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
  • 정희상 기자
  • 호수 226
  • 승인 2012.01.1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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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총경에게 9억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이 경찰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죄인을 체포해야 할 경찰 간부가  중범죄자를 만나 9억원대 돈을 받았다. 그 중범죄자는 해양경찰 순시선의 호위와 방조 아래 서해 공해상을 거쳐 유유히 중국으로 건너가 4년째 활보하고 있다. 그 뒤 경찰청은 중범죄자를 인터폴에 적색 수배해두고도 송환해오지 않고 있다. 범죄자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경찰 간부는 그 뒤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자기와 돈거래를 한 중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시사IN>이 확인한, 대한민국 경찰의 한편에서 벌어진 현실이다. 위에서 말한 중범죄자는 단군 이래 최대 사기 범죄로 불리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이다. 문제의 해당 경찰 간부는 현재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는 권혁우 총경이다. 권 총경이 조희팔을 만나 9억원대 수표를 받은 것은 2008년 10월30일,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시절이었다. 

   
 

그가 조희팔씨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충남 서산경찰서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였다. 또 10월30일은 권 총경이 근무하던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가 대구·경북 지역 조희팔 관련 다단계 계열 회사들에 대한 전산자료 등 일체의 범죄 증거를 압수수색하려던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다음 날, 대구경찰청은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들을 급습했지만 허탕을 쳤다. 범죄 증거가 들어 있는 전산자료는 모조리 파기된 뒤였다.

당사자 권 총경은 승진 거듭

조희팔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권 총경은 그 뒤 안동경찰서장으로 승진했다가 얼마 전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해 돌아왔다.

경찰 안팎 관계자들과 중국에 도피 중인 조희팔의 핵심 측근 등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시사IN>은 1월3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실을 찾아 권혁우 총경을 만났다. 조희팔 일당이 중국으로 밀항한 뒤 밀항사건 수사를 담당한 곳이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다. 주범 조희팔이 운영하던 다단계 회사 본거지가 대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조희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권 총경은 “진전된 게 없다. 수사2계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조희팔로부터 압수수색 전날 9억원을 받은 이유가 뭐냐”라고 묻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다. 9억원을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말만 했다. 경찰 조직과 본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9억원을 수수한 말 못할 사정이라도 해명하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저도 사실상 피해를 본 입장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을 끊었다.

   
ⓒ시사IN 정희상
권혁우 총경이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는 대구지방경찰청.

권 총경이 조희팔과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안동경찰서장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 책임자로 영전과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그가 말하는 ‘피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될 것임을 알리고, 기자가 건넨 명함 속 전화번호로 보도 전까지 해명을 보내오면 언제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연락이 없었다. 권 총경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마감 시한이 임박한 1월6일 저녁 9시 무렵이었다(권총경 인터뷰 “나도 피해자다”  기사 참조).

<시사IN>은 도피 중인 조희팔과 중국에서 수차례 만나고 들어온 한 핵심 측근을 수소문해 만났다. 그는 “조희팔이 권혁우 총경에게는 직접 만나 9억원을 줬기 때문에 자기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기 전에는 권 총경이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서민을 상대로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생계형 사기 범죄로 꼽힌다. 전국에 걸쳐 피해자만 5만여 명에 그간 수사기관 기소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액수만도 3조원대에 이른다.

이 중 전 재산을 날린 채 자살하거나 화병으로 사망한 사람만도 10여 명에 이른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이들은 정부가 조희팔을 지금이라도 당장 체포·송환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피해자는 죽어가는데, 사기범은 ‘희희낙락’  기사 참조). 하지만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은 경찰에 금품 로비를 벌이면서 수사망을 비웃듯 활보하고 다니다가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시사IN> 제78호 커버스토리 조희팔 밀항 해경은 진짜 몰랐나  참조).

   
ⓒ시사IN 백승기
2008년 12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대구 사무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면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시사IN>이 이 사건에 관해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결과 이미 경찰청 안팎에는 관련 소문이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전직 경찰은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권 총경이 도피 중인 조희팔로부터 받은 돈 9억원에 대해 차용금과 투자금조로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그를 승진시키고, 조희팔 사건 수사 총책임자 자리에 그대로 앉혀두었다. 

그러면 과연 다단계 사기 사건 중범죄자와 거액의 금품을 거래한 경찰이 권혁우 총경 한 사람뿐일까. 기자가 만난 조희팔의 핵심 측근 일부는 조희팔이 밀항한 뒤 중국에서 위조 공민증을 소지한 채 도피 생활하면서 “현 정권에서는 절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조희팔 사기 피해 사업자들도 “조희팔이 ‘전국의 자기 다단계 회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는 손을 썼으니 경찰이 유사수신 행위를 조사한다고 찾아와도 겁먹을 필요 없다. 안심하고 회원을 모집하라’고 독려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박창희 제공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할 때 이용한 선박(위).

