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여권 내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정치적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면서 다음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도청 안팎에서는 '지사직 사퇴' 등 여러 승부수를 놓고 '타이밍' 조율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흘러 나온다.


◇"당 쇄신…대세론" 잠잠하던 김문수 포문

"모든 기득권을 버린다는 자세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해야한다"

김 지사가 정치현안에 대해 작심하고 입을 연 것은 지난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 열린 미래한국 국민연합 창립1주년 기념 지도자포럼에 참석해서다.

그는 "이회창 단수후보로 안이하게 대처하다 두 번이나 패했다. 내년 대선을 대비해 복수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디딤돌 삼아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 그 대안으로서 존재감 부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아울러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도 있고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보수신당까지 들먹였다.

지난 10일에는 발언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김 지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를 향해 "인기는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당에는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 하고 자꾸 신비주의에 빠진다"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는 김 지사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김용삼 도 대변인은 "쇄신보다는 정책이 우선이라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김 지사의 답변"이라며 "한나라당의 존립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당, 신당, 지사직 사퇴…다음 승부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김 지사가 연일 쏟아내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그의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여러 승부수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그의 강도높은 발언 뒤 도청 안팎에서는 '사퇴'가 임박했다는 말이 돌았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혼란스러운 당의 변화를 주도해야 승산이 있다"는 논리에서다.

측근들 내부에서도 "호기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지사는 "모든 활동은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도지사로서 법적 테두리안에서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야권에 서울시를 내준 상황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도권 유일의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인 김 지사가 사퇴하면 여당은 내년 총선을 백지상태에서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탈당에 이은 보수신당 합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물론 낮은 지지율과 취약한 당내 기반 등 현재로선 박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없는 한계점이 분명해 신당 합류설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는 있다. 



김 지사 역시 "경선 들러리는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고,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과도 몇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지사측은 "그 가능성은 '제로(ZERO)'에 가깝다"고 했다.

김용삼 대변인은 "조직과 자금 등이 열악한 신당이 현실적으로 자리잡기 힘들다는 것이 지사의 판단"이라며 "보수신당이 언급될 정도로 한나라당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탈당 이력이 있지만 김 지사는 오로지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분으로, 주인의식이 남다르다"면서 "탈당과 신당을 거론하는 것은 김 지사를 시류에 편승해 철학을 바꾸는 정치인으로 폄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가 도지사 직을 수행하면서 연말 정치권의 정계개편과 총선 결과를 지켜본 뒤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것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의 출마 선언은 내년 총선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김 대변인은 "박 전 대표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당에 쇄신을 촉구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일종의 명분쌓기"라며 "당이 큰 틀의 쇄신없이 내년 총선을 맞아 패한다면 김 지사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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