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종편 ‘물량공세’에 조선 종편은 ‘2등전략’
  • 고재열 기자
  • 호수 215
  • 승인 2011.11.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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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관련 업계 사람에게 판세를 물었더니 중앙이 제일 셌고, 조선이 중간, 동아와 매경이 약체로 꼽혔다. 살아남기 위한 종편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젊은 여성 한 무리가 무대 위에서 엉덩이를 관객 쪽으로 들이대고 손등으로 유혹하듯 엉덩이를 문질러댔다. 패브릭 소재의 원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은 걸그룹 씨스타였다. 이들이 히트곡 ‘소쿨’을 부르는 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대다수는 50대 이상 중장년이었다. 

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연출된 곳은 10월18일 TV조선 채널설명회 발표회가 열린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이었다. 설명회는 성황이었다. 광고주 격인 대기업의 임원이 주로 초대되었는데, 10명씩 앉는 테이블 36개를 꽉 채웠다. 

   
ⓒJTBC 제공
10월 한 달 동안 중앙 종편(jTBC)(사진)·조선 종편(TV조선)·동아 종편(채널A)의 채널 설명회가 경쟁적으로 열렸다. 종편은 이번 설명회 행사에만 수억원을 들였다.

14번 테이블에는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이, 15번 테이블에는 중년배우 김해숙과 독고영재가 앉아 있었다. 모두 새로 개국하는 조선일보 종편(TV조선) 드라마 〈한반도〉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에 출연하는 배우들이었다. 행사 사회는 YTN에서 옮겨온 황순욱 기자와 KBS 계열사에 있다 신입으로 입사한 오현주 기자가 맡았다. 다른 기자와 PD들은 뒷줄에서 행사를 지켜보았다.

걸 그룹의 화려한 쇼를 보여주고 스테이크 정식을 대접했지만 광고주에게는 가시방석이었다.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상전’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이 아니라 대부분 우려의 시선으로 행사를 지켜보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사IN〉 같은 데서 좀 열심히 보도해서 막았어야 했다.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막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광고주들은 벌써 세 번째 억지 점심을 먹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10월5일에는 동아일보 종편(채널A), 10월6일에는 중앙일보 종편(jTBC)의 채널 설명회가 있었다.  

   
ⓒ시사IN 조우혜
10월 한 달 동안 중앙 종편(jTBC)·조선 종편(TV조선)(사진)·동아 종편(채널A)의 채널 설명회가 경쟁적으로 열렸다. 종편은 이번 설명회 행사에만 수억원을 들였다.

jTBC 편성 규모에 ‘충격’

맨 처음 열린 채널A의 설명회는 ‘속 빈 강정’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수억 원을 들인 행사에서 MC 김성주가 사회를 보고 여러 가수가 축하 공연을 거하게 했지만 드라마는 주연 배우 등이 거의 캐스팅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능 프로그램에 이수근과 이영자 정도가 섭외된 상황이었다. 준비된 내용도 부족했지만 전반적으로 편성 전략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다음 날 진행된 jTBC의 채널 설명회는 지루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았다. 방송 관계자들은 jTBC가 매주 드라마 5편을 띠편성하고 예능을 9편이나 제작해 거의 지상파 수준의 편성을 구축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성·한지민·송일국·김희애·채시라·김미숙·김혜자 등 유명 배우와 김시규·여운혁·김석윤·임정아·김형중 PD 등 스타 PD들이 직접 인사를 하면서 그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는 평가다.

조·중·동 종편 3사는 채널 설명회에서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jTBC가 10월6일로 설명회 날짜를 잡자 채널A가 부랴부랴 서둘러 하루 앞서 설명회를 열었다. TV조선 또한 jTBC를 ‘디스하는’(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jTBC가 신입사원에게 티아라의 ‘롤리폴리’ 군무를 시켰다가 욕을 먹은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신입사원을 임원과 함께 무대에 올려 인사시킨 것이다.  

