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4월13일 ‘MB 검찰 3년, 한국 검찰의 현주소’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무리한 기소와 정치 편향 논란을 일으킨 검찰 수뇌부 명단이 담겨 있다. 검사 개개인의 실명과 담당 사건을 거명하며 비판의 날을 세운 시민단체의 이슈 리포트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승진 리스트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랬다. 수사권 남용과 부실 수사로 문제가 된 사건의 담당 검사들이 오히려 승진 가도를 달렸다.

정권 코드 맞춰 수사한 검사들도 승진

‘부실하거나 무리한’ 수사로 꼽히는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노환균 대구고등검찰청장이다. 경북 상주 출신에 고려대를 졸업한 노 고검장은 2009년 8월~2011년 1월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지냈다. 그는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그랜저 검사,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 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그랜저 검사’ 사건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검찰이 의욕적으로 수사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무죄를 받아 노환균 당시 지검장에 대한 책임론이 일었다. 하지만 노 고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뉴시스한상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고려대 출신의 또 다른 검찰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도 2개월 가까이 진행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처리를 두고 벌써부터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나 청장 연임 로비 의혹 등 ‘본질’은 덮고, 기업으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곁가지’만 문제 삼아 불구속 기소하는 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검찰’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미네르바, 〈PD수첩〉 등 정권 코드에 맞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산 사건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담당 검사들은 계속 승진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PD수첩〉 수사를 담당한 최교일 당시 서울 중앙지검 1차장은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를 거쳐 현재 법무부 검찰국 국장이다. 경북 영주 출신에 고려대 법대를 나온 최 국장은 법조계의 TK(대구·경북) 인맥으로 꼽힌다.

정병두 대검 공판송무부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그는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 뒤를 이어 1차장 자리에 오른 뒤 〈PD수첩〉 수사를 지휘하며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용산 참사 때 수사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수사 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적도 있다.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를 수사한 ‘미네르바 사건’ 담당 검사도 승진을 거듭했다. 수사 책임자였던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현재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다. 미네르바 사건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수사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담당 검사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은 BBK 사건과 도곡동 땅 사건 그리고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을 맡았던 김기동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현재 대검 연구관 겸 검찰기획단장이다. 그는 검찰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장검사에 이어 특수1부 부장검사를 연이어 지냈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무죄 판결을 하루 앞두고 압수 수색을 해 야당으로부터 ‘별건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기동 대검 연구관과 함께 ‘BBK 사건 트리오’로 불린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최재경 당시 특수1부장은 현재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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