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방은 몇 평이어야 할까 하미나 (작가)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 부모는 운동권이 될까 봐 걱정했다. 시위에 나가거나 앞장서 의견을 내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들지 말라고 연거푸 강조했다.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하고 싶었으나 입학 후 살펴본 대학 내 학생운동은 시시할 정도로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는 투표율 저조로 몇 학기째 무산됐고 후보들은 자신이 비운동권임을 강조했으며 내가 소속했던 자연과학대 학생회는 민감한 정치 사안마다 자신들은 어떤 의견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대학 생활은 학점 관리와 연애와 독서로 채워졌다. 과거 뜨겁게 민주화운동을 해왔던, 오페라 생중계한 19세기 ‘전화방’ 위민복 (외교관) 현대적인 의미에서 개인이 음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음반이 나왔을 때부터, 그러니까 축음기가 발명된 이후다. 즉, 음악은 애초 음반에 갇혀 있지 않았다. ‘태초에 스트리밍이 있었다’라고나 할까. 소유와 별개로 음악은 언제나 늘, 찰나의 순간에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들었다. 바로 그때 듣지 않으면 사라져버렸다. 시간의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장소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해결책은 바로 전화였다.19세기 후반 전화가 발명됐을 때 파리 오페라하우스, 혹은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상연되는 이벤트 실황 중계를 전화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자살은 ‘정신통’에서 탈출하려는 것이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1994년 4월5일,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성상(聖像) 커트 코베인은 치사량의 헤로인을 주사한 뒤 약 기운이 퍼지기 전에, 문자 그대로 확인사살 하듯 엽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집으로 찾아온 기자에게 “이제 그 애는 죽어서 ‘멍청이 클럽’의 일원이 됐어요. 그 클럽에 끼지 말라고 내가 이야기했었는데” 라고 말했다. ‘멍청이 클럽’은 아마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지미 헨드릭스·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을 가리키는 듯한데, 다음 백과사전에서 세 사람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모두 ‘향년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하위문화 ‘힙합’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잘 모르는 것, 대표적으로 힙합에 대해선 말을 얹지 않았다. 내 듣기의 바탕은 팝, 록 한정이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힙합은 좀 더 전문적인 비평의 영역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한국에는 능력 있는 힙합 평론가가 여럿 있다. 힙합은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나마 꿰고 있는 것에 대해 쓰고 말하려 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마지노선이요, 최소한의 직업윤리다.그럼에도,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서 글을 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힙합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유서 깊은 음악이다. “힙합 요즘 애들 음악 아냐?” 이런 단언과 수도 없이 마주쳤다 셔터를 누른들 쓰레기가 없어지랴마는 강홍구 (사진가)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을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된다. 1000개가 넘는 섬을 다 돌아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무인도를 제외하고 유인도만 한 번씩 가보려 해도 그마저 쉽지 않다. 여러 해 동안 다니다 보니 변화가 눈에 띈다. 섬에 다리가 새로 놓이고,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태양광발전 설비가 염전에 들어선다.가거도의 거대한 방파제는 태풍에 몇 번째 부서졌고, 만재도·홍도·흑산도를 비롯한 남쪽 섬에는 철새들이 죽어 바닷가에 나뒹굴기도 한다. 많은 변화 가운데 바닷가에 쌓이는 쓰레기가 가장 가슴 아프다. 특히 플 유쾌하고 호방한 ‘우기’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지난해 방송된 엠넷 〈퀸덤〉의 한 장면이다.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주술’을 콘셉트로 신곡을 구성하겠다며 멤버들의 얼굴을 살핀다. 멤버 우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소연은 “너무 귀여워서 안 돼”라고 잘라 말한다. 장난스러운 장면이지만, 우기가 무척 귀여운 외모라는 점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베이징 출신인 우기는 동그란 눈매의 강아지 상에 곱슬거리는 머리, 천진하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데뷔 초부터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예능에 출연한 우기를 보면 ‘귀엽다’는 세 글자에 그를 가두기는 조금 어렵다. 원더케이에서 공개되는 온 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어린 시절 저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습니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예배 시간에 장기자랑이나 공연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연극을 하고, 어른들은 기타나 풍금을 연주하고, 중창단이나 합창단이 노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공연의 맨 마지막 순서이자 하이라이트는 할머니 듀오였습니다.그들은 바로 저의 외할머니와 친구분이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식순에 이름이 없었습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면 누군가 두 분의 이름을 불렀고, 두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 ‘민의의 전당’에 X칠한 입신출세의 달인 김형민(SBS Biz PD) 의전 서열이라는 게 있어. 