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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어준을 비판하는 이유

김어준은 민중이라는 단어에 중독된 사람들이 듣기 좋아할 말만 한다. 그에게 결점이 있는데도 통쾌하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옹호할 수는 없다.

허지웅 (칼럼니스트) 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제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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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사람을 편하게 한다. 신성이 강화될수록 믿음은 견고해진다. 덩달아 말에 자신감도 생긴다. 헌금으로 사랑을 증명하라는 거대 교회 목사의 자신감은, 우리 두목님을 스폰서로 두고 있고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신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푸근한 마음, 바로 마음으로부터 유래한다. 마음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폭력도 폭력이 아니라 건승이고 순교다. 종교 프랜차이즈는 져본 적이 없다. 늘 이기는 게임이다.

선지자들은 편한 상징으로 임할 수 있는 두 개의 ‘신’, 선한 신과 절대 악을 창조한다. 선지자의 말 속에서 세상은 선한 신과 절대 악의 끊임없는 암투와 음모론으로 굴러간다. 신의 선의에 매료된 교인들은 옳은 편에 있다는 자기 확신을 거듭하기 위해 절대 악으로 상정된 진영의 뉘앙스나 화법을 옮기면서도 부끄러움 없이 순교의 매력에 탐닉한다. 노무현 정부의 신성에 빠져 있는 자칭 ‘진보적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한·미 FTA에 반대하거나 한진중공업 사태를 신화화해가며 마음의 쾌락을 추구하는 시도 등이 명쾌한 사례다.

김어준은 ‘닥치고 씨바’ 우리 시대의 모세다. 김어준이 하나님, 아니 그러니까 시민의 힘과 상식의 무결성이라는 말씀을 허락받아 ‘나는 꼼수다’라는 석판을 들고 도래했다. 김어준이 하나님과 일촌을 맺는 데에는 불타는 떨기나무 대신 안철수나 박원순, 곽노현이라는 아이콘이 동원된다. 이 세계관 안에서는 대마왕 이명박이라는 절대 악의 집권 혹은 나경원류 버섯돌이의 저열함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대 민족, 아니 그러니까 ‘아름다운 시민’이 석판의 순결함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석판의 위계에 반박하면 아무튼 전부 때려죽일 놈인 거다. 시민의 힘! 상식의 위대함! 지금 당장 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시민 혁명에 동참하라.


   
<나는 꼼수다>는 ‘우리 꼼꼼한 이명박 대통령님이 그럴 리가 없다’는 조롱으로 반을 채운다. 나머지 반을 저널리즘에 기초한 생산적인 지적에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어준이 마이크를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황우석이나 심형래 광풍의 사례에서 보여주었듯, 김어준은 민중이라는 단어의 중독성에 몸을 의탁한 사람이 듣기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하는 방법으로 반지성주의에 기반해 지성인으로서 지분을 획득한다. 지식인 까면서 지식인이 되는 기적에 능한 것이다. 곽노현 눈을 본 적이 있느냐, 곽노현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곽노현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만나본 사람은 안다 따위 말을 늘어놓는다. 


명백한 위험에 입 다무는 건 ‘빠’가 되는 지름길


김어준의 문장은 선과 악이 대립하다가 결국 대체 왜 믿지 못하느냐라는 타박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나름 언론사 사주이고, 그래서 글쟁이 욕망을 잘 아는데, 그러는 거 아니다. 왜 믿을 만한 사람을 믿지 못하고 당장의 허물을 꾸짖으며 절대 악 진영의 지속 가능성에 종사하냐’는 거다. 절대 악을 신봉하는 다른 진영에서는 바로 그 우리 대통령님이 믿을 만한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균형감각은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지식인으로 규정된, 바른 말하는 자들은 전체 판의 흐름에 역행하는 토마가 된다. 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냐는 거야! 응? 씨바 승천했다니깐!

김어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모두 그를 신봉한다는 듯 싸잡지 말라는 말로 이 글을 비판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결점과 명백한 위험을 전제하고 있는데도 단지 그것이 듣기에 통쾌하거나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옹호한다면, 거대 교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회의주의자의 느슨하고 이율배반적인 경계심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는 명백히 종교적인 선동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저항할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민의 힘 운운하는 건 당신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러니까 ‘빠’가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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