 실망했다. 틀린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급기야 우리 나무를 식별하는 데 일본 식물도감을 들고 다녀야 했다. 그때 그는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왜 매사가 이 모양일까.” 이 땅에 사는 나무들의 서식지를 일일이 찾아가 꽃·열매·겨울눈 등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은 한 개인이 평생을 다 바쳐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5년 전 ‘식물에 미쳐 사는 국립수목원의 괴물 같은 젊은 친구’라는 공저자 김진석씨(36)를 만나면서 “작업의 끝이 보였다”라고 한다.

〈한국의 나무〉에는 두 괴짜가 지난 10여 년간 전국의 자생종 600여 종과 외래종 50여 종을 대부분 직접 촬영한 사진 5000여 장이 실려 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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