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부동산 대책은 발표일로 통칭해 부른다. 5월1일 발표한 ‘건설 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5·1 부동산 대책’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명명이 줄었다. 1월12일, 2월11일, 3월22일, 5월1일. 정부가 연초부터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1~2월 부동산 대책은 전셋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였다. 소형·임대 주택 건설자금과 전세자금 지원 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민간 임대사업자를 위한 규제 완화도 포함했다. 3월22일에는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민간 택지에 건설하는 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고, 2011년 말까지 취득세를 50% 감면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시스5월1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부는 올 들어 벌써 네 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5·1 부동산 대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세제 감면 조처가 나왔다. 서울과 경기 과천,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1세대 1주택자가 2년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3년을 보유하고 2년을 거주해야 비과세를 해주었는데, 2년 거주 요건을 없앴다. 2004년에 2년으로 강화했던 거주 요건을  7년 만에 폐지한 셈이다. 이로써 거주할 의사 없이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투자자들은 집값이 오를 경우 큰 이득을 보게 되었다. 이신규 하나은행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서 5년 전 6억5000만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8억2000만원에 팔 경우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양도세로 1477만원을 내야 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안 내도 된다. 주택이 비싸고, 양도 차익이 클수록 감면 이익을 더 얻게 된다.

또한 5·1 부동산 대책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정상화 뱅크’를 세워 금융 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PF 정상화 뱅크’는 회생 가능한 PF 사업장을 선정해 채무 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이를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먼저 금융기관이 건설사 등에 대출한 1조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5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정희 의원실 “건설 경기 상승 추세다”

이 같은 5·1 부동산 대책을 놓고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는 이번 5·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배경으로 건설 경기 침체를 들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 1분기 건설 투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11.9% 줄어들었다(〈표 2〉 참조). 건설 수주와 건설기성(발주자로부터 도급을 받은 도급자가 일정한 공정률에 도달한 후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것)도 각각 12.8%, 13.1% 감소했다. LIG건설·삼부토건·동양건설 등 중견 건설사가 잇달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위기감도 커졌다.

그러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건설 경기 부양책을 쓰기 전에 건설 경기 진단부터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의원실이 내놓은 월별 건설 착공 및 건설 수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과 대비해 건설 수주는 2010년 10월 이후부터, 건설 착공은 2010년 12월부터 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상승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표 1〉 참조). 월별로 건설 수주 동향을 파악한 결과, 이미 지난해 말 건설 경기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올해부터는 상승 추세라는 주장이다.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인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5개 신도시와 달리 판교 신도시가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양도 차익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집값이 떨어진 곳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무 거주 요건을 폐지하면 지방에서 ‘원정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는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정부가 두 번이나 부동산 세제 혜택을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남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취득세 감면 조치를 취하면서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아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런 비판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가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늘리려는 ‘부동산 팽창주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만 해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로 미분양 주택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세계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 공급 확대 쪽으로 제도를 변경하거나,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감면해 수요를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변창흠 교수(세종대·행정학)가 지적하는 대로 현 정부는 “금융위기를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의 계기로 활용하였다”(〈부동산 시장 팽창주의와 위협받고 있는 주거권〉). 2008년 9월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했고, 취득세·등록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해왔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규모, 축소 분위기

최근 전셋값 상승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도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팽창주의’ 기조로 대응했다. 전세자금 대출 확대, 분양가상한가 폐지, 임대사업자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등 주택의 수요를 촉진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관한 것이다.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나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현 정부는 그간 보금자리주택 등 분양주택 공급 확대에 매달리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여왔다. 2007년 13만3000가구에 이르렀던 임대주택 사업 승인 실적이 2009년에는 7만7000가구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임기 내 수도권에서만 32만 호의 보금자리주택(일명 ‘반값 아파트’)을 세우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한 정책은 오히려 뒤집히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관심을 모으면서 민간 주택 수요가 줄고 그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5·1 부동산 대책이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평하는 이도 있다. 부동산 문제가 가계대출 및 건설사 부실 등과 연결되어 있어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937조3000억원. 전년보다 8.9% 늘었다. 2010년 4분기의 전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20조9447억원으로, 부동산 투기가 극에 달했던 2006년 4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체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이다. 물가 폭등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지난해 8·29 대책에서 실시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처를 3월 말로 종료한 것도 937조원까지 치솟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DTI 제도는,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채무자의 소득으로 이를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판단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이다.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늘게 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DTI 규제를 완화한 지난해 8월 이후 서울의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2123건에서 2011년 2월 5826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연합뉴스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4월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나라당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덕을 톡톡히 봤다.
PF와 얽힌 건설사 부실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해 보인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소장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 66조원 가운데 40% 가까운 25조원의 대출 금액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고, 이 가운데 6월까지가 만기인 대출은 14조원이다. 자칫 건설사들이 연쇄 도산하고 금융회사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1995년과 비교해보니 건설사의 영세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DTI 규제 완화, 위험하다”

이번 5·1 부동산 대책은 4·27 재·보선 이후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직후에 나왔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만이 ‘천당 아래 분당’에서 패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과 부동산 팽창주의 정책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까지 맞물리면 투기 심리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DTI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와 DTI 규제는 부동산 정책의 마지노선과 같다”라고 홍헌호 연구위원은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매우 중요한 주택 양극화 해소책이다. 폐지할 경우 서울 강남 같은 일부 지역으로 전국의 돈이 몰리면서 선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치고 올라가게 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왼쪽 상자 기사 참조). 홍씨는 또 DTI 규제 완화 주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독이 될 수 있다. 일본처럼 금융사가 부실화하고 대출 회수 등으로 건설사가 부실화할 수 있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 폭탄 돌리기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펴다가는 나중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소리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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