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무작정 좋았다. 대학 졸업 후 연극 무대에서 3년을 보내고 드라마를 시작했다. 올해 배우 생활 21년째. 그 사이 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배우 권해효씨(46)의 고민이 시작됐다. 아이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도록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특히 언론과 분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앞장서서 ‘안티조선’을 외치고 조선학교를 돕는 이유다. 


그는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청년학생통일대회’에 참가한 재일 조선인을 잊지 못한다. 헤어질 즈음 아쉬움에 오열하던 그들을 보며 조국이 아닌 남의 땅에서 살아가는 회한을 짐작했다. 광복이 되고도 6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타국에서 모국어를 지키는 이들. 권씨는 방사능 유출로 피해를 입은 일본 내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서울 장충동 웰콤씨어터에서 ‘몽당연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회를 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직접 스태프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관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연예인의 사회 참여에 대해 그는 “대다수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소셜테이너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제재 조처가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덤덤해졌다고 한다. 구조조정·비정규직 등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내 아이들과 여러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만 잘하는 배우는 분명 아니다.

기자명 송지혜 수습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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