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외의 응답 천관율 기자 “이 결과가 정말 맞습니까? 이건 지나치게 깔끔한데요?”“저도 코딩을 잘못했나 싶어서 몇 번 다시 봤어요. 이게 맞습니다.”“사회조사에서 이렇게까지 결과가 딱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가요?”“거의 없죠. 정말 드물어요 이런 건.”둘 사이에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기자와 임동균 교수(서울대 사회학과)가 이런 대화를 몇 번씩 주고받았다. 숫자를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가 어려웠다. 우리 앞에는 방대한 조사 문항을 분석한 결과가 주르륵 떠 있었다. 데이터는 일관되게 하나의 결론을 가리켰다. 사회심리학 연구자로 이런 종류의 데이터를 숱하게 다뤄본 코로나 시대에 도전해보는 ‘고전 만화’ 박인하 (만화평론가)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② 고전 만화 전작에 도전해보자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가 고전 만화를 추천한다. 전작 독서가 가능한 장편 중에서 SF, 가족 드라마, 모험 판타지, 대하 역사만화 장르 대표작을 소개했다. 가족과 함께 고전 만화 보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이다. 고전의 범위가 넓은 데다가 복간된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절판되어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라이파이〉(김산호), 〈도전자〉(박기정), 〈폭탄아〉(박기정), 〈약동이와 영팔이〉(방영진), 〈땡이의 사냥기〉(임창), 〈요철발명왕〉(윤승운), 〈신판 보물섬〉( 혁명가 김알렉산드라의 희생, 눈물, 피 김문영 (이숲 편집장) 1980년 5월. 학생이던 나는 자율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 지름길로 접어든 시장 안 가게의 텔레비전으로 ‘광주’를 처음 접했다. 그때의 충격과 공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랜 세월 현장에서 접한 증언과 보도의 괴리, 진실과 거짓의 시소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했다. 그 시절 만난 한 남자 친구는 어느 술자리에서 포효하듯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날 광주의 현장에 있던 그는 형을 잃고서 담벼락을 뛰어넘어 살아남은 자신을 원망하며 분노와 죄책감으로 오래도록 괴로워했다.2020년 5월, 5·18 민주화운 전 세계 사로잡은 ‘넷플릭스 다큐의 힘’ 임지영 기자 “코로나19로 NBA 시즌이 중단됐지만 농구계 전체가 일요일 밤마다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 때문이 아니라 1997~1998 시즌의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에 관한 10부작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를 보기 위해서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CBS 스포츠의 예측이 맞았다. 재방송을 포함하면 미국 전역에서 1500만명이 〈더 라스트 댄스〉 1회를 봤다. 전 세계 시청자가 4월19일부터 ESPN에서 방영한 이 다큐멘터리에 주목했다. 한국에서도 5월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시청률 5위 안에 진입했다.〈더 라스 〈월간조선 뉴스룸〉은 왜 저 사진을 썼을까 강홍구 (사진가) 사람들은 사진이 진실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사실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사진은 과학적 원리에 의해 빛을 기록하는 기계장치니까. 사진에 대한 믿음엔 과학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깔려 있다.그러나 사진은 거짓말을 하기에 아주 효율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그 방식으로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그야말로 가짜 사진이다. 이 사진과 저 사진을 따 붙여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사진들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수용하기도 한다.사진을 다른 맥락 속에 교묘하게 끼워넣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사기꾼과 정치가는 유명 인사, 연예인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는 일 [프리스타일] 김영화 기자 기시감이 들 때가 많았다. 매주 다른 상황에 놓인 취재원들을 만났지만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자주 만났다. 코로나19가 위협하는 ‘약한 고리’, 즉 감염 취약 계층을 취재하며 느낀 것들이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위기와 상존하고 있었고, 노동은 저렴했으며, 대부분 씻기고, 재우고, 감정을 받아내는 돌봄·상담 노동자였다.“터질 게 터졌다.” 콜센터 노동자 A씨가 콜센터 집단감염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B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제주도의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사망한 사건을 두고 죽은 뒤에야 받은 판결문 ‘회사의 책임이 있음’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매년 5월 둘째 주면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는다. ‘노동자 배재형의 묘’에 꽃을 올리고, 이제는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진 ㅎ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올해는 좀 특별했다. 