   
ⓒ채널A 제공
10월 한 달 동안 중앙 종편(jTBC)·조선 종편(TV조선)·동아 종편(채널A)의 채널 설명회가 경쟁적으로 열렸다(사진). 종편은 이번 설명회 행사에만 수억원을 들였다.

세 차례 채널 설명회가 끝난 뒤 방송계와 광고계 사람에게 두루 판세를 물었다. 대부분 일치했다. 1강(중앙)-1중(조선)-2약(동아·매경)을 꼽거나 1강(중앙)-2중(조선·매경)-1약(동아)이라는 식이었다. 최근 〈PD저널〉이 지상파 방송사 현직 PD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반응과 거의 일치했다.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성공할 것 같은 방송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현직 PD들은 jTBC(86.2%), TV조선(7.1%), 채널A(3.5%), MBN(3.2%) 순서로 답했다.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성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방송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채널A(44.4%), MBN(31.1%), 4곳 모두(13.3%), TV조선(9.5%), jTBC(1.6%)로 나왔다.

이 중 MBN에 대해서는 방송계 ‘짬밥’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매경은 이미 채널 사업을 해보았다. 그들은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 성공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조·중·동 3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다. jTBC가 가장 앞서간다는 평에 대해서는 TV조선 내부에서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상반기에 만난 TV조선의 한 간부는 “중앙 종편과의 격차가 크다. 우리가 접촉하는 사람들을 중앙 쪽이 2~3개월 전에 이미 만난 상태였다. 한 발이 아니라 두세 발 늦었다”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jTBC 제공
jTBC 드라마 〈빠담빠담〉 출연자를 소개하는 주철환 편성본부장(맨 왼쪽).

TV조선의 ‘2등 전략’

TV조선은 jTBC와 정면 대결을 피하고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wait and see’, 곧 판세를 보고 전략을 가다듬자는 것인데 ‘1등 신문’ 〈조선일보〉답지 않게 2등 전략을 택했다. TV조선의 한 실무자는 “솔직히 중앙이 저 정도로 지를 줄은 몰랐다. 밖에는 ‘우리는 저렇게 안 한다’라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는 저렇게는 못한다’라고 이야기한다”라고 고백했다.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TV조선은 다른 종편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개국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긴 것이 jTBC의 덫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2월1일에 지상파와 근접한 ‘황금 채널’을 배정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 경우 jTBC의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미미해 jTBC의 선전이 ‘금의야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다.

광고주는 조·중·동 종편 3사에 대해 초기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은 프로그램 시청률과 무관하게 균등한 광고를 배정할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은 중앙보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TV조선의 시청률이 jTBC보다 다소 낮게 나온다고 해서 광고를 덜 줄 수 있는 간 큰 광고주가 국내에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반면 jTBC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단 경쟁 상대를 타 종편이 아니라 지상파 3사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제4의 지상파’ 혹은 ‘제2의 SBS’로 불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스타PD의 영입과 거액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편성을 한 것으로 어느 정도 존재감을 심는 데 성공했다. 

   
ⓒ조선TV 제공
TV조선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의 주연을 맡은 황정민(왼쪽)과 김정은(가운데).

조선과 중앙은 편성 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방점을 찍은 TV조선은 jTBC보다 평균 5~10세 나이가 더 많은 시청자, 특히 남성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다. 반면 드라마·예능을 전면 배치한 jTBC는 TV조선보다 낮은 연령대의 시청자와 여성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다. TV조선이 KBS와 비슷하다면 jTBC는 MBC나 SBS에 가깝다.

조선과 중앙은 방송에 대한 철학에도 차이가 난다. 조선은 정파성을 분명히 밝혔다. 조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루’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중앙 쪽은 “방송은 재밌으면 된다”라는 태도이다. 조선은 색을 분명히 해서 보수적인 시청자를 결집시키려 하지만 중앙은 색을 탈색해 정치 성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을 만들려 한다.

