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SNS를 이용하면 매우 기동적인 방식으로 여론을 만들고 공론장을 조성하며 실제 현실의 특정 지점에 대중을 동원할 수 있다. 정보를 주고받으며 여론을 만들고 공론장을 지탱하던 대중이 몸으로 광장에 모이면 여론은 물리적 힘으로 변환한다. 물리적 힘은 투표를 통해 제도권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희망을 위해 노동자 탄압의 현장에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또 ‘나꼼수’를 내려받아 들으며 냉소적인 대중주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상 정치인’에 열광도
그런데 이러한 SNS 플랫폼 정치는 ‘네트워크 포퓰리즘’이라는 현상을 낳는다. 연예계뿐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도 팬덤 문화가 생겨난다. 유력자를 따르는 팔로어는 일종의 정치적 팬이다. 이러한 연결과 추종이 자발적이고 수평적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위계적인 대중 추수와는 분명히 다르다.
한편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치 과잉을 낳는다. 많은 사람이 제도권 정치에 대한 믿음을 접으면서도 근거 없는 새로운 정치를 고대한다. 정치 불신과 과도한 정치 타령이 넘치는 사회에서는 사기와 거짓이 현실과 진리로 둔갑해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이런 와중에 최소한 거짓과 사기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엉뚱한 ‘가상 정치인’을 만든다. 현실 정치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바뀌면 사회도 바뀔 것처럼 생각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일상적 실천과 개입이 없다면 그런 기대는 물거품처럼 꺼져갈 것이다. 일상의 끈질긴 싸움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여론조사와 인기로 만들어지는 ‘가상 정치인’ 한둘로 이 나라의 정치가 바뀌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거짓과 사기로 거대한 지층을 이룬 한국의 정치 세계를 너무 쉬운 상대로 보기 때문은 아닐까. 쉽게 욕하고 박수치고, 열광하고 안도하고, 또 욕하기를 반복하는 ‘냉소적 포퓰리즘’과 ‘열광적 포퓰리즘’을 반복하는 동안 성찰적 민주주의의 힘과 지속성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과잉 정치에 정치 과잉으로 대응해도 사회구조는 별로 변하지 않은 채 또 다른 과잉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 ‘열광적 포퓰리즘’은 ‘나가수’에서 실연하는 가수에게 점수를 매기듯 정치인과 연예인과 제3의 인물에게 점수를 주고 열광한다. ‘정치 팬’이 만들어지고 그들은 제도권 바깥에서 포퓰리즘의 새로운 싹을 뿌린다. ‘적 아니면 우리 편’이라는 이분법적 전선의 설정과 ‘닥치고 투표’라는 선전에 열광하면서 사람들의 심성은 파시즘을 닮아간다.
그러나 모바일 SNS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초기에 이들 이용자가 갖고 있는 상대적 진보성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초기 이용자들이 갖는 상대적 진보성과 그들의 적극적 참여 및 활동이 민주주의적 성격을 띠는지, 아니면 모바일 SNS 기술 자체에 내재한 민주주의적 특성이 새로운 사회운동과 친화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론 논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민운동 단체든, 이집트에서 스페인·한국·미국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정치 지형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조직의 방식과 운동 형태를 무시하고 기존 정당 조직과 운동 방식을 고집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모바일 SNS가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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