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정보를 주로 어디서 듣느냐”라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 신문 등 활자 매체가 19.6%, 텔레비전 등 영상 매체가 45.3%,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공간이 32.2%로, 활자 매체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온라인 공간의 영향력은 급격히 높아졌다. 미디어의 지형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디어 이용자에 따른 FTA 찬반 성향을 보면 극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온라인을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 65.8%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신문을 주로 보는 응답자의 66.1%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수 언론이 ‘온라인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다른 항목들과 교차 분석을 한 결과, 온라인 공간을 주로 이용하는 응답자는 확실히 ‘진보’ 성향인 게 드러났다. 당장 스스로의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비율이 44.5%로 가장 많았고, 중도 37.4%, 보수 13%였다. 활자 매체와 가까운 응답층은 자신이 보수 또는 중도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고,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은 중도가 가장 많았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갈렸다. 20~30대 응답자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데 비해, 40대는 활자 매체를 통해 50대 이상은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의 이용 비율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온라인 공간에서 한·미 FTA 정보를 얻었다는 5060 세대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온라인’을 주로 활용하는 ‘진보’ 성향의 ‘2030 세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76.8%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FTA에 대해서도 찬성 33.3%, 반대 65.8%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FTA 처리 과정에서 국회가 파행된 책임이 ‘비공개 강행 처리를 택한 한나라당에 있다’(81.2%)는 확신이 강하고, 다음 총선에서 여당 후보(13.6%)가 아닌 야당 후보(74.9%)를 뽑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 심리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민주당+혁신과통합 신당’(통합 야권정당)과 ‘민노당+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통합 진보정당)의 신당이 나올 경우 각각 35.9%와 28.1%의 지지를 나타냈다. 통합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세도 상당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당 충성도는 결코 강고하지 않다. ‘안철수 신당’이 나올 경우 통합 야권정당 지지자의 25%(35.9%→10.6%), 통합 진보정당 지지자의 16%(28.1%→12.1%)가 안철수 신당 지지로 빠져나갔다. 활자 매체나 영상 매체를 주로 이용하는 응답자의 경우 30~40%선에서 한나라당을 ‘흔들림 없이’ 지지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온라인 마니아’ 역시 야권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장외로 뛰쳐나가기’(13.8%)보다 ‘국회 내 재협상 관철’(42.7%), ‘국회 내 피해보완 대책 마련’(42.7%)이 훨씬 많았다. 온라인 정서도 ‘투쟁’보다는 ‘현실’ 쪽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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