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프로젝트’, 열흘만에 3억 모금
  • 송지혜 기자
  • 호수 224
  • 승인 2012.01.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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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징역 1년형을 확정했다. 왜 판결을 미뤘는지, 왜 그만 유죄인지 의문이 남는다. 한편 정 전 의원 수감 직후 김어준씨는 '쫄지마 프로젝트'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12월22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도 영하 5℃의 한파가 밀어닥쳤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박영중 당직자에게서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탄식했다. “아… 확정됐어….” 지지자 300여 명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정 전 의원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얼굴로 “BBK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됐다는 것은 모든 이가 알고 있다. BBK 수사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한 뒤 대법원을 떠났다. 대법원은 이날 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정봉주 전 의원은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후보자의 부도덕성 검증은 필요하지만 후보자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문제 제기가 허용될 수는 없다. 특검 및 금융기관의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이 났음에도 계속 의혹을 제기해온 점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정 전 의원이 수집한 자료의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내용도 보태졌다.

   
ⓒ시사IN 조우혜
12월22일 정봉주 전 의원이 상고심 선고를 기다리면서 우는 지지자를 달래고 있다.

이번 판결은 2심이 있은 지 3년11일 만이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범에 대한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2심·제3심은 전심의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다’고 되어 있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판결문에 명시돼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 정봉주 전 의원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김경준 기획입국’에 대한 가짜 편지 사건 등 BBK 사건에 대한 새로운 진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고, 제19대 총선도 몇 개월 남지 않은 이 시기에 대법원이 왜 3년 동안 미루어온 판결을 선고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는 BBK 사건 의혹에 관련된 정치인이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2008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한나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영선·김종률 의원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 7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수사 결과 그들의 발언 내용이 정치적 논평에 불과하거나 실제로 민주신당에서 김경준 측을 다방면으로 접촉해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고, 발언 당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우혜
12월26일 정봉주 전 의원이 나는꼼수다 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한 판단이 유죄와 무죄로 갈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BBK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현미 전 의원은 ‘공직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은 필요하다’는 이유로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은 정반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나라당의 반박과 검찰의 수사 발표를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자가 대선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결론을 내놓고 시작한 검찰 수사가 판결의 유력한 근거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판결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사이에서는 이상훈 대법관에 대해 믿어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평이 나돌았다. 이 대법관의 경우 2006년 서울 고법 판사 시절 ‘삼성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 항소심에서 석명권을 행사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 임직원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고 삼성 일가 또한 소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 유죄 파기’ ‘<PD수첩> 무죄 판결’ ‘그랜저 검사 실형 판결’ 등으로 소신 있는 판결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 대법관은 지난 2월 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군 소재 임야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약 10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결 직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 대법관이 윗선에 약점을 잡혔거나 윗선에 줄을 대려는 것 아니냐”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어준 “쫄지 마 프로젝트 추진”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날 대법원은 삼엄한 경비 속에 “피고인 정봉주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라는 판결문을 읽어 내렸다. 이례적으로 방청객 수를 5명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몸수색 또한 철저히 했다. 홍동기 공보판사는 “증거가 박약한 의혹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서울시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 모인 ‘나는 꼼수다’ 4인방은, 겉으로는 결과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였다. 김어준 총수가 앞으로 대책을 말하고,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 통화하는 사이 김용민 교수는 순대국밥에 공깃밥 두 그릇을 추가하고 족발까지 먹어치웠다. 그동안 정봉주 전 의원 특유의 ‘깔때기’도 계속됐다. “감옥에서 ‘깔때기교’를 만들겠다” “영치금 많이 넣어주는 정치인을 공천받게 만들 거야” “드디어 명실상부한 대선 주자가 됐다” 등등.

12월23일 ‘나꼼수’ 팀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모여 정봉주 전 의원이 함께하는 마지막 ‘나꼼수’를 녹음했다. 12월26일 정 전 의원은 마침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김어준 총수는 정 전 의원이 수감된 뒤로도 ‘나꼼수’ 방송은 계속될 것이며, 국민을 겁박하는 정권에 맞서 ‘쫄지 마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공익기금도 모금 중이다.  정식 이름은 ‘표현의 자유 옹호 및 증진을 위한 공익변론기금’. 이 기금은 SNS 등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 시민들을 위해 변론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2012년 1월4일 현재, 시민 5800여 명이 참여해 3억5200만원을 모았다. 지난해 12월24일부터 시작해 열흘 만의 일이다. 목표액은 5억. 민변 이수미 총무간사는 “많은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꾸준히 보내주고 있다. 4월에 있을 총선 전후로 표현의 자유를 막는 여러 가지 꼼수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이 서울구치소에서 전남 장흥교도소로 이감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누리꾼들은 ‘면회 못 오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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