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 비공개가 유언비어 부른다
  • 임지영 기자
  • 호수 200
  • 승인 2011.07.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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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구제역·천안함 등 현 정부 들어 발생한 굵직한 사건마다 유언비어가 들끓었다. 를 보면 정보공개 수준과 유언비어가 어떻게 반비례하는지 뚜렷이 드러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지난 3월, 변 아무개씨(28)는 낮 12시에 인터넷 메신저로 친구 7명에게 쪽지를 보냈다. 바람 방향이 바뀌어 방사능 물질이 오후 4시에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 변씨는 사이버경찰청에 검거됐다.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였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방사능 유언비어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20여 일 뒤인 4월7일, 전국에 내린 비에서 극미량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경기 지역에선 일부 학교가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기상청은 4월29일 한반도 전역에서 제논·요오드·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동풍을 타고 올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한 달 전 유언비어였던 ‘방사능의 한반도 상륙’은 더 이상 유언비어가 아니었다.

ⓒ연합뉴스촛불시위 때 돌았던 휴교시위 독려 문자.
변씨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의 〈MB 정부 유언비어 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구제역·천안함·쇠고기 파동 등 주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유언비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소문 유포자에 대한 경찰 조사 및 사법 처리 사례도 적지 않다. 정보공개센터는 이 같은 이슈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 결정이 나거나 ‘부분 공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봄 전국을 달군 구제역 파동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구제역 초기, 정부는 베트남 지역을 여행한 안동 지역 축산 농가를 감염 경로로 추측했다. 구제역이 확산되던 지난 1월. 정치권에서는 전염병 발생 국가를 여행한 축산 농가의 소독을 의무화하는 등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의결했다. 첫 발생지로 지목된 안동 지역 민심이 흉흉해졌다. 수개월간 구제역이 확산됐지만 정확한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4월,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검사 결과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러시아 것으로 분류됐다. 민주당은 “정부는 안동 바이러스가 베트남 바이러스와 관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축산농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제역 공포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매몰 방식이 취약해 하천으로 핏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오염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16개 광역자치단체와 행안부·농림부·환경부에 매몰지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두 차례에 걸쳐 청구했다. 농림부가 답변했다. 2월에는 동·리 단위의 매몰지 정보를 제공했으나 추가된 지역을 알기 위해 3월 다시 청구했을 때는 광역 단위로 축소된 정보를 제공했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매몰지와 관련한 내용이 여론의 관심을 받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언비어 논란의 극단, 천안함 사건

지난해 천안함 사건은 ‘유언비어’ 논란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침몰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과 설이 제기되었다. 사고 발생 지역에서 발견한 어뢰에 쓰인 ‘1번’이라는 글씨체가 조작됐다는 설도 나왔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은 불구속 기소됐다. 최 아무개씨(27)는 예비군 동원령을 알리는 허위 문자를 보냈다가 나흘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천안함과 관련해서만 총 14명이 입건되고 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7명이 약식 기소되고 2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시사IN 조우혜‘방사능 유언비어’는 거짓이 아니었다. 위는 시민단체가 4월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방사능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침몰 원인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는 정부가 자초한 경향이 크다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최종 조사 결과 발표가 있기까지, 합조단이 발표한 내용이 번복된 사례는 23개 항목에 이른다. 물기둥, 침몰 동영상, 어뢰 설계도, 잠수정 따위와 관련한 것이었다. 당국의 발표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한·미 정보부서가 주축을 이루는 다국적 정보 분석 태스크포스는 어뢰를 발사한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배수량이 130t급이라고 했다가 유엔 보고서에서 70~80t급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항적과 수리정비 기록, 북한 어뢰 자료 등 12가지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부분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무처장은 “의심이 갈 만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면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내몰거나 비국민으로 매도하는 색깔 공세를 퍼부었다”라고 말했다.

정보공개센터도 교신 기록을 국방부에 요구했지만 군사기밀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의 신청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의 신청 기각 사유로 내세운 두 가지가 상충됐다. ‘천안함과 2함대사령부 간 국제상선 통신망 교신은 3월26일 오후 9~10시 사이 1회 실시하였다. 이미 공개되었으며 추가 교신 내용이 없다’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러면서도 두 번째 이유에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법률에 따라 (해당 내역이) 비공개 대상 정보보호에 해당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공개된 내용인데 비공개 대상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국회의원에게는 공개, 시민에게는 비공개

정부기관이 관할 정보를 허위로 고지한 경우도 있다.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점거 파업 당시 경찰은 해고자를 향해 최루액을 발사했다. 당시 시민단체는 수집한 최루액을 시료 분석해, 2급 발암물질 ‘다이클로로메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보공개센터는 당시 전국지방경찰청에 최루액 사용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은 보유한 자료가 없다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쌍용차 진압 당시 최루액 살포 기록이 들어 있었다. 국회의원에게는 밝히고 일반 시민에게는 함구한 것이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기관이 허위로 답변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정보공개센터는 지적했다. 

ⓒ뉴시스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이 지난해 5월20일 사고 지역에서 수거한 어뢰(위)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국 당시에도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동맹휴업(등교 거부) 제안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으로 퍼지자, 수사 당국은 최초로 문자를 보낸 청소년을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형사 기소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촛불집회에 동참해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여겨질 뿐, 있지도 않은 휴교 시위를 있는 것처럼 허위의 통신을 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나 학사 행정업무를 방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보았다.

쇠고기 정국 이후, 정보공개센터는 쇠고기 원산지 위반 업소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지자체·농림부 등이 자의적으로 공개 수위를 결정해 자료 취합이 쉽지 않았다. 정진임 간사는 “이 정부는 유언비어가 왜 생겨나고 확산되었는지는 찾지 않고 괴담 등으로 일축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라고 말했다. 유언비어 권하는 사회의 주범은 결국 폐쇄적인 국가권력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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