서산경찰서 상대로도 5억대 로비 시도

실제로 조희팔은 자기의 다단계 사기 사업 거점인 대구 지역은 물론 사건 피해에 대한 수사가 최초로 시작됐던 충남 서산경찰서를 상대로도 거액의 로비를 시도한 경력이 있다. 그는 수사 무마를 위해 5억원대의 돈을 심복인 김근호 고문(구속 수감 중)을 통해 서산경찰서에 뿌리도록 지시했다. 김씨는 조희팔로부터 받은 5억원을 서산경찰서 간부들과 선이 닿는다는 브로커 두 명에게 건네 로비하도록 했다.

이후 조희팔은 바로 그 서산·태안 지역에서 공해상으로 유유히 밀항에 성공한 바 있다. 조씨가 도망친 뒤 서산경찰서를 상대로 한 로비 사건이 피해자들의 진정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로비스트로 지목된 두 사람이 일부 접대비만 지출했을 뿐 나머지 돈은 자신들이 모두 착복했다는 식으로 입을 닫으면서 수사는 유야무야 끝났다.

조희팔의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밀항 직전 조희팔은 인천공항 담당 경찰 등을 상대로도 2억원대 밀항 로비를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밀항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한 측근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보트를 이용한 서해 밀항 대신 인천공항을 거쳐 지명수배자 전원이 함께 빠져나가는 대담한 도피를 기획했다. 그 총책이 조희팔의 심복인 김근호 고문이었다. 김 고문이 로비 자금으로 2억원을 받아 공항 경찰과 기관원들을 구워삶은 뒤 전산 조작을 통해 감쪽같이 빠져나가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돈만 들였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 뒤 태안 앞바다를 통한 밀항을 결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희팔의 금품 로비 시도는 비단 지방경찰에 한정되지 않고 경찰청 본청까지 미쳤다. 경찰청 본청 소속 경찰관이던 박 아무개 경위(여)는 2008년 9월께 조희팔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현금과 상품권 등 2000여 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희팔 다단계 회사인 주식회사 ‘챌린’의 부사장이 경북 영주경찰서에서 특정 사기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팔이 박 경위를 통해 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박 경위는 금품을 수수했다. 이후 박 경위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근무하다 조희팔이 밀항한 지 3년이 흐른 지난해 4월에서야 이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청은 그제서야 박 경위를 파면했다.

조희팔과 일부 경찰관의 구조적 유착은 비단 국내에서 돈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조희팔을 놓친 뒤 밀항을 방조했다는 거센 비난이 일자 2009년 봄 경찰청은 뒷북치듯 조희팔을 인터폴 적색 지명수배자로 올렸다. 하지만 조씨가 밀항해 중국 공민권을 가지고 활보한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경찰이 그를 잡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 금액이 수십억원대인 보이스피싱 사기범도 중국에 도피하면 대부분 잡아들여오는 것이 현재의 한국·중국 공조수사 수준이다. 그런데 피해 금액 3조원대, 피해자 5만여 명에 이르는 거대 사기 사건 주범을 4년째 중국에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조희팔, 경찰과 수시로 연락

그렇다면 경찰은 밀항 후 중국에 도피한 조희팔의 소재지를 전혀 모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구 지역의 한 경찰은 “조희팔 사건 수사와 정보를 담당한 몇몇 경찰은 지금도 중국 은신처에 있는 조희팔과 수시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추적 취재 결과 대구지방경찰청의 일부 경찰관은 개인 휴가를 내 중국 은신처에 숨어 있는 조희팔 일당을 찾아가 융숭한 접대를 받고 돌아온 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밀항한 조희팔과 중국에서 만나고 돌아온 한 측근은 기자에게 “조희팔 밀항 사건 수사에 참여한 대구지방경찰청의 한 형사가 중국에 있는 조희팔의 은신처에 두 차례나 개인 휴가를 내고 찾아온 일이 있다더라. 함께 골프를 치고 향응을 받은 뒤 돌아갔다고 한다. 그 경찰관은 조희팔을 만나고 귀국하던 길에 명품 선물을 잔뜩 가지고 들어가다 공항 세관에 적발돼 압수당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경찰관은 현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시내 다른 지역 경찰서로 전보돼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기 사건에 대해서만은 어쩐 일인지 대한민국 경찰이 온통 복마전에 얽혀 있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대부분 생계형 투자를 했다가 조희팔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5만여 명의 한숨과 절망은 깊어만 간다. 대구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권 총경의 조희팔 금품 수수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1월6일 오후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권혁우 총경이 경찰 본청에 연락해와 기자가 다녀간 사실을 보고했다. ‘1년6개월 전에 조사됐고 깨끗하게 끝난 사건인데 지금 왜 언론이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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