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논쟁이 시끄럽다. 카카오톡이 모바일 트래픽을 잠식한다고 비난하고 네이버가 야구 생중계로 망 부하를 일으킨다며 통신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논쟁을 일삼아 일반 사용자들은 도대체 어느 쪽이 옳은지 전혀 알 수 없다.

사실 망 중립성에 관해서는 복잡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망은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망 사업자는 여태까지 서비스 종류에 상관없이 업체와 소비자가 사용한 네트워크 사용량만큼 요금을 받아왔다. 데이터 종류에 대한 판단은 그들 몫이 아니었다. 음란물을 유통하는 업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도대체 망 중립성이라는 말이 왜 필요한 것일까?

무선 인터넷 요금체계는 이렇다. 망 사업자 A는 사용자 A에게서 초당 사용 요금(그림의 ②번)을 징수한다. 인터넷 서버가 서비스할 때 사용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해서도 비트당 요금(그림의 ①번)을 받는다. 망 사업자 간 네트워크 사용량에 대해서도 서로 차액(그림의 ③번)을 지불한다. 크게 보면 국가 간 네트워크 사용량에도 비용을 지불한다. 그림에서 요금을 징수할 수 있는 ①, ②, ③구역 모두에서 통신사는 빈틈없이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는 망 부하를 초래하는 서비스를 규탄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망 중립성에 관한 기사를 잘 살펴보면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라는 식의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사용자와 서비스 업체에게서 징수 가능한 요금은 모두 받아내고 있으므로 추가 요금에 대한 근거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통신사는 ①, ②, ③구역 모두에서 빈틈없이 수익을 얻는다(위).

4G 시대 되면 정액제 될 수밖에 없어

망 사업자가 데이터 종류를 차별해 카카오톡에만 다른 업체에 비해 망 사용료를 2배로 내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흘러가는 데이터 종류를 구별하고 요금을 차등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망 사업자들은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므로 흐르는 데이터 종류에 상관없이 단순히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특정한 서비스를 막아버리는 횡포를 부리거나 망 증설을 위한 기금 마련에 협조하라는 식으로 우회적인 추가 비용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무제한 요금을 쓰는 사용자에게만 마이피플 같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허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기준은 전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망 증설 투자비용을 분담하라는 것은 시장에서 건달들이 보호비를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통신사들은 이른바 양면 시장의 속성을 가지는 사업자이다. 양면 시장이란 알고 보면 업체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중계 사업을 잘 포장한 개념에 불과하다. 중개인은 무선 인터넷이라는 시장을 만들어놓고 서비스 업체와 사용자 각각에게 사용한 만큼 요금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개인은 언제나 더 많은 권한으로 더 큰 수익을 얻기를 원했다. 통신사는 특정 서비스를 막아버리거나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업체에게 특혜를 주고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하도록 해줄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왜곡할 가능성 때문에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이 출현했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많은 트래픽을 쓰는 업체를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망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나온 방어적 개념이다.

통신사를 견제하지 않으면 그들은 언제나 망 중립성을 위반해 음성 통화, 문자 메시지, 동영상 서비스 같은 수익이 많은 사업을 독점하고자 한다. 카카오톡같이 전 세계에 통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를 방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초고속 인터넷은 경쟁이 치열해 이미 정액제가 되었다. 네트워크 위주의 4G 통신 시대가 되면 필연적으로 정액제가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통신사들은 그저 단순한 중개인에 불과할 것이다.

통신사들은 지금이라도 망을 검열·제한하고 자사 서비스에 특혜를 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대신 가능성 있는 서비스 업체에 투자해 그들의 성장을 도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서비스가 출현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들의 성공이 통신사의 성공이 되게 하는 것만이 통신사가 살길이다.

기자명 김인성 (IT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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