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자전거 도로 옆으로 강이 보였다. ‘한라건설 9공구’라는 글씨도 눈에 들어왔다. 7월20일 오후 지하철 중앙선 운길산역(경기도 남양주시) 근처 4대강 공사 현장. 강과 드문드문 심겨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를 보며 정지형씨(45)는 혀를 찼다. 5대째 팔당에서 농사를 짓는 정씨가 팔을 뻗어 자전거 도로 용지를 가리켰다. “2008년만 해도 여기에서 안 나는 작물이 없었다. 토마토, 딸기하며 쌈 싸먹는 유기농 채소는 다 길렀다. 이런 비옥한 땅에 굳이 자전거 도로를 놓았어야 했나.” 그의 탄식이 길어졌다. 정씨도 이곳에서 작물을 키우다가 4대강 사업을 이유로 2009년부터 농지에 비료 대신 시멘트가 부어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팔당만이 아니다. 4대강 공사 현장 어디를 가도 자전거 도로가 깔리고 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예산 2000여 억원이 들어가는 ‘4대강 자전거 도로’ 사업이다. 전국 4대강 제방과 보를 따라 1728㎞ 길이의 자전거 도로가 놓인다(한강 305㎞, 낙동강 743㎞, 금강 248㎞, 영산강·섬진강 432㎞).

 

ⓒ조성봉 제공

 

ⓒ조성봉 제공수풀이 우거졌던 전남 구례군의 강둑(맨 위·2009년)은 지난해 가을 시멘트 자전거 도로(위)로 바뀌었다.

하지만 4대강 자전거 도로는 강을 따라 만들어진다는 특성상 도로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강이 산이나 절벽 같은 데를 지나면 그곳에는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우회해서 임도(산림을 연결하는 차도)로 가거나 지방도로·농도로 돌아가는 길을 연결했다”라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를 놓느라 산과 들을 부러 깎는 것이다. 또 4대강 제방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난 6월29일 춘천시 남산면의 북한강 자전거 도로가 폭우로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왜 사람이 다니는 데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지 않고 강에다 도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라는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4대강 자전거 도로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섬진강변 공사는 주민 반발로 중단

4대강 자전거 도로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전남 구례군은 섬진강변 자전거 도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사업이다. 수풀이 우거져 초록빛을 내던 강둑이 회색으로 변했다. 전남 구례군민 강진주씨(50)는 “강둑에 시멘트를 부어 친환경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강둑 근처에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조성봉씨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도 지금까지 자전거를 잘 타고 다녔다”라며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현재 섬진강변 자전거 도로 공사는 20%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멈췄다.

7월21일 현재 4대강 자전거 도로 전체 공정률은 30%이다. 남한강·금강·영산강은 9월 말까지, 낙동강은 12월까지 자전거 도로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자전거 축전에 참석해 “(공사가) 다 되고 나면 4대강 유역에 전부 자전거 길이 생긴다. 4대강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