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 사진전 사라지는 ‘좀녜’,10년의 기록 ‘서울 촌년’은 제주도가 신기했다. 올레길 중간 중간 바닷가에서 나이 든 해녀가 등장해 신선한 해삼을 팔았다. 제주도 말로 ‘좀녜’라고 불렀다. 김흥구 작가와 ‘좀녜’의 인연은 햇수로 10년이다. 2002년 사진학과 학생이던 그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배를 타고 11시간을 달려 제주로 건너가 주말을 꼬박 해녀들과 생활하며 그들 삶을 기록했다. 작가는 ‘서울 촌년’이 쉽게 볼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서 해녀가 아니라 그들의 실제 민낯을 마주했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힘든 물질을 지속하는 세상 ‘어망’의 삶 속 초연함을 건조하게 담았다. 그렇게 김흥구는 2003년 ‘GEO’ 사진상에서 피처스토리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일제강점기, 제주 4·3사건 등 시대적 변화를 겪은 해녀들의 생을 렌즈에 담았다. (11월4일~12월19일, 부산 도요타아트스페이스) 

조동희 1집 〈비둘기〉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

조동익, 장필순, 이규호…. 1990년대 중·후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레이블 ‘하나음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쓸쓸한 늦가을과 어울리는 포크 음악을 들려주던 싱어송라이터들의 둥지, 이곳에서 늦깎이 신인 조동희(사진)가 음반을 냈다. 이미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등의 음반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녀는 김장훈과 조규찬도 러브콜을 했던 차세대 싱어송라이터다. 그녀가 가을에 어울리는 새 음반을 들고 왔다. ‘하나음악’을 계승한 레이블 ‘푸른곰팡이’에서.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면 오빠들의 이름을 들으면 조금 감을 잡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행복한 사람’과 ‘나뭇잎 사이로’의 조동진과 ‘어떤 날’의 조동익이 바로 그녀의 오빠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다면 루시드 폴이 ‘오랜 기다림이 빚어낸 어느 여성의 싱어송라이터 이야기’, 김광진이 ‘우리 모두가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노래’라고 칭찬했다면 믿음이 가겠는가?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유튜브에서 먼저 들어보는 방법도 있다.

보는 소리, 듣는 영상 Ⅷ 과학과 예술의 ‘따뜻한 융합’

들리는 것을 보고, 보이는 것을 듣는다? 한국멀티미디어음악학회(SIMM)가 “첨단 미디어를 통해 과학과 예술의 융합 안에서 ‘따뜻한 예술’을 선도한다”라는 취지 아래 열어온 ‘보는 소리, 듣는 영상’ 시리즈 여덟 번째 공연이 11월18~19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주제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들려주는 음악(부제:A Tale of June)’. 준(June)이라는 이름의 한 청각장애인이 시각 이미지를 통해 음악을 ‘보게’ 된다는 내용을 멀티미디어 공연으로 꾸렸다. 기타 사운드와 텍스트를 이용해 소리를 표현한 〈Text Life〉, 빛과 소리의 관계를 통해 시각과 청각의 소통을 시도한 〈도깨비 불〉 등 새로운 사운드와 디지털 영상, 무용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융합 창작 작품들로 구성된다. (문의: 02-2260-8901, 한국멀티미디어음악학회 웹사이트 www.simm.or.kr 참조)

독립 다큐멘터리 〈보라〉

덤덤하지만 집요한 고발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다큐 페스티벌, 시네마디지털 서울, 프랑스 마르세유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토리노 국제영화제….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립 다큐멘터리 〈보라〉가 드디어 일반 관객과 만난다. 영화계에서 ‘파격적이다’라는 평을 들은 〈보라〉는 마네킹 공장과 채석장 등 산업 현장의 보건관리와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카메라가 덤덤하다. 직접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관찰한다. 그러나 집요하고 철저하게. 서사는 배제되고, 영상과 음향도 불일치한다. 지금까지 받은 상(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보다 앞으로 받을 상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보라〉의 이강현 감독은 이미 〈파산의 기술〉로 인정받은 바 있다. 분진과 소음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청각을 잃은 노인 노동자, 컵라면과 채팅 창에 의지해 네트워크 서버를 관리하는 IT 노동자…. 그들의 일상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볼 수 있다. (11월24일 개봉) 

공연 〈교육, 감성을 만나다〉 흙피리 소년과 ‘참교육’

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흙피리(오카리나)를 불기 시작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1982년 MBC 강변가요제 금상을 받은 가수. 아버지(한치영)와 아들(한태주)은 지리산 끝자락에 살며 바람과 물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뜻에 따라 초등학교까지만 공교육을 마쳤지만, 아들 태주군은 뭇사람의 감성을 적시는 선율을 연주할 줄 아는 어엿한 음악가가 됐다. 2002년부터 ‘하늘연못’ ‘새소리’ ‘공간여행’과 같은 흙피리 음악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온 한군이 올가을 새 음반 〈첫 비행〉을 내고 공연을 펼친다. 공연 제목은 ‘교육, 감성을 만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 아래 설립된 ‘참교육학부모회’가 22번째 생일을 맞아 꾸린 연주회이다. 문제집 풀이나 시험 성적만이 교육의 내용·결과가 아니라는 걸, 자연 속에서 배움을 터득한 소년의 흙피리 소리로 일깨우고자 했다. 공연 수익금은 ‘문화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와 ‘학부모교육센터 설립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11월17일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센터 계당홀. 예매 문의: 인터파크, 참교육학부모회(02-393-8900). 

축제 ‘몸꼴라쥬’ 몸의 언어와 매체의 결합

‘콜라주(Collage)’는 원래 ‘풀칠’ ‘바르기’를 뜻하는데, 천·쇠붙이·나무조각 등 여러 가지를 붙여서 구성하는 회화 기법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몸꼴라쥬’는 몸이라는 신체 언어와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는 행위 예술이다. 비슷한 실험을 해온 ‘몸꼴’이 주최하는 축제로, 2009년 첫 개최 이후 2년 만이다. 11월13~2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 및 문래동 일대에서 열린다. 대표작 〈뒤집어진 리어카〉는 화려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 속에서 어색해져만 가는 리어카를 리어카 한 대와 배우들의 몸짓으로만 채운다.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대변하는 리어카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거리예술에 대한 예술가들의 포럼 〈밥상토론〉, 문래예술공장 예술가 창작지원 프로젝트 〈녹슨 시간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문화이끔이 꼴, 02-2636-4861)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변진경·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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