중앙 처지에서는 조선이 부담스럽다. 1~2년 동안 최소한의 투자를 하면서도 매체력을 바탕으로 중앙과 비슷한 정도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점차 투자를 확대해 중앙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앙은 그래서 초기에 조선과의 시청률 격차를 확실히 벌려 차별화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jTBC의 한 관계자는 “조선은 방송도 해보는 것이고, 우리는 신문에서 방송으로 완전히 옮아가는 것이다. TBC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회장부터 사원까지 사기가 충천해 있다.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사의 지원도 조선보다는 중앙 쪽이 두드러지는데 이에 대해 전직 〈중앙일보〉 기자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문은 사실상 이씨 것(삼성가)이고 방송은 홍씨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jTBC에 애정을 쏟으리라는 얘기다.


   
ⓒ채널A 제공
강원도 곰배령에서 채널A 드라마 〈천상의 화원〉이 촬영 중이다.

“채널A, 방송 전략이 안 보인다”

조선과 중앙이 이렇게 각축하는 동안 동아의 채널A는 출발 단계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종편 관련 대책을 세우고 있는 한 지상파 방송 PD는 채널A에 대해 “채널 설명회 자료를 보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안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왜 종편을 할까 하는 근본 문제의식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종편 중 약체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채널A는 첫 뚜껑을 열면서 그 예상을 굳혀주었다는 평이다. 한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동아가 빨리 망할 것 같다”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로 채널A의 준비 상황은 미진했다. 개국 기념 드라마 〈인간 박정희〉는 캐스팅은 물론 작가 계약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채널 설명회에서 〈스토리텔링 매직쇼〉의 진행자로 발표되었던 신동엽이 출연 의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기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더니 담당자는 “신동엽씨가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로 했다”라고 옹색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종편 쪽에서는 동아의 부진 이유를 방송을 모르는 신문사 간부들이 의사결정에 너무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MBN의 경우 시트콤과 코미디 프로그램에 주력해 기존 케이블방송 공식대로 젊은 시청자를 겨냥하는 등 명확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동아는 이런 대전략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 앞서의 〈PD저널〉 조사에 jTBC는 한껏 고무되어 있다. 조사 결과를 엘리베이터 옆에 게시해놓고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지상파에 맞먹는 종편’을 표방하지만 아직 jTBC는 사춘기 소년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다. jTBC는 연간 제작비로 1800억원 정도를 설정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제작비에 준하는 액수라고 선전하지만 사실 지상파 방송사의 연평균 제작비는 3500억~4000억원이다. 여기에 스튜디오 사용료나 미술 편집 비용과 관련 인건비 등이 절약되기 때문에 사실상 5000억~6000억원 정도를 제작에 쓰는 효과를 발휘한다. 

황금 채널 못 받으면 엄청난 적자

반면 종편은 아직 방송 하드웨어 인프라가 부족하고 내부 인력이 적기 때문에 18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도 지상파 방송사 제작비로 치면 1200억~13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 액수로도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한 종편 고위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황금 채널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 제작비를 1000억원 들이면 500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1500억원을 들이면 700억~800억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종편 중에서 이 정도 적자 폭을 매년 감수할 수 있는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계산법도 1사1렙 방식의 광고 직접영업을 하고 황금 채널을 배정받는 등 방송 환경을 유리하게 해석했을 때의 셈법이다. 원하는 채널을 배정받고 채널 사용료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측면 지원을 해야 한다(48~49쪽 딸린 기사 참조). 정권이 레임덕으로 가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SBS가 〈모래시계〉로 안정화되는 데까지 5년이 걸렸고 tvN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조·중·동 종편이 막 이슈가 될 무렵 3사의 언론 사주 중 한 명이 “신문만 하면 천천히 망하고, 방송을 하면 빨리 망한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제 종편 도박을 위해 3사가 자기가 가진 카드를 보여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히든’이다. 3사가 어떤 히든카드를 들고 있는지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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