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극도로 악화시켰다는 점을 전임 부시 정부의 최대 해악으로 꼽는다. 중산층이 좋은 학군에 집을 마련하려고 과도한 빚을 냈다가 금융위기를 초래했음을 상기시키며 그는 말한다. “이들은 욕심이 많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에게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빚을 진 것이다. 그 걱정은 어쩌면 당연하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지 못하면 자녀의 미래는 완전히 망가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그의 말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이 정부 들어서는 더하다. 자료로 속속 확인되는바, 잠재력을 보겠다던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강남·특목고 출신의 상위권 대학 독점 현상은 오히려 고착화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값 등록금, 서울대 법인화 등 교육 관련 이슈가 MB 임기 후반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로 생리적 욕구 외에 사회적 인정 욕구를 꼽는다.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게 폭력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같은 학벌 사회에서 삼류 대학이나 직장을 가는 것, 곧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들에게 사회적 생명을 박탈당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생존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진보 교육감의 존재가 이를 타개할 궁극의 해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어떤 정치를 선택하느냐이다. 부시 정권이 ‘중요한 모든 현안을 다루는 데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은 정말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자신을 지원하는 이권 동맹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크루그먼은 말한다. ‘금융 막장극’으로 번져가는 저축은행 게이트에, 환경 주권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주한미군 고엽제·핵 사고 의혹에, 급기야 남북 비밀접촉 스캔들이라는 결정타까지 얻어맞고 얼얼하기만 한 이즈음, 교육발 시민 반란의 의미를 새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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