동료를 잃은 노동자를 ‘죄인’으로 만들었던 사건이 5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었다는 소식을 당사자로부터 들었다. 축하를 전했지만, 씁쓸했다. 소송에서 이기고도 당사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말 한마디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2018년 법원의 조정 결정이 있었다. 노동조합이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며 저항하는 과정에서 민형사 및 여순사건 피해자 눈물은 어느 대통령이 닦아줄까 정희상 기자 “장환봉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며 오로지 국가가 혼란스럽던 시기에도 몸과 마음을 바쳐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자 했던 명예로운 철도공무원이었습니다.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고(故) 장환봉씨와 유족께 70여 년이 지나서야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잘못이었음을 선언하며 좀 더 일찍 명예롭게 해드리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지난 1월20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 법정. 김정아 부장판사가 한 사형수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내란죄 무죄’를 선고한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논고문을 읽어 내려갔다. 옆자리의 배석판사 두 명이 일어 문학작품에 새겨진 감염병의 흔적 김영화 기자 두려움은 감염병 그 자체보다는 외부로부터 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확진돼 주변으로부터 비난받거나 추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수치가 나 혹은 타인이 감염되는 경우보다 높았다. 봄철 감기 증세에 몸을 움츠린 경험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러게 거길 왜 갔어?’ ‘많이도 돌아다녔네’ 하고 쏟아지는 댓글을 잠시 상상하고는 금세 아득해졌다. 감염병만큼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세상은 정지되었을 것이고 머릿속에는 온갖 감정이 뒤엉켜 왔다 갔다 했을 n번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지은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 완연한 봄이다. 오후에는 산책을 하고 전면 개방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코로나19가 소강되는 것 같아 들떴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재확산 사태가 불거졌지만, 방역 당국은 대체로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믿는다.이런 맥락에서 우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의 ‘뉴노멀’을 사회구조 안으로, 일상 안으로 가져와 이야기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반면 ‘이후’를 논할 조건이 아직도 갖춰지지 않은 또 하나의 사태 ‘연대의 힘’,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덴마크로 김형민(SBS Biz PD)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의 독백이지. 알다시피 그는 덴마크의 왕자로 극에 등장하잖아. 덴마크 왕자라면 영국 역사에서 특별한 존재야. 오늘날 덴마크에 살던 바이킹의 원조 ‘데인 사람들(Danes)’은 잉글랜드를 무던히도 괴롭혔고, 급기야 덴마크 왕 크누트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부와 잉글랜드, 덴마크를 통일한 북해 제국(North Sea Empire)을 세워 잉글랜드 왕으로 군림한 적도 있었다.그렇게 만만찮았 〈시사IN〉의 ‘첫 독자’는 교열기자 [취재 뒷담화] 이종태 편집국장 〈시사IN〉에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독자들에겐 크게 노출되지 않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취재기자들의 원고를 교열하고, 기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이미지 자료들을 찾아내며, 매킨토시 등의 도구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적절히 배치해서 보기 좋은 지면을 만들어냅니다. 원고 보느라 바쁜 황정희, 김완숙 교열기자.교열기자가 하는 일은?취재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는지 체크. 비문이나 맞춤법 오류를 잡는 것은 교열기자의 역할 중 기본에 불과.교열기자로서 가장 어려움을 느낄 때는?기사에서 잘못된 부분을 제대로 범죄의 온상 ‘다크웹’ 잠입수사가 필요하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텔레그램 ‘n번방’의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문형욱이 검거되었다. 대화명 ‘갓갓’으로 활동한 문씨는 올해 초 조주빈이 운영하던 ‘박사방’에 들어가 자신은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후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대화명 ‘박사’), 강훈(대화명 ‘부따’), 이원호(대화명 ‘이기야’), 문형욱(대화명 ‘갓갓’)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아직은 앳돼 보이는 청년들이 랜선 너머에서 피해자를 악랄하게 괴롭히던 가해자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의 범죄 행각은 향후 수 경비원들에게는 입주민 모두가 ‘사장님’ 전혜원 기자 ‘저 너무 억울해.’ ‘제 결백 발끼세요(밝히세요).’ 삐뚤빼뚤한 글씨의 유서만 남았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59)가 5월10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최씨는 지난 4월21일 이후 입주민 ㄱ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ㄱ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시사IN〉은 ㄱ씨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최씨는 오래전 서울에 와서 건설 일용직으로 철근 일을 수십 년간 했다. 젊어서는 기능공으로 돈을 벌었지만, 나이를 먹으니 쉽지 않았다. 3년 전쯤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경비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가련함이여…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작품을 모두 모은 〈사랑스러운 푸른 잿빛 밤〉(문학과지성사, 2020)이 나왔다. 그의 유일한 장막희곡 〈문밖에서〉는 1974년 채희문이 처음 번역하여 문예출판사에서 초간되었다. 그 이듬해, 이름난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주연이 보르헤르트의 시와 자유단편(Erzählung:길이와 형식이 자유로운 독일 특유의 단편소설 양식. 카프카의 ‘손바닥 소설’을 연상하면 된다)을 모은 〈이별 없는 세대〉(민음사, 1975)를 출간했고, 이 역본은 2000년 문학과지성사로 발행처를 옮겨 지금까지 독자를 만나고 있다. 강 출 바위섬 공화국의 ‘부상’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문재인 정부가 ‘그린 뉴딜’ 추진하는 이유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큰 박수를 보낸다. 환경부를 주무 부처로 삼은 것에도 환호성을 지른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일자리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사례를 든 것에도 웃음 짓는다.단,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나란히 들어 있을 게 아니라, 그린 뉴딜을 향해 디지털 뉴딜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형 뉴딜이 되어야 한다. 어떤 혁신기술이나 혁신정책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면 마땅히 우선순위를 주어야 한다. 실로 4차 산업혁명에는 생태 전환을 위한 기술이 들어 있다. 여성영화 찾으신다면 ‘퍼플레이’로 오세요 김영화 기자 일반 극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여성영화제에는 있었다. 스크린에는 그 남자의 애인, 엄마, 딸 또는 피해자로만 그려지지 않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관객들은 같은 장면에서 소리 내어 웃고, 같은 장면에서 분노했다. 각자가 겪은 경험들이 영화를 통해 ‘만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일지씨(34)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알게 된 이후 “신세계를 경험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이후 독립영화제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4년간 한국퀴어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영화를 보고 또 봤다. 관객이 아닌 프로그래머가 나눔의집 내부 고발한 직원들의 ‘헌신’ 김동인 기자 손등 위로 검버섯이 피었다.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이 “쌤, 운전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라고 말했다. 자동차 핸들 잡은 손 위로 내리쬔 햇볕 때문이라고 했다. 원종선 간호사(57)는 민망하다는 듯 손을 감추었다. 원 간호사는 나눔의집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했다. 나눔의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 최고참 직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보살폈다.할머니들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차로 모시는 일은 대개 원 간호사의 몫이었다. 외출할 때면 할머니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 엄마가 열어준 ‘새 시대의 오프닝’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2002년 우리의 계절은 여름과 겨울뿐이었다.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오른 여름, 그리고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겨울. 두 사건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해 봄과 가을은 기억조차 희미한 계절로 남았다. 하지만 한국의 어떤 이들에겐 2002년의 봄이 가장 선명한 계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오랜 겨울을 비집고 새싹이 올라온 5월!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의 주인공들에겐 1970년 11월이 그러했다.주인공 샐리(키라 나이틀리)가 대학 면접시험을 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를 재빨리 훑어본 뒤 ‘10점 만점에 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