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차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분류되는 시장·도지사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냈다. ‘MB의 후계자들’과 ‘노(盧)의 남자들’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출마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수차례 대권 도전을 시사했던 김 지사는 물론, 오 시장도 차기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한나라당이 7월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을 철폐할 경우, 전당대회 출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대권 도전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형을 보여줬다. ‘버스체제 개편’과 ‘청계천’이라는 두 가지 선명한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홍보해 대권 도전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김문수 지사는 이런 MB의 스타일과 가장 닮은 답을 보내왔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과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를 내세웠다. 피부에 와 닿는 상징적 정책을 골라 ‘대표 브랜드’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MB와 유사하다.

반면 김 지사가 초선 시절 늘 자신의 업적 첫머리에 올렸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이번 조사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강경한 규제 완화 발언으로 경기도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다른 지방의 원성을 샀던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를 5대 성과 중 하나로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뉴시스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은 14개 시장·도지사 중 유일하게 ‘전국 이슈’를 업적으로 내걸어 차기 주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에 서울시가 과감히 제동을 걸었다”라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 반대를 업적으로 꼽았다.

현재 서울에서는 무상급식 반대 시민단체가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추진서명을 받는 중이다. 성사 기준 서명 숫자를 넘길 것으로 보여 8월 말께 주민투표가 실시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가 무상급식 찬반을 넘어, 서울과 대한민국의 복지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답을 보내왔다. 일종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내세운 셈이다. 지자체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전국구 정치인의 행보처럼 보인다.

‘노(盧)의 남자들’ 가운데 대표주자인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차차기 후보군으로 분류되곤 한다. 이들 노(盧)의 남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아 ‘시스템 마니아’의 면모가 두드러졌다. 도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유난히 관심이 많았고, 성과로 내세우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14대 총선 낙선 직후인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열어 지방자치 연구를 시작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때 연구소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민주적 도정운영 기틀 마련’과 ‘21세기 농수산업 혁신 기반 마련’ 등 안 지사가 보내온 5대 성과 중 두 가지가 도정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내용이다. 정책자문위원회, 미디어센터, 도민감사관제, 농정혁신위원회 등을 연이어 꾸렸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풀뿌리 지방자치 활동가 1세대 격이다. 남해군수 출신으로 참여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이 됐다. 김 지사 역시 한편으로 생활·복지 정책을, 또 한편으로 도정 시스템 구축을 주요 성과로 들었다.

 

기자명 이숙이·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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