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BBK 사건이 대선의 최고 이슈로 떠올랐을 때 여러 의원들 사이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습니다. 단연 정신이 없더군요. 내용도 없었어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말대로 경박했습니다. 실제로 ‘의원님’은 방송보다 두 배 더 가볍고 시끄럽습니다. 별 인사도 없이 나왔습니다. 저는 정치인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제가 건방진 것은 잘 알고 계시죠?

지난여름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는 마포라디오 골방에서 의원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저를 몰라요. BBK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사를 썼는데. BBK 검사들과 소송을 하고 있는데. 심지어 이분은 〈시사IN〉도 몰라요. 뉴스도 자기 이름만 검색해서 읽는다고 하더군요. 국회의원들은 다 그렇대요. 그래서 한마디 했죠. “당신은 국회의원도 아니잖아.”


제가 ‘나꼼수’에 나오고부터 의원님은 자기 분량이 줄었다고 투덜대더군요.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의원님은 방송에서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청하십니다. 제 판단을 항상 존중하시고, 항상 따르죠. 그렇다고 의원님 말처럼 검찰이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죄수복을 입은 의원님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의원님이 ‘나꼼수’ 3인방에게 보낸 편지는 검열에 걸려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의원님이 지인을 통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이 시대 저들의 탄압에 대한 마지막 희생자이고 싶습니다. 주진우를 지켜주세요. 정봉주에 대한 눈물을 또다시 주진우에게 뿌려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제 경쟁력이 약화됩니다. ‘마지막 희생자’라는 정치적 블루오션을 선점한 제 이니셔티브를 빼앗아가서는 안 됩니다.”

“편지는 보여주지 말고 F3에게 말로 전해줘. 당신들 만난 것, 내 생애 다시 못 올 축복이고 이런 기회를 주신 하늘에 감사한다고!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큰 짐 준 것 같아서!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그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와서 너무 미안하다고! 2012년 1월1일. 서울구치소 죄인 정봉주.”

의원님에게 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만난 게 다시 못 올 축복이었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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