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에게 ‘가카’를 느꼈다
  • 이숙이·장일호 기자
  • 호수 224
  • 승인 2012.01.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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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독자에게 ‘올해의 인물’을 물으니 응답자의 73.8%가 나는 꼼수다’를 꼽았다. “정치에 냉소하면 이명박이라는 괴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나꼼수’가 말해줬다”라는 게 그 이유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2011년 올해의 인물을 뽑아달라”는 <시사IN> 편집국의 요청에 독자 4902명이 응답해주셨다. 정기구독자(15.7%), 가판 독자(19.3%), 인터넷 독자(65.0%) 모두로부터 열렬한 반응이 답지했다. 30대가 46.2%로 가장 많았고, 20대 23.3%, 40대 23.9%로, 2040 세대가 압도적이었다.

답변은 매우 ‘편파적’이었다. ‘2011년 올해의 인물’로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꼽은 응답자가 73.8%(3555명)에 이르렀다. 그 편파성은 ‘나꼼수’의 그것과도 닮았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정봉주 17대 국회의원·김용민 PD·주진우 <시사IN> 기자.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지닌 네 남자의 수다방 ‘나꼼수’는 자기도취와 무배려가 주 무기다. 대놓고 편파 방송을 지향한다. 이들은 “대인배로서 호연지기가 출중하고 꼼꼼한” ‘각하’를 위해, 국내 유일의 ‘각하 헌정 방송’을 지향한다. 때로는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있다. “우리 각하는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시사IN 조우혜
‘나꼼수’ 4인방(사진)이 기성 언론에 ‘그레이트 빅엿’을 먹였다.

‘나꼼수’는 논리보다는 공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그들의 ‘구라빨’에 끌려 들어왔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으나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던 사람들은 그들의 거칠 것 없는 권력 비판에 묵은 체증이 단숨에 내려가는 쾌감을 느낀다. 한 응답자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비로소 알 권리를 얻었고, 나는 더 이상 바보로 있지 않게 되었다”라고 했고, 다른 독자는 “정치 따윈 관심 없어서 냉소했는데, 냉소하면 이명박이라는 괴물이 나온다는 진실을 ‘나꼼수’가 말해줬다”라고 했다. 제대로 된 정치가 없었던 시대, 눈 둘 곳, 마음 둘 곳 없었던 사람들에게 ‘나꼼수’가 강력한 ‘멘토’가 된 셈이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꼽아도 손색없을 “쫄지 마, 씨바!”는 2011년 ‘시민 애티튜드’로 자리매김했다.

‘나꼼수 현상’을 더더욱 강화한 건 집단 승리의 경험이다. 극적인 예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이다. ‘나꼼수’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대놓고’ 지원사격해 당선시켰다. 곽노현 교육감의 상대 후보 매수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도 그랬다. 이들 4인방은 “진보가 노무현·한명숙 때처럼 또 검찰 프레임에 놀아난다”라며 일찌감치 ‘곽노현 지키기’를 선언했고 이후 진보 진영의 견해는 이쪽으로 수렴됐다.

지독한 편파성에도 불구하고 ‘나꼼수’는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내곡동 MB 사저 의혹,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의혹 등을 성공적으로 의제화한 덕분이다. 각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앞을 다투어 ‘나꼼수’ 출연을 ‘청탁’할 정도로 영향력 또한 커졌다.

이번 독자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시사IN> 주진우 기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해왔다. “주 기자 사랑해요”에서부터 “주 기자 처우 개선해주세요”까지. 편집국 주 기자 자리에는 ‘누님’들이 보내온 ‘애정의 징표’가 그득하다.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 2위는 안철수 교수가 차지했다. 하지만 수치는 한참 떨어진 9.3%. 정치권에 홀연히 나타나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깨부수고 지지율 5%에 머무르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당선시키는 ‘신공’을 발휘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체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낮은 지목률로 연결된 듯하다. 그는 12월 초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추진설과 총선 출마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 참여 자체까지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았다. 따라서 내년에는 안 교수의 움직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독자가 “부디 정치는 안 하셨으면 좋겠지만”이라는 글을 남겼지만, 2012년 그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에너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3위는 ‘김진숙과 희망버스’(5.7%), 4위는 SNS(4.6%)가 꼽혔다.


보기에 없던 MB가 최악의 인물에 등극

‘2011년 최악의 인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33.8%), 강용석 무소속 의원(26.9%),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20.3%)이 차례로 꼽혔다. 순서는 <시사IN> 기자들이 꼽은 것과 같은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꼽은 비율이 기자들보다 훨씬 높았다. 특이한 것은 60대 응답자 중 최시중 위원장을 지목(58.8%)한 비율이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다 ‘1억 피부과’ 한 방에 무너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최악의 인물 4위(14.2%)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타 최악의 인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시사IN>은 현직 대통령을 최고의 인물·최악의 인물 후보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럼에도 응답자들이 주관식 답변으로 이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최악의 인물이 ‘이명박’ ‘MB’ ‘가카’ 등이라 답한 응답자는 1350명으로, 오세훈 전 시장을 꼽은 응답자(1249명)보다 약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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