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홍신학원가가 보인다. 2차선 도로 사이로 오른쪽에는 화곡중학교와 화곡보건경영고등학교, 왼쪽에는 화곡고등학교와 홍신유치원이 있다. 1974년 화곡중을 시작으로, 1978년 화곡고, 1985년 홍신유치원, 1987년 화곡보건경영고가 설립되었다. 모두 홍신학원 소유다.

현재 이사장은 나채성씨(73).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부친이다. 전투 비행기 조종사 출신인 나채성 이사장은 학원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화곡중·고·보건경영고 초대 교장을 역임했다. 〈禾谷二十五年史(화곡이십오년사)〉에는 당시를 ‘무에서 유를’ 만든 때로 기록한다. 홍신학원 초대 이사이기도 한 그는 선일학원(선일초·선일여중·선일여고·선일여상·선일유치원), 동구학원(동구여중·동구여상), 동일학원(동광초·동일중·동일여고·동일여전고·동일유치원), 연풍학원(파주중·파주공고), 상명학원(인명여고)의 임원(이사 또는 감사)도 지냈다. 동일학원은 비리 사학으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다.

ⓒ시사IN 조남진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는 화곡중·화곡고·화곡보건경영고가 소속된 홍신학원 이사이다.

홍신학원 초대 이사장은 정희영 삼화건설(주) 사장으로 나 후보의 외조부이다. 2001년 나채성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정훈기씨(나 후보 외삼촌), 정효자씨(나 후보 모친) 등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정효자씨(71)는 홍신유치원 원장으로 22년간 근무했다. 평교사 및 직원 명단에서도 나 후보 친척의 이름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 후보 동생은 홍신유치원 교사, 나 후보 사촌은 화곡고 영어교사, 또 다른 사촌은 화곡중 행정실 직원, 나 후보 제부(사촌동생의 남편)는 화곡고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도 홍신학원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다. 2001년부터 10년째 홍신학원 이사로 재직 중이다. 홍신학원은 나 후보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곳이다.

그런 홍신학원이 비리 사학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때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당시, 새천년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17개 법인 24개 학교에 회계장부와 시설공사 장부를 요청했다. 자료 제출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사학이 많았지만 끝까지 안 낸 곳은 홍신학원뿐이었다. 임종석 의원의 말은 국회 속기록에 이렇게 남아 있다. “홍신학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는 올해(2000년) 3월에 감사를 받고 나서 장부 일체를 소각해서 낼 수 없다는 것이 행정실장이 본 위원실에 와서 댄 이유입니다.”

회계 자료를 불태운 사람은 김경수 당시 행정실장(72). 현재 김씨는 홍신학원 이사이다. 회계 자료 소각을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09년 이사로 돌아왔다. 김 이사를 다시 선임한 배경에 대해 홍신학원 법인 관계자는 “이사장님에게 여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나채성 이사장과 고교 동문인 김경수 이사는 홍신학원의 개원공신이기도 하다. 〈화곡이십오년사〉에는 김 이사를 ‘뜻을 같이한 사람’으로 꼽고 있다.

ⓒ〈화곡이십오년사〉화곡중·고 졸업생들은 재학 당시 학교 건물을 짓는 데 동원 했다고 말했다.
6년간 주의·경고·경징계 55회 받아

회계 장부가 불타 당시 국정감사는 홍신학원이 교육청에 보고한 자료로만 진행되었다. 그 결과 행정실 직원 수와 청소용품비 부풀리기 등이 드러났다. 또 당시 화곡고 육성회비 결산 내역에는 인건비 명목으로 6500만원가량이 잡혀 있었는데 실제 교직원 명단에는 육성회 직원이 없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이후 2004~2009년 홍신학원은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주의 44회, 경고 10회, 경징계 1회를 받았다. 서울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당시 홍신학원은 학부모회 불법 찬조금 모금, 학교수련행사 금품향응 수수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박원순 캠프 공동 선대본부장)이 나 후보를 상대로 의원감사 관련 청탁 의혹을 제기한 때도 이 시기에 해당한다. 정 전 의원은 “나 후보가 2005년 나를 찾아와 친정이 사립학교를 하는데 감사에 포함되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당시 감사 대상이 될 만한 사건이 없었다”라며 정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2000년 국정감사 당시 도마에 올랐던 홍신유치원 임대 특혜도 이번에 다시 문제가 됐다. 홍신유치원 건물은 홍신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이다. 1998년 임차인인 정효자씨(홍신유치원 원장이자 나 후보 모친)가 홍신학원에 임대보증금 2억원에 연간 임대료 336만여 원(월 28만원가량)을 내고 건물을 빌려 썼다가 문제가 되었다. 10월20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임대 특혜 의혹이 여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008~2010년 홍신유치원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를 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나 후보 캠프 강승규 비서실장은 “그 지역이 임대료가 저렴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곡이십오년사〉벼베기 행사에 참여해야 했으며, 학생들이 벼를 벨 낫을 각자 구입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의 증언도 눈길을 끈다. 1988년 화곡고를 졸업한 김 아무개씨(가명·42)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벼베기를 나갔다. 그때 낫을 사야 한다고 해서 샀는데, 후배들에게 그 낫을 물려준다며 구매한 낫을 개별적으로 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후배들도 또 낫을 샀다고 하더라. 그럼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 신축을 하던 1980년대 중반 학생들이 공사에 자주 동원되었다는 말도 나왔다. 화곡고 9회 졸업(1989년)생인 김 아무개씨(40)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화곡여상(현 화곡보건경영고)을 신축했다. 그 앞산을 깎아 길을 만드는 과정에 학생들이 동원되었다. 주로 체육시간과 교련시간을 이용해 흙과 벽돌을 날랐다”라고 말했다.

홍신학원 관련 사안에 대해 나경원 후보는 선거 중반인 10월17일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는 제 선거이기 때문에 아버님과 관련한 것에 대해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홍신학원 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문제가 된 데 대해서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이사로 등록되지 못할 사유가 없다. 이런 부분은 다 신고하고 허가받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 “나 후보가 이사로 회의에 참석했다거나 학교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한다”라는 것이 나 후보 캠프 안형환 대변인의 말이다. 따라서 홍신학원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캠프 우상호 대변인은 “이사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사학에서 이사회는 학교법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 결정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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