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백제 검술의 전인(傳人) 강영오 무사(57)의 검은 짧았다. 조선시대 환도(칼날 길이 73cm)와 비교하면, 그의 검은 길어야 55cm 정도였다. 반면 칼자루는 20cm 정도로 길었다. “칼날은 짧은데 자루가 이토록 긴 까닭이 뭔가.” 그에게 물으니, “좁은 공간에서 빨리 빼기 위한 것이요, 짧은 칼날을 보완하고 검의 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백제의 마지막 장군 흑치상지가 창안해 조선조 말 태백산의 청뢰-길천-삼랑도인을 거쳐, 그에 이르기까지 47대의 맥을 이어왔다는 백제 검술. 그는 14세에 입산해 10여 년간 스승 밑에서 사사했고, 이후 30여 년간 독신으로 ‘마지막 싸울아비’의 외길을 걸어왔다. ‘고구려의 검은 웅장하고, 신라는 화려하며, 백제는 살상을 위주로 하는 실전검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전언에 견주어봐도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속도를 중시하는 쾌검(快劍)류의 그의 검술이 백제의 맥을 잇는다는 점을 무림 고수들도 인정한다.

그의 지나온 속세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여름에 산삼을 캐 마련한 군자금으로 1년간 도장을 운영하다가, 한계에 부닥치면 문을 닫고 열기를 무려 56번 반복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문을 연 현재의 도장(02-3411- 4759)이 바로 56번째 도장이다. “힘들 때마다 흑치상지 장군께서 내려와서 계속하라고 하셔서 그만둘 수가 없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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