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파울 트룸머 지음/김세나 옮김/더난출판 펴냄 인스턴트 음식 포장지에 적혀 있는 식품 첨가물 목록을 보며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이 음식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오스트리아의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피로와 허기에 지친 어느 날, ‘나쁜 음식’인 줄 알면서도 냉동 피자를 데워 먹다가 이 같은 질문과 마주쳤다. 그는 답을 얻기 위해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 냉동 피자에 들어가는 밀가루·토마토·살라미 등 식자재와 첨가물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 미국에서는 거대 곡물 거래업체 CEO를 만나고, 이탈리아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의 토마토 수확 노동자를, 독일에서는 파업 중인 우유 생산 농민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유전자와 화학기술, 각종 보조금과 무역 장벽, 광고와 생산 공정 역시 냉동 피자가 만들어지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40여 개에 이르는 각종 기관과 단체의 자료를 조사하고 전문가를 찾아나섰다. 그리하여 저자는 우리의 식생활뿐 아니라 농·축산업, 무역과 유통, 과학과 주식시장을 넘나들며 휘젓고 다니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실상을 폭로한다. 결국 당신이 먹는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저자는 글로벌 식품산업에 칼날을 겨누면서도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책임 또한 묻는다.

 

보통의 경험: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 한국성폭력상담소 지음/이매진 펴냄 뉴스를 본다. 잊을 만하면 성폭력 관련 뉴스가 나온다. 외면하고 싶다. 마음속 무엇인가 자꾸만 허물어지는 느낌에 휘청대고 당황하기를 여러 번. 뉴스를 본 당신은 그게 꼭 내 이야기 같아서, 혹은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몰라서 오늘 밤도 잠을 못 이룰지 모른다. 쉽게 떨쳐지지 않는 불쾌한 생각을 애써 억누르는 동안 그렇게 불면의 밤은 반복된다.  어느 날 자신의 친척에게, 친구 혹은 낯선 누군가에게 원치 않게 ‘당한’ 가벼운 추행까지 포함하면, 20~40대 여성이 당하는 성폭력의 경험은 무려 94%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고작 2.3%이다. 부담스럽고 막막해 다들 혼자 삭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성폭력 문제는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의, 아니 우리의 이야기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만 힘들고 아픈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당신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북돋우며 도움의 어깨를 겯고 나선 ‘친절한 언니들’이 여기 있다. 1991년 문을 연 이래 20년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 책에서 피해자와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고, 싸우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공개한다. 성폭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성폭력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제도, 유형별 대처법, 피해자의 자가 치유까지, 성폭력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인지 자본주의 조정환 지음/갈무리 펴냄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장악했다. 상업 자본주의-산업 자본주의에 뒤이은 제3기 자본주의가 바로 ‘인지 자본주의’, 즉 예술 혹은 감정 노동임을 주장한다. 저자는 발달된 IT 기술을 활용한 최근의 각종 시위, 다양한 사회운동의 출현 등 ‘인지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위정훈 옮김/프로메테우스출판사 펴냄 저자는 히틀러와 마르크스를 동시에 ‘매혹’시킨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붙들고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싹틔우고 풀어나간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을 계속해온 세계. 저자가 직접 작성한 ‘분쟁사 연속 지도’를 보다보면 문명이 쌓아올린 산더미 같은 시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돌베개 펴냄 ‘정의’를 넘어 정의를 구현해야 할 ‘국가’란 우리에게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같은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견해차는 결국 ‘국가관’의 차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류의 지성들이 바라본 국가를 면밀히 살펴보며,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원하는 국가는 어떤 것인지 묻는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다산·추사·초의가 빚은 아름다운 차의 시대 정민 지음/김영사 펴냄 ‘인스턴트’ 녹차 티백으로도 차를 즐기는 요즘, 일일이 찻잎을 찌고 말려 곱게 빻은 후 반죽해 작은 크기로 만든 ‘떡차’는 낯설다. 차의 독성을 눅여 우리 몸에 맞게끔 만들어 마신 다산 정약용의 방식이었다. 책은 우리 차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차에 관한 해묵은 논쟁도 명쾌히 정리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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