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했듯 2011년도 다사다난했다. 또한 언제나 그러했듯 대부분의 사건이 금세 관심에서 멀어졌다. 진실 규명이 장기화되면서 흐름을 놓치기 쉬운 의혹일수록 특히 그러했다. 〈시사IN〉 이 새해에도 잊지 말아야 할 2011년 4대 미제 사건을 선정해 정리했다.

내곡동 사저 의혹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퇴임 후 머무를 사저 터를 아들 명의로 구입한 사실이 10월9일 〈시사IN〉 보도로 알려졌다. 〈시사IN〉은 ‘3년차 직장인 MB 아들, 50억대 집 샀다’라는 제목 아래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3)가 5월13일 대통령실과 공동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대저택을 사들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각각 매입한 땅을 합치면 약 2600m²(약 788평)이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이 대통령 일가의 ‘몰래 증여’ 논란이 일었다. 아들 시형씨가 사저 터를 매입한 것은 명백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청와대는 ‘보안 문제 때문에 대통령 혹은 영부인의 이름으로 사저 터를 구입할 수 없었다’고 급히 해명했다. 그러나 11월18일 〈신동아〉가 “MB가 내곡동 사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뒤 매입을 지시했다”라는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증여세 회피 논란은 다시 뜨거워졌다.

민주노동당은 12월5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12월19일 이정희 의원실의 이상민 보좌관이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한선교·KBS 기자 불법 도청 의혹

“틀림없는 발언 녹취록입니다. 그냥 몇 줄만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6월24일 국회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의 비공개회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바로 전날인 23일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방안을 두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민주당은 곧바로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선교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당시 국회 야당을 출입하던 KBS 장 아무개 기자(33)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장 기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동시에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점과 비공개회의가 열렸던 시간에만 휴대전화에 통화 내역이 없는 점이 강력한 정황 증거로 포착됐다.

그러나 수사는 4개월 내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경찰은 한 의원 보좌관과 장 기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한선교 의원은 거듭된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결국 사건은 11월2일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로 종결되어 검찰로 넘어갔다.

KBS 김인규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없고 도청했다는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사실상 도청 자체를 시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장 기자는 현재도 국회를 출입하며 정치 뉴스를 전하고 있다.


에리카 김·한상률 기획입국설

2월24일과 25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씨가 귀국했다. 한씨는 2007년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국세청장이던 전군표씨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했다는 인사 청탁 의혹을, 김씨는 ‘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한국에 돌아와 검찰 수사를 자청해서 받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이 2007년 대선 당시 일었던 ‘MB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열쇠를 쥐었기 때문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만한 전표를 발견하자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던 인물이고, 에리카 김씨는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했던 김경준씨의 친누나이다. 대선 당시 BBK는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을 매각한 자금으로 세워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BBK 방패’로 불리던 김재수 변호사까지 3월5일 귀국하면서 BBK 3인방이 기획입국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씨에 대한 수사는 싱겁게 끝났다. 한씨는 증거 인멸에 충분한 1~2주의 시간을 확보하고 늑장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받았다. 9월16일 한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에리카 김씨는 ‘BBK와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3월21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선물로 받았다. 결국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10월26일 보궐선거는 투표 시작 15분 만에 문제를 일으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가 전형적인 사이버 테러인 디도스 공격을 받아 오전 6시15분∼8시32분 접속이 차단됐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소 위치를 확인하려던 유권자들은 당황했다. 출근길 젊은 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세력의 사이버 테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마 했던 의혹은 한 달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12월2일 경찰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의 9급 비서 공 아무개씨(27)가 주범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격을 진행한 IT 업체 관계자 3명도 검거해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진짜 배후 세력을 밝혀내지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경찰은 12월9일 ‘나경원 의원을 도와 (자신이 모시는) 최구식 의원을 도우려던 공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이 수사 내내 정치권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12월9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원점부터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2월22일에는 최구식 의원의 친인척도 검찰에 소환됐다.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12월 초, 최 의원의 처남인 강 아무개씨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씨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디도스 파문에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대표직을 사퇴한 홍준표 의원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12월22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디도스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이영수 KMDC 회장은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출신으로 홍준표 의원의 측근이다. 12월22일 검찰에 소환된 청와대 행정관 박 아무개씨(38)는 홍준표 의원 비서관 출신이다. 검찰 수사에서도 공격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사건은 특검이나 국정조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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