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쓰레기, 7개월째 표류 중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호수 216
  • 승인 2011.11.1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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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과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 동북 지방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 탓에 쓰레기를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일본 사회가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 일본 동북 지방에는 지진해일(쓰나미)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지역 갈등으로 이것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쿄 도는 이와테 현 미야코(宮古) 시 주변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화물 열차로 운반해 도가 관리하는 산업 폐기물 처리장에서 처리한 다음 이를 최종 처분장에서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기와와 자갈 쓰레기는 본래 해당 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처분하기로 되어 있지만, 강력한 지진에 이어 5m가 넘는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미야코 시의 경우 연간 처리량의 34배에 해당하는 기와·자갈 쓰레기가 널려 있어 도쿄 도가 지원의 손길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쓰레기를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도쿄 도는 ‘안전 매뉴얼’을 작성해 주민 계몽 활동에 나섰다. 도쿄 도는 미야코 시에서 쓰레기를 반출할 때와 도내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선량을 일일이 측정해 이를 공표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염려하는 사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 소각로에서 정부 기준치가 넘는 방사선량이 잇달아 검출됨에 따라 동북 지방의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 운동은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3월18일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에서 구조대원이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한 달 뒤인 지난 4월 일본 환경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527개 자치단체가 “동북 지방의 쓰레기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라고 회답했다. 그러나 그 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현뿐 아니라 동북 지방과 수도권 지역에서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자치단체들은 쓰레기 반입 계획을 무더기로 철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환경성은 동북 지방 이외 43개 광역 자치단체와 74개 시·초·무라(市町村) 담당자를 도쿄에 불러 모아 “이와테 현과 미야기 현에 쌓여 있는 2040만t의 기와·자갈 쓰레기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동북 지방의 재건이 그만큼 늦어진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참석한 지자체 담당자들은 “주민 이해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동북 지방 쓰레기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 따위 이유를 들면서 환경성의 호소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본 후생성은 원칙적으로 연간 추가 피폭선량이 20밀리시버트(m㏜)를 넘는 지역은 중앙정부의 책임 아래, 1~20밀리시버트에 달하는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오염 제거 작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대상 지역은 후쿠시마 현의 13%에 해당하는 약 1800㎢(서울 세 배 면적)로, 총제거량은 도쿄 돔 야구장의 23개분에 해당하는 약 2900만㎥에 달할 전망이다. 

쓰레기 보관시설 확보한 지자체 겨우 2곳

후생성은 또 토양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은 2014년 3월까지, 폐기물에 대한 오염 제거 작업은 내년 3월까지 완료해 폐기물들을 일단 ‘임시 보관시설’로 옮길 방침이다. 그 뒤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한 다음 ‘최종 처분장’에서 오염 제거를 완료한 토양과 폐기물을 최종 보관할 계획이다. 

   
ⓒAP Photo
후쿠시마 현 인근 농민들이 농산물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임시 보관시설을 어디에 설치할 것이냐는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후쿠시마 현의 오염 제거 작업도 한 치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후쿠시마 현 모토미야(本宮) 시는 교외에 있는 공터를 임시 보관시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공터의 건너편에 시 체육관, 100m 앞에는 중학교, 300m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시 보관시설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설명회에 참석한 시장을 압박했다.

모토미야 시 인근의 오타마무라(大玉村)도 마을 주민이 소유한 토지를 임시 보관시설로 지정하려 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에 화가 난 촌장은 그러면 지역 단위로 보관시설을 마련하라며 각 촌락으로 그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각 촌락에서도 주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관시설 후보지 선정 작업이 대폭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사히신문> 조사를 보면, 후쿠시마 현의 59개 시·초·무라에서 임시 보관시설을 확보했다고 대답한 지자체는 단 2곳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곳은 몰라도 우리 집 근방은 안 된다”라는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임시 보관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 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장 건설에도 크게 애를 먹게 되리라고 내다본다. 게다가 중간 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장의 일부를 후쿠시마 현 이외 지역에 건설한다는 후생성 계획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를 지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만도 없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역 간 갈등이 깊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풍문 피해’도 심각하다.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 시민 그룹은 한 달 전 후쿠시마 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지원 숍’을 마련했다. 그러자 “후쿠시마 트럭이 방사능을 뿌린다”라는 이메일이 쇄도해 후쿠시마 산 농산물 판매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아이치 현 닛신(日進) 시는 후쿠시마 기업이 제조한 불꽃을 쏘아 올리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불꽃 대회를 중지해야 했다.

군마 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러시아 유리 공예 전시회’도 중단되었다. 군마 현의 근대 미술관은 러시아 국립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유리 제품을 대여해 12월부터 전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최근 들어 군마 현 전시를 거부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옛 황제들이 애용한 유리 제품에 방사성 물질이 묻을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방사능 공포, 지역 이기주의, 잘못된 풍문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동북 지방의 쓰레기 처리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 제거 작업은 ‘시작과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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