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물의 비밀〉 천신만고 ‘개봉의 비밀’ 영화 〈사물의 비밀〉에 얽힌 ‘개봉의 비밀’이 화제다. 대형 배급사의 횡포 때문에 약속된 상영관을 50여 개나 빼앗기고, 상영되더라도 다른 영화와 교차 상영되고, 심야 시간대로 밀린 〈사물의 비밀〉은 개봉과 동시에 ‘레어 아이템(희귀한 제품)’이 되었다. 그러나 말리면 더 하고 싶고 없다면 더 사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사물의 비밀〉을 ‘득템(획득)’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거대 투자사나 대형 배급사 영화가 아니더라도 볼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며 관객이 움직이고 있다. 영화 〈사물의 비밀〉은 40이 넘은 여성들의 욕망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다. 잠깐 영화의 대사를 들어보자. “요새 애들은 왜 그렇게 예쁘게 생겼는지, 기럭지(키)도 길고, 종자가 완전 달라진 거 같아” “한 십년 늦게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왜 벌써 40이냐고!” “동안이면 뭐 해. ‘40’이라고 하면 그 순간 다 도망가지” “나이 앞에 딱 4자 붙으니까 사형선고 받은 기분이긴 하더라.” 대사를 보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면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득템’하시라.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필소굿’ 2기 방학에는 철학해요

필소굿이란? 필로소피아 굿(Philosophia Good)을 줄인 말이다. 철학을 배우면 기분도 좋아지더라는, 말보다 해석이다. 인문학 박물관에서 방학을 맞아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필소굿’ 2기를 모집한다. 프로그램은 인문학 탐구 강좌와 글쓰기 강좌로 나뉜다. 〈스무살 철학〉 〈14살 철학소년〉의 저자이자 현직 국어 교사인 김보일씨가 ‘소년·소녀 인문학으로 성장하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중학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관심 있는 소년 소녀 누구든 참여가 가능하다.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나를 위해 인문학 공부를 허(許)하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가르친다. 삶과 죽음, 돈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써볼 수 있는 기회다. 2008년부터 운영된 서울 중앙고등학교의 인문학 박물관도 볼거리. 강좌 신청은 12월부터, 시작은 1월이다. (문의:인문학 박물관 www.kmoh.org) 

 다큐멘터리 〈Jam Docu 강정〉 강정마을, 8개의 시선

잼(jam)은 정해진 규칙이나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연주를 뜻하는 재즈 용어다. 잼이 다큐멘터리에 들어왔다. 독립영화 감독 8명이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즉흥 ‘카메라 연주’를 벌였다. 〈잼 다큐 강정〉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을 각각의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은 영화다.

경순, 권효, 김태일, 양동규, 정윤석, 최진성, 최하동하, 홍형숙 등 독립영화 감독 8인은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정마을을 돕고 싶었다.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 애썼다. ‘사회적 제작’이라는 제작비 마련 방식도 재밌다. 누구나 제작자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제작 방식이다. 완성 뒤 수익금을 기부하고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배급지원펀드를 수상했다. 12월 중 개봉. 

연극 〈빨간시〉 잊지 말아요, 장자연씨의 고통

연극 〈빨간시〉는 성적 괴롭힘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영화다. 탤런트 고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 연극에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정치권력이나 언론권력 등 권력에 의한 성적 괴롭힘이라는 점에서 종군위안부 문제와 장자연 사건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작가 이해성씨의 생각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던 이씨는 장자연 사건을 접하고 우리 사회 폭력과 상처의 악순환의 고리를 한번 끊어보겠다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 “기억하고 이야기해야 치유가 돼. 치유되지 않은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다른 이의 고통으로 흘러 다니게 돼”라며 성적 괴롭힘이 남긴 상처에 대한 어려운 말 걸기를 시도하는 이 작품은 〈시사IN〉과도 인연이 깊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이 바로 주진우 기자의 장자연 사건 기사였기 때문이다. 주 기자는 이해성 연출가를 직접 만나 당시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관련 자료도 제공해주었다. 〈빨간시〉는 극단 ‘고래’의 창단 공연이다. (12월10일~2012년 1월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1번지) 

전시 〈그림아, 날 살려라! 유기농을 살려라!〉 장르 불문 팔당으로!

팔당, 끝이 없다. 사진전·가요제에 이어 이번엔 전시회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농민들 삶의 터전에 장르 불문 예술가들이 붐빈다. 미술이 전시장을 벗어나 현장과 만났다. 채소가 자라던 비닐하우스에 그림이 걸리고, 무와 배추밭 사이 시화 작품이 전시됐다. 제법 어울리는 궁합이다. 팔당호를 배경 삼아 유유자적 시를 즐길 수 있다.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 지원 전시회’라는 부제를 단 전시회에는 도종환, 박불똥, 이재민, 정정엽 등 작가가 참여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를 활용해 일상생활과 밀착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불똥, 콩·녹두·팥 등 곡식을 소재로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정정엽, 판화에 몰두하다 최근 디지털 프린팅 작업을 통해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하는 작업을 하는 이인철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2월4일까지. (문의 http://cafe.daum.net/6-2nong) 

YB 미니 앨범 〈흰수염고래〉 더 단단해진 ‘국민 밴드’

소셜테이너, 이른바 ‘사회참여 연예인’이라고 찍혀 방송에서 퇴출된 가수 윤도현이 부활할 수 있도록 기운을 차리게 해준 곳은 트위터였고, 부활할 무대를 만들어준 곳은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였다. 트위터와 〈나가수〉의 도움으로 윤도현의 YB는 다시 ‘국민 밴드’로 복귀했다. 비록 명예 졸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가수〉를 마친 윤도현과 YB는 ‘초심 유지 인증 콘서트’를 열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끝까지 함께해준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방송 퇴출 이후 YB의 노래는 섬세하고 풍부해졌다. 바쁜 방송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멤버들끼리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집회 현장을 찾았던 YB가 뜨거운 거리에서 받아온 에너지와 오디션이라는 차가운 무대에서 닦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미니 앨범이 나왔다. 몸길이 30m, 몸무게 150t에 이르지만 다른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흰수염고래처럼 평화롭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흰수염고래’ 외에 ‘사랑은 교통사고’ ‘꿈을 뺏고 있는 범인을 찾아라’ ‘나는 나비(2011 ver.)’ ‘잇 번스(It Burns, 2011 ver.)’가 수록되었다.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변진경·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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