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9기 독자위원 4명이 10월의 마지막 날 편집국에 모였다. 〈시사IN〉 탄생부터 지켜봐온 김수나 위원은 30대 직장인이고, 김도연·구슬이 위원은 20대 예비 언론인, 막내뻘인 오대성 위원은 군 제대 뒤 휴학 중이다. 나머지 두 사람. 안승일 위원은 직장 일로, 박종오 위원은 예비군의 부름을 받아 아쉽게 불참했다. 이들은 제213호, 214호, 215호 세 권을 앞에 놓고 꼼꼼한 리뷰를 진행했다.

● 〈제213호〉 MB 아들, 50억대 집 샀다


구슬이
:특종이었는데 표지 사진이 본문 사진과 비슷해서 영 아쉬웠다. 다른 각도로 사진을 찍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오대성:표지를 보고서도 〈시사IN〉 특종인 줄 몰랐다. 다른 곳은 특종하면 표지에 ‘단독’ 하고 난리인데, 어머니가 아셨으면 아들이 〈시사IN〉 독자위원 하는 걸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 거다(웃음). 표지 사진은 확실히 밋밋한데, 구글 어스 지도의 사저 땅을 클로즈업한 뒤 MB 얼굴을 넣었다면 확 와 닿지 않았을까.

ⓒ시사IN 윤무영제9기 독자위원이 첫 리뷰를 진행했다.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대성·김수나·김도연·구슬이 위원.

김도연:‘수양’이라는 한정식 건물 사진을 올리는 게 어땠을까 싶은데, 다음 호 보니까 수양 사진을 실었더라. 기사 자체가 워낙 충격이라 그걸로 많은 게 용서됐다(웃음).

구슬이:역대 대통령 사저의 경호시설비에 대한 부속 기사는 〈나는 꼼수다〉에서 자세히 밝힌 것에 비하면 오히려 뭔가 부족하게 읽혔다.

사회:마침 윤무영 사진팀장이 여기 와 있다.

윤무영 기자
:내곡동 커버 사진을 지적하셨는데 〈시사IN〉이 다른 언론사보다 가장 먼저 가서 찍었다. 우리 것은 대문이 아직 안 달려 있는데, 다른 사진 보면 대문 다 달려 있더라(웃음).

김도연
:4대강 사업 홍보비를 물 쓰듯이 썼다는 기사는 다른 국책 사업에는 얼마나 들였는지 비교를 곁들였다면 훨씬 체감도가 강했을 것 같다.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냥 4대강 홍보비 자체만 놓고 보면 감이 잘 안 온다.

김수나:홍신학원 기사도 그랬다. 교사에 대한 징계가 몇 번이라고 했을 때, ‘다른 학교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좀 더 친절해야 한다.

구슬이:미국 월가 계급전쟁 기사는 〈한겨레21〉의 경우 각 국가 사정에 맞춰서 자세하게 분석했더라. ‘점령 월스트리트’ 말고 전체 유럽과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대성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월가 시위 장면만 보여줘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랐는데, 〈시사IN〉이 전반적인 금융산업에 대해 설명해줘서 지식 없는 사람이 이해하기 좋았다.

구슬이:원전 폐쇄 기사는 시기가 아쉬웠다. 이것만 담아도 커버스토리나 특집 정도로 의미 있는 기사인데, 내곡동 특종에 묻힌 측면이 있다.

오대성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원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있어도 경제성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사에서는 폐로 비용 등을 들어 경제성까지 없다고 해 상당히 충격이었다.

김도연:〈시사IN〉 경제 기사가 일간지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깊은 내용을 담는 건 좋은데, 하나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측면 가운데 어느 한쪽의 흐름에서만 읽으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외환위기 원인을 놓고도 말이 많은데, 〈시사IN〉은 너무 확신에 차서 한 원인만 마구 강요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 〈제214호〉 위기의 박원순

구슬이:희망제작소 원순씨 밑에서 인턴을 좀 했었는데, 이런 표정은 처음 본다. 사람들이 왜 원순씨한테 원숭씨라고 하는지 알겠더라(웃음). 박원순 캠프의 위기를 분석한 기사 중 가장 좋았다. 여러 각도에서 봤고, 취재 내용도 다양하다.

김수나:〈한겨레21〉 표정은 심각한데 〈시사IN〉 표정은 약간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웃음).

김도연:프레임 전쟁과 야권 연대에서 밀렸다는 분석이었는데. 야권 연대를 좀 더 들여다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 정당들이 참여한 야권연대가 ‘선거연합’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는 측면이 있으니, 그런 것들이 가진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오대성:박원순 후보 자체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구슬이:캠프를 위한 기사가 아닌가 싶더라.



