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세금 문제에 논문 표절·위장 전입까지. 청문회를 앞두고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고 있다. 위장 전입 문제는 당사자가 일찌감치 시인했다. 한 후보자는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 위장 전입을 했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거주하던 당시 한 후보자의 자녀들은 학군이 좋은 이촌동 중학교로 진학했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딸이 친한 친구와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해 배우자가 주소를 이전했다”라고 해명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로 인한 병역면제 의혹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한 후보자는 1980년 5월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1981년 사법시험 합격 후 곧바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1982년 5월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 한 후보자는 “대학 시절 미식축구를 하면서 생긴 허리 디스크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악화돼 수술을 받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과거 부잣집 아들은 대부분 디스크를 앓고 있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뉴시스병역·세금 문제 등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사진)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재산과 세금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한 후보자는 1990년 700만원에 산 제주시 연동 소재 오피스텔(33.60㎡)을 17년 만인 2007년 1000만원에 팔았다고 신고했다. 당시 이 오피스텔의 시세는 3000만~4000만원이었다. 한 후보자는 외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서울 행당동 땅(43㎡)을 아버지·형과 함께 2006년 3월 2200만원에 팔기도 했다. 이 중 한 후보자가 소유한 12.28㎡에 대한 매도 신고액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김학재 민주당 의원은 “행당동 땅 12.28㎡를 2006년 3월 매각하면서 공시지가의 4분의 1 값에 팔았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행당동 일대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제 지가가 3000만~4000만원에 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는 이처럼 실거래가보다 낮게 거래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 후보자는 오피스텔과 행당동 대지를 판 것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대검은 “행당동 대지는 남의 땅에 둘러싸인 땅으로 사용가치가 없어서 공장 부지로 사용하고 있던 공장 운영자에게 저가에 팔았다”라고 해명했다.


한상률·에리카 김 수사, 도마 위에 오를 듯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SK의 스폰서 의혹이다. 한 후보자 가족이 SK텔레콤 법인 소유의 그랜저 자동차를 공짜로 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처남인 박 아무개 SK텔레콤 전무가 2006년 2∼11월 한 후보자 집에 함께 살았고, 박씨가 660만원에 구입한 자동차를 한 달 뒤인 2010년 6월 500만원에 구입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 고위 간부가 대기업 차를 사들인 경우는 전에 없는 일이어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 후보자는 박 전무가 왜 함께 거주했는지와 자동차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와 특수2부가 SK 최태원 회장 수사를 더디게 진행한다는 비난과 더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 후보자가 지검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최태원 회장이 5000억원을 선물거래하다가 2000억원 손실을 입었고, 이를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와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석사논문 표절 의혹 △형 상기씨가 미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후원했다는 의혹 △장인 박정기씨가 이상득 의원의 육사 동기이자 후원자라는 의혹 등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산을 이룬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 의혹도 의혹이지만 후보자가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씨 수사를 마무리한 부분 또한 청문회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장남의 병역 의혹이 가장 큰 쟁점이다. 권 후보자의 장남은 안과질환으로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그러고는 서울대 인근 봉천동으로 위장 전입해 서울대 공익요원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를 취소하고 아버지의 경북고 동창 최 아무개 회장이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의 나일론에서 2002년 9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근무했다. 회사는 양말·스타킹을 짜는 기계를 만드는 업체였는데 장남의 전공은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이었다. 


“권재진 카드 부활한 이유 찾는 청문회 될 것”

이 회사 산업기능요원은 경기도와 서울 북부권에서 공고를 졸업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권 후보자의 아들이 나일론에 근무할 당시 산업기능요원이 3명 있었다. 의정부에 있는 경민대 재학생이 두 명이었고, 한 명은 광운전자공고 중퇴자였다. 만약 권 후보자의 아들이 부실하게 회사에 다녔다면 권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부실 복무 의혹으로 가수 싸이는 군대를 다시 가야 했다.


ⓒ청와대 제공2009년 9월 권재진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청와대가 포기한 권재진 카드가 다시 살아난 이유를 찾아내는 청문회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는 8월4일(한상대 후보자)과 8월8일(권재진 후보자) 열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의혹은 눈덩이인데 역대 가장 조용한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들린다. 두 후보자 모두 오래전부터 청문회에 대비해 주변 정리를 단단히 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예로 한상대 후보자는 서울고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고검장이 지검장으로 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임명 당시부터 검찰에서는 ‘총장 수업’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한 후보자가 제출한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2007년 7200만원이던 사용액이 2008년 5000여 만원, 2009년 2000여 만원, 2010년에는 500여 만원으로 줄어든다. 2009년 한 후보자가 서울고검장이 된 후 카드 사용액이 크게 줄었다. 그때부터 돈 문제를 관리한 흔적이 역력하다. 2009년 사용액은 모두 부인의 카드 사용액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VIP 회원인 한 후보자 부인의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0원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2009년 검찰총장 0순위에 있었던 권 후보자가 총장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아들의 병역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워낙 잘 정리해놓은 것 같다. 회사든 학교든 접근이 아예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권재진 후보자나 한상대 후보자가 오래전부터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주변 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들 주변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 관계자들과 취재진의 접근이 거의 차단되어 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한 후보자 주변에서 정보를 아예 제출하지 않고 있다. 권 후보는 장남을 미국에 보내버리고, 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닫거나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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