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통합연대)는 ‘선(先)진보통합·후(後) 야권연대’라는 큰 틀을 공유하며, 막판 지분 조정에 합의했다.
통합 논의는 야권 각 세력의 이해관계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는 미묘한 작업이다. 야권의 세력 분포를 보자. 첫째, 호남 블록은 민주당 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당내 지분과 조직력이 가장 탄탄하다. 둘째, ‘손학규·486 동맹’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전대협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 내 진보 정치 블록인 ‘진보행동’은 손 대표 측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호남 대표성과 진보 대표성을 동시에 노리는 정동영 최고위원도 통합 논의에서는 손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셋째, 친노 세력은 민주당 외부에서 혁신과 통합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실제 정치적 지분이나 조직력은 이렇다 할 것이 없지만, 문재인이라는 ‘깃발’과 야권 통합이라는 대의를 선점했다.
‘호남·386·친노’라는 삼정립(三鼎立)은 2003년 열린우리당·민주당 분당 당시와도 유사하다. 당시에는 친노와 386 진보 블록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호남이 민주당으로 남는 대분열이 일어났는데, 이때의 상처는 결국 노무현 정부가 지지 기반의 한 축을 잃으며 대선·총선에 참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야권에서도 당시의 교훈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식으로든 ‘호남·386·친노가 다 같이 가는 그림’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지분 조율’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민주당 내부의 한 친노 인사는 기자에게 전국의 지역구를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했다. “친노가 주력하는 PK(부산·경남)는 민주당 쪽 ‘선수’가 별로 없다. 호남은 상징성 때문에 늘 물갈이가 있었던 곳이고, 지금 빈 지역구도 많다. 수도권 역시 ‘사고 지역구’를 비워둔 데다가, 민주당 밖 세력이 조직력이 있는 편이 아니다. 이름이 나오는 알 만한 사람을 다 합쳐봐도 몇 명 안 된다.” 이 인사는 실제로 10여 명 남짓한 수도권 후보군을 꼽은 뒤 이렇게 덧붙였다. “최대로 잡아도 이 정도야. 설마 이게 조율이 안 될까?”
통합연대 “얼어 죽는 것은 면해야 한다”
실무 차원에서는 이미 통합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룰 세팅’에 들어갔다는 말도 들린다. 선거인단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굵직한 쟁점이다.
선거인단 구성 방식으로는 민주당 측 투표권자와 비민주당 추천 투표권자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여론조사 반영 비율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역시 분리 선출(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자를 따로 등록하는 방식)과 통합 선출(구분 없이 등록해 득표순으로 대표와 최고위원이 되는 방식)부터 시작해 각 세력의 유불리에 따른 변수가 복잡하다.
진보통합 역시 초읽기 상황이다. 진보 진영은 혁신과 통합 쪽으로부터 강하게 참여 압력을 받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막판에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세 정파는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공천 룰 문제에도 큰 틀의 합의를 했다. 민노당은 11월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후 구성될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경선 방식을 논의한다’는 참여당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당초 세 세력이 잠정 합의했던 안에는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지역구 후보자를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조직에서 약세를 보이는 통합연대 측이 ‘대표단 결정’으로 수정하자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중단되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을 감안해 다음 달 4일까지 통합에 참여할 각 정당과 세력들이 절차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이르면 11월27일, 참여당은 12월2일경 협의안을 내부 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물론 민노당 대의원대회와 참여당 전당 투표에서 합의안이 받아들여질지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간의 논의가 원체 길고 지지부진했던 까닭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통과시킨다”라는 공감대가 있다.
다만 ‘통합 이후’의 상을 두고는 동상이몽이다. 민노당은 통합 이후 참여당 세력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민노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당과의 통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참여당 조직력은 취약하고 정치적 경험도 길지 않아서다”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참여당은 진보 통합을 기반으로 야권 연대 혹은 대통합으로 가는 2단계 통합론의 연결고리 구실을 자처한다. 진보신당 탈당파인 통합연대는 “얼어 죽는 것은 면해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최대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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