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터넷 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의 위상이 모바일 시대에 급속도로 뒤처지고 있다. IT를 경시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통부를 없애버린 데다 방통위가 종편 채널과 같은 정치적인 사안에만 몰두한 결과다. 

권력자는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길들였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제하는 일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포털에 압력을 행사해 검색을 조작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터넷 실명제와 글 검열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대표적인 악법이다. 

사회의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IT 분야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정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수사 편의를 위해 카카오톡의 삭제된 메시지를 복구함으로써 외국인이 한국의 서비스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정 정치 세력과 기업의 논리를 퍼뜨리는 ‘알바’들이 인터넷을 뒤덮음으로써 한국 사용자들은 외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디지털 망명을 가고 말았다. 이렇게 촌스러운 한국적 상황으로 인해 여러 인터넷 서비스가 국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신뢰성 확보는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란 관점에서 봐야 할 중대한 사안들이다.

누리꾼들은 더 이상 포털에 콘텐츠를 쌓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올리고 새 소식은 트위터를 통해 전달한다. SNS는 원하는 상대하고만 소통하는 방식이므로 알바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고 포털과 게시판을 오염시킨 세력이 방심하는 동안에 새롭게 등장한 SNS가 여론 형성 창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나는 꼼수다〉는 팟캐스트 순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위). 100위 안에 들어 있는 나머지 콘텐츠는 모두 영어로 된 것이어서 경이롭다.

‘나꼼수’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이런 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는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다운받아 듣기 때문에 현행 방송법으로 제한이 불가능하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권력자에게 불편한 매체가 또 하나 늘어난 것이다. 벌써 규제가 시작되었다. 방통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SNS와 모바일 소프트웨어(앱)를 심의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것이 나꼼수와 같은 정부 비판적인 언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받고 있다.

IT 종사자의 처지에서 이런 움직임은 익숙하다. 한국의 IT는 언제나 이런 규제와 반칙으로 점철되어 왔다.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특정 트위터 아이디(2MB18nomA) 막기, 모바일 게임 독자 심의,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이 그것이다. 이런 규제는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IT 업계에게는 치명적인 장애 요소다.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위기이기는 하지만 불합리한 규제만 없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도 남을 것이다. IMF 구제금융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실리콘밸리와 대등한 인터넷 서비스들이 출현했던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면서 사회 또한 보수화되고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각종 규제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국제화가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IT인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해왔다. 통신사가 막고 있던 모바일 시장이 개방되자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나꼼수는 소셜 네트워크와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환경의 장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만들어진 콘텐츠여서 적극 권장할 만한데도 권력자가 듣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이를 막으려 한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기적처럼 생겨나 국제적인 서비스로 발돋움하려는 카카오톡, 모바일 앱과 게임 그리고 나꼼수와 같은 서비스를 정부 당국이 없애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황당함을 느낄 뿐이다. 나꼼수를 막기 위해 만든 악법 때문에 수많은 IT의 가능성이 말살될 것이다. 

사회가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기술이 사회를 좇아가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기술이 사회를 끌고 가게 된다. 불공정한 한국은 이제 기술 분야, 특히 IT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IT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김어준씨가 스티브 잡스에게 감사를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일 터이다.

기자명 김인성 (IT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