김수나
:결과적으로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선거운동을 한 셈이 됐다.

김도연
:약사법 개정안과 종편의 연관성을 다룬 기사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줬다. 그런데 소비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 약사와 제약회사, 정부 간의 정치적 알력만 소개됐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협상 과정에서 관료들이 보여줬던 폐쇄주의를 미국 관료들의 태도와 비교해 짚어줬으면 좋겠다.

구슬이:FTA 기사는 215호에 들어간 분석 기사랑 214호의 의견 기사랑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사람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우석훈·송기호 두 전문가가 좋은 글을 썼지만 FTA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송기호 변호사가 너무 많이 인용되어서 겹치는 느낌이 든다.

김도연:다른 매체에서 독소 조항을 실었는데 그게 더 파괴력이 있지 않았나 싶다. 소파(SOFA) 기사에서도, 요즘 SOFA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개정을 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FTA도 마찬가지고.

오대성:제목을 ‘So Far’라고 잘 뽑았다. 그런데 왜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현장까지 갔는데 왜 미군 인터뷰가 빠졌는지 아쉬웠다. 내가 평택 사는데 주위에서 보는 미군은 다 멀쩡하다. 문제 일으키는 소수들에 대한 미군의 자성 목소리를 듣고 싶다.

김수나:편집국장의 편지와 기자들의 프리스타일을 재미있게 본다. 각각의 관점과 글맛이 고스란히 묻어나서 좋다. 문정우 기자의 책 소개는 매주 나왔으면 좋겠다.

구슬이:‘술 권하는 세계’는 참신한 기획인 데 반해 재미가 없다.

● 〈제215호〉 종편, 살 자와 죽을 자

구슬이:(한숨) 표지에 불꽃은 왜 들어갔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치 문고판 추리소설을 사서 읽는 듯한 느낌의 표지다.

김도연:검은 장갑도 좀…. 차라리 인터뷰한 종편 책임자 3인의 얼굴을 넣는 게 나을 뻔했다. 종편이라는 게 확실히 FTA나 MB 사저 문제보다는 사람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오대성:차라리 29쪽에 있는, 국회가 헤드폰 낀 사진을 표지로 썼으면 좋았겠다.

김도연:내용은 좋았다. 편성본부장 인터뷰도 다 들어갔고. 그런데 궁금한 건 진보 언론의 미래다. 〈시사IN〉은 어떻게 하나?

오대성:이 기사가 시청자 입장에서 쓴 건 아닌 거 같다. 권력 싸움만 나와 있고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에 어떤 영향이 갈지는 관심 밖이다.

구슬이:팟캐스트 관련 기사는 단순 소개인지 분석인지 헷갈렸다.

오대성
:‘보수 독점에 빅엿 먹였다’던데, 기존 조·중·동 미디어 구조에 살짝 스크래치를 먹인 정도를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 기업이 물건을 팔 때도 50대한테는 뭐 팔고 20대한테는 다른 거 팔고 그러는데, 조·중·동이 몇 십 년 쌓아온 구조를 몇 개월 안에 〈나꼼수〉가 다 흔들었다는 건 오버다.

김도연:리트윗 분석한 건 충격이다. 정말 꼼꼼하다.

오대성:기자들이 다 하나?(웃음)

김도연: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주간지를 읽으면서 가장 어려운 게 경제 기사다. 거시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다 보니 논문을 읽는 느낌인데 좀 더 부드럽고 친절한 방식이 필요하다. ‘위안화 절상(물가 하락)’ 이렇게 해놓고 땡이면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가.

김수나:환경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오대성:국제in 기사 중에 민주화된 중동 국가에서 여성 인권은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 뉴스 보니까 일부다처제를 허용할 것 같다는 보도가 있더라. 〈시사IN〉이 미리 잘 짚었다.

구슬이:김작가의 2NE1 기사는 아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그리고 〈시사IN〉 사진이 굉장히 현실적인데, 포토in 말고도 가슴에 와 닿는 사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김수나:앞에선 골치 아파도 문화면에서는 좀 더 부들부들했으면 싶다. 공연 소개도 차별성이 없고 아까운 걸작이 왜 아까운 건지도 잘 모르겠고. 정혜윤씨 글이 그나마 숨통을 틔운다.

오대성
:〈시사IN〉은 인권 이야기가 별로 없다. 까칠거칠에서 가끔 써주긴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지 보강해주면 좋겠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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