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술에 대하여〉
술로 풀어낸 한국 사회

마시다 만 듯, 아쉬웠다. 역시 미공개 영상이 있었다.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임’, 〈술에 대하여〉 편이 극장 버전으로 재편집됐다. 영화 전문기자에서 영화 프로듀서로 변신한 임범 감독은 2010 인문교양 베스트셀러 〈술꾼의 품격〉 저자이자, 애주가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14년차 방송기자이자 조주 기능사 자격증까지 있는 조승원 PD가 만나 연출한 작품이라니, 그 이름만 들어도 술 생각에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영화는 ‘도대체 술은 우리에게 뭘까?’ ‘뭐기에 이렇게들 마시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 사회를 ‘술’이라는 키워드로 맛깔나게 풀어냈다. 

소설가 성석제, 뮤지션 윤도현, 개그맨 박명수, 영화감독 류승완 등 입담 좋은 애주가들의 총출동도 볼거리. 9월1일 개봉을 앞둔 〈술에 대하여〉는 8월19일 오후 8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전무후무한 ‘음주 시사회’를 연다. 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시사회에 참석하는 관객에게는 맥주가 무료로 제공된다.(예매:filmforum.co.kr) 


■ 권태순 〈Fantastic ArtMask〉
나비 페르소나

나비의 날개에는 기왓장 모양으로 질서 정연하게 비늘가루가 꽂혀 있다. 비늘가루는 비로부터 날개를 보호하고 태양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색채와 무늬를 보여준다. 색소를 통해 색채를 띠기도 하지만 태양에 색소의 일부만 반사해 더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나비는 동양에서는 행복·기쁨·아름다움·장수·희망·순수를 뜻하고, 서양에서는 영혼불멸·자유·평온·평화·행복·봄을 상징한다. 신흥대학 권태순 교수(뷰티아트디자인과)는 나비의 날개가 갖는 조형적 가치를 마스크를 만드는 데 응용했다. 변화무쌍한 자아를 드러내는 마스크에 나비 날개의 다양함과 변화를 담아낸 것이다(사진). 권 교수는 나비 이미지를 해체하고 파괴하고 재구성한 다양한 문양으로 가면을 쓴 자아, 즉 페르소나를 표현했다.(8월17일~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다아트갤러리) 


■ 판소리 갈라쇼
소리꾼 이자람, 역시 이자람!

제 이름보다 ‘예솔아’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살 때 이자람(사진)은 방송작가이자 가수였던 아버지 이규대씨와 함께 부른 ‘내 이름(예솔아!)’의 꼬마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성큼 자라 열아홉 살이던 1999년에는 8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하여 최연소·최장기 판소리 완창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재창작한 창작 판소리 〈사천가〉를 발표해 전석 매진시키며 이름을 떨쳤다. 우리 소리임에도 판소리가 여전히 ‘비주류 음악’임을 생각해보면, 유례없는 일이었다. 올해는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판소리로 재해석해 〈억척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이자람!’, 이번에도 그의 공연은 전석 매진되며 판소리 공연계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번에는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이자람이 백미로 꼽는 대목들로 꾸린 ‘갈라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9월16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예매:ticket.interpark.com)

■ 영화
김기덕의 〈아리랑〉

“김기덕의 원맨 밴드 초상화. 고흐가 자기 귀를 뜯어낸 다음 이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만큼이나 절실하고, 슬프고, 외롭고, 정직하고, 무시무시하고, 투명하다. 어떤 의미에서건 김기덕의 두 번째 데뷔작이다.”(정성일 영화평론가).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리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수상,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어나더 뷰 부문 초청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 ‘최고의 작가주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지만, 정작 국내에서의 개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던 작품이다. 5회째를 맞이한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CINDI)는 올해 가장 신선한 충격과 영화적 발견을 안겨준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는 ‘CINDI 서프라이즈’에 〈아리랑〉을 초청했다. 8월19일 오후 8시, 8월20일 오후 4시 서울 CGV압구정에서 두 차례 상영된다.(문의:cindi.or.kr) 


■ 헤이리 예술인마을
뜬금없이 만화방

명랑 모험만화 〈두근두근 탐험대〉를 그린 만화가 김홍모씨는 요즘도 종종 충격을 받는다. “잡지에 만화가 너무 많아요. 만화 좀 줄여주세요”라는 독자 엽서를 보고, “우리 아이가 너무 만화만 봐서 걱정이에요”라는 상담을 보고, “친구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단 만화만 빼고”라는 한 대안학교의 공지를 보고 그는 절망했다. 그리고 오직 ‘학습만화’만 면죄부를 받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래서 사고를 쳤다. 헤이리 예술인마을에 만화방을 차렸다. ‘뜬금없이 만화방’이라 부르는 이 만화방에는 이상무·이희재·이두호·김형배·허영만·김수정·차성진·김동화·신일숙 등 그가 어렸을 때 〈보물섬〉에서 읽었던 만화가들의 옛날 만화를 구비했다. ‘아빠 어렸을 적에’ 읽었던 만화를 보여주고 부모와 자녀가 꿈을 나누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화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 만화방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 될 것이다.(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 더스텝 가족동 2층 작가공방) 


■ 검객 괴담 〈됴화만발〉
절대 고독한 주인공 무사 케이

대형 실험연극을 거푸 선보이며 다시 옛 영광을 되찾고 있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가 또 한 편의 실험연극을 내놓는다.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 〈남자충동〉 등으로 주목받았던 연출가 조광화씨가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됴화만발〉. 검객 괴담이라 부제를 단 이 연극은 뮤지컬 작업으로 갈고 닦은 스타일리시한 안무와 파격적인 무대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극에 단체 결투신 같은 액션 장면도 등장한다. 조광화 연출가의 작품 주제는 일관되게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었다.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삶의 허무와 고독을 그리곤 했는데 이번 연극은 일본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 사카구치 안도의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해서 무협·만화·괴담·설화·SF를 녹여낸 실험적인 작품이다. 진시황 때 불로장생의 약을 찾아 나선 뒤 지금까지 영생불멸의 삶을 살며 절대고독을 맛보고 있는 주인공 무사 케이(사진)를 통해 ‘야수 같은 고독’과 ‘순수한 외로움’을 그렸다.(9월6일~25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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