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임 총리, 원전사랑 재가동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호수 213
  • 승인 2011.10.2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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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 비용이 265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사고 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원전 비용이 싸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신임 노다 총리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반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총리에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동북지방의 재건’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종식’을 내각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노다 내각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개인소득세를 인상하고 법인세 감면 조치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 담배에 대한 세금 등을 내년 10월부터 대폭 인상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다 총리는 9월 하순에 열린 유엔총회에서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원자로의 ‘냉온 정지(cold shutdown)’에 최선을 다하겠으며, 원전의 안전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냉온 정지’란 원자로 압력 용기의 하부 온도가 정상 상태인 100℃ 이하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도쿄전력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멜트다운, 즉 노심 용융 현상을 일으킨 1·3호기는 냉각 장치와 열 교환 기능이 회복되어 현재 하부 온도가 각각 약 78℃와 79℃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압력 용기의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2호기는 아직도 요주의 대상이다. 다행히 9월 말 2호기도 99.4℃를 기록해 문제의 3개 원자로 압력 용기의 하부 온도가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AP Photo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위)의 안전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냉온 정지와 함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연간 피폭선량을 1밀리시버트(1m㏜, 평상시의 연간 허용치)로 억제하는 일과 사고 원자로 건물을 특수 필터로 밀봉하는 일도 2단계 작업의 주요한 목표이다. 도쿄전력은 현재 1·3호기 주변의 연간 피폭선량이 0.4m㏜로 측정되었다면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완료할 예정인 2단계 작업이 올해 안에 달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방사능 물질 오염 지역, 서울 세 배 넓이

냉온 정지와 피폭선량 억제, 건물 밀봉 작업이 끝나면 사고 원자로가 부식해서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사고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추출하는 폐로 작업이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2009년에 폐로 작업이 시작된 주부전력(中部電力)의 하마오카 원전 1·2호기의 경우 2036년에 폐로 작업이 완료된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에도 폐로 작업이 완료되려면 족히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폐로 작업을 완료했다고 해서 원전 사고가 완전히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막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주변에 방출돼 오염 제거 작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리라 전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은 사건 발생 80년 후인 2065년까지 오염 물질 제거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은 정부가 주도하는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의 대상을 일단 연간 피폭선량이 5m㏜ 이상인 토양으로 한정했다. 현재 5m㏜가 넘는 지역은 후쿠시마 현의 13%에 해당하는 1800㎢(서울 세 배 면적), 제거량은 ‘도쿄 돔’ 야구장 23개분에 해당하는 약 2900만㎥로 추정된다.  

원전 사고가 종식될 때까지 후쿠시마 현 주민이 입게 될 이른바 ‘풍문 피해’도 엄청나다. 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9월18일 아이치 현 닛신 시는 후쿠시마 주민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불꽃놀이 행사에서 ‘힘내라 후쿠시마’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닛신 시는 이를 위해 후쿠시마 현 가와마타 마을에 있는 회사가 제조한 폭죽 80발을 쏘아 올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불꽃을 사용하지 말라”는 항의 전화가 쇄도해 후쿠시마산 폭죽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AP Photo
일본인 수만명이 9월19일 도쿄에서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폐로 작업과 오염 제거에 드는 돈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5조7000억 엔에서 20조 엔, 즉 한국의 연간 예산에 필적하는 최대 265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먼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반경 20㎞권 이내에 위치한 토지를 정부가 매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한다면 토지 구입비가 4조3000억 엔, 강제로 피난시킨 주민에 대한 피해 보상금 6300억 엔 등 원전을 폐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최대 15조 엔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 단가, 화력 발전과 비슷”

그러나 여기에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지를 개량하는 비용, 20㎞ 지역의 돌더미와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비용, 농어업 피해 보상금, 풍문 피해 보상금 등이 들어 있지 않다. 또 폐로와 오염 제거 작업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질 경우 처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이러한 천문학적인 사고 처리 비용을 고려한다면 원전의 발전 비용이 자연 에너지 발전 비용보다 훨씬 싸다고 주장해온 ‘원발(原發) 추진 세력’의 논리는 이미 무너졌다고 말한다.

일본의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소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원전의 가동률이 60~85%일 경우 원전의 발전 단가는 1㎾h당 12.5엔에서 8.1엔(2005년 기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기사업연합회가 2003년에 발표한 발전 단가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또 오마에 겐이치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의 순수한 발전 단가를 1㎾h당 7.29엔으로 추정하면서, 여기에 개발 비용 1.18엔, 입지 비용 0.46엔을 합치면 원전의 실제 발전 단가는 화력발전(9.02엔)과 맞먹는 8.93엔이라고 주장했다.

간 나오토 정권은 탈원자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8월 ‘재생에너지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일본의 10개 전력회사는 이 조치법에 따라 향후 15~20년간에 걸쳐 태양광·풍력·수력·지열·바이오매스로 생성한 자연 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전량 매입해야 한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자연 에너지 발전 비율이 2020년에는 현재의 9%에서 13%로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간 총리의 후임으로 들어선 노다 총리는 자연 에너지 발전보다는 ‘원자력 정책의 현상 유지’를 우선하는 편이다. 즉 정기 검사를 마친 원자로의 재가동을 순차적으로 인정할 방침이며, 베트남의 원자로 건설 사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반원자력 그룹은 “정치권이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참상과 그 파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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