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캠프 캐롤', 부평 '캠프 마켓'에 이어 춘천의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에도 고엽제를 폐기했다는 전역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왔다. 또 핵무기 기지였던 캠프 페이지에서 1972년 핵무기 사고를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1972~1973년 춘천 캠프 페이지, 1978~1979년 용산에서 근무한 댈러스 스넬 씨(59·미국 몬태나 주 거주)는 〈시사IN〉과의 전화, 이메일 인터뷰에서 “1972년 여름 점심을 먹고 쉬는데 갑자기 전 부대에 사이렌이 울렸다. 사병과 헌병 등이 3중으로 경비하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핵미사일 보관소에 모였다”라고 말했다. 스넬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부대원 20~30여 명이 메탈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미사일을 등지고 디펜스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핵 미사일 탄두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헬기가 (이를) 수송했다”라고 덧붙였다.   


ⓒ댈러스 스넬 제공미국 몬태나 주에 거주하는 댈러스 스넬 씨. 주한 미군에 근무하며 춘천 캠프 페이지에 고엽제를 묻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현재 백혈병을 앓고 있다.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마스크를 낀 채 현장에 있었다는 스넬씨는 “우리 부대에 핵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그때 캠프 페이지에 있던 모든 병사가 알고 있었다. 핵미사일 탄두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방사능 따위가 누출되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장 난 탄두를 상자에 담고 나니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고, 부대원 중 몇 십명이 이 상자를 들고 헬기장으로 뛰었다고 증언했다. 스넬씨는 “당시 내 상관이 빨리 뛰라고 고함을 치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춘천시 남쪽 15마일(약 24㎞)쯤 떨어진 어딘가에 폐기되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나도 그날 궁금해서 여러 번 상관에게 물어보았으나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스넬씨 외에 캠프 페이지에 근무한 사람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는 1972년 그날의 사고를 기억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 올라 있다. 이 페이스북에 개설된 캠프 페이지 그룹에서, 한 제대 군인은 “나도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바로 헬기까지 운반한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밝혔다. 스넬씨에 따르면 당시 상자를 들고 뛰었던 동료 한 명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스넬씨는 또 캠프 페이지에 1972~1973년경 고엽제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초제와 방충제를 부대 안 곳곳에 뿌리곤 했는데, 가끔은 알 수 없는 드럼통을 부대 안 공터에 파묻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드럼통 바닥과 위에 있는 뚜껑을 제거하고 땅에 묻으면 마치 큰 구멍처럼 된다. 그 구멍에 돌을 반쯤 채우고 알 수 없는 물질을 쏟아 부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취급주의’ 표시가 뚜렷한 고엽제(Agent Orange), 제초제 같은 약품들이라고 주장했다.

1980년 전역한 스넬씨는 2005년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2002년부터 100여 개가 넘는 신장 결석이 발견되는 등 이상 증세에 시달리던 끝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는 그는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도 백혈병에 걸렸다. 한국에서의 복무 경험과 백혈병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다"

캠프 페이지에 배치된 핵무기 어니스트 존 미사일.


*보다 자세한 기사 내용은 5월30일 발행되는 시사IN 194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김영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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