법적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원수 이하 삼부 요인들과 공무원, 군 고위급,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관행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일단 누가 뭐래도 국가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럼 2위는 누구일까? 대통령 유고 시 국가원수를 대행하게 돼 있는 국무총리를 꼽겠지만 행정부 내 권력 승계 순서일 뿐, 대한민국 국가 의전 서열 2위는 국회의장이야.입법부의 수장이요 ‘민의의 전당’ 국회의 가장 높은 곳에 좌정한 분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오랫동안 국회의장이 그 정도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게 역사적 사실이야. 쿠팡플렉스와 배민커넥트의 차이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죠.” 이종철 작가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그린 만화 〈까대기〉에 나오는 말이다. 택배원은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지만 업무상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기에,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9개 직종 중 하나로 분류된다.그렇다면 ‘일반인 배송 아르바이트’인 쿠팡플렉스로 일하면 택배원으로서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남의 물건을 집화(모으는 것)·수송·배송하는 것만 택배다. 쿠팡의 야키니쿠 골목의 연기 속으로 전혜원 기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해마다 올해의 책과 영화, 음악 리스트를 올린다. 이 책은 그의 2019년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혔다(출간은 2017년). 앞서 “첫 문장부터 당신을 끌어당긴다”라고 페이스북에도 썼다.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영국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애플이 TV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보도도 나왔다.이 책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2007년부터 4년간 일본 도쿄에 거주하며 재일 조선인을 취재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파친코는 ‘스토브리그’는 우리 일터 이야기다 김영화 기자 한 해 ‘야구 농사’를 위한 밑거름은 겨울에 다져진다. 시즌이 끝나는 11월부터 시범 경기가 시작되는 3월까지가 구단들이 가장 분주해지는 시기다. 선수 영입과 방출, 연봉 협상 등 전력 강화를 위한 물밑 작업이 모두 이때 이루어진다. 텅 빈 그라운드 뒤편에서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치열한 두뇌싸움과 협상을 벌인다. 프로야구에서는 이 시기를 ‘스토브리그’라 부른다. 비시즌 기간에 야구팬들이 난로(Stove) 주변에 모여 선수와 구단의 동향에 대해 떠드는 모습을 본떠 만든 말이다.한 야구팀이 이번 스토브리그를 달구고 있다. SBS ‘온라인 탑골공원’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 임지영 기자 ‘주머니 뒤지면 에어팟 나올 거 같은데.’ 1991년 5월 KBS 〈쇼 토요특급〉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의 ‘리베카’ 무대 영상을 본 2020년 대중의 반응이다.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Again 가요톱10’은 1980~2000년대 가요 영상을 틀어준다. 위의 글은 300만 넘는 조회수의 영상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2대 8’ 가르마의 편견을 깨는 헤어스타일과 흔치 않던 디자인의 셔츠, 자유분방한 몸짓이 시선을 끈다. 에어팟은 당시 무대가 그만큼 ‘요즘 감성’이라는 비유다.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노동자 두 번 죽이는 ‘공정하지 않은 법’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 2003년 1월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가 남긴 유서 일부이다. 죽음 앞에 선 노동자가 보기에 법은 가진 자에게만 공정했다. 같은 유서에서 고인은 ‘잔액 0원 통장’을 통해 손배·가압류의 실체를 세상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가 삶의 마지막을 보낸 두산중공업이 위치한 창원 성산에서 또 다른 노동자들이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한국GM은 2002년 수조원대 가치를 지닌 대우자동차를 4000억원에 인수했다. 201 역병 퇴치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고국으로 돌아간 결혼이주 여성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세밑에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를 다녀왔다. 관여하는 인권단체가 하이퐁시와 함께 ‘귀환 여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그 내용이 참담해 한동안 가슴이 아렸다.이른바 귀환여성은 결혼이주로 한국에 살다가 여러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간 여성을 말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라이언 킹〉에서의 ‘귀환’이 용감무쌍하고 장엄한 판타지라면, 결혼이주 여성의 ‘귀환’은 우리의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참한 현실이다.A씨는 남편의 구타와 시어머니의 학대로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집을 뛰쳐나왔다. B씨는 알코올 의존자인 남편의 폭력 ‘법 밖의 가족’을 위한 법이 필요한 이유 황두영 (자유기고가) 온라인 서점에서 진행한 2019년 ‘올해의 책’ 명단에 김하나·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제목 그대로 두 여자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40대 여성인 저자들이 함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부터 둘이 살기 시작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그린다. 이 책이 재밌는 에세이로서 읽는 맛 이상 흥행하는 것을 보며 혈연·결혼 이외의 방식으로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사회적 욕구가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흔히 ‘동거’는 이성애나 동성애 같은 성애적 ‘노동자 위한 미국’ 꿈꾸는 샌더스의 도전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과연 ‘급진 좌파’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월3일 아이오와주에서부터 대선 후보들의 경선이 본격화되었다.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급진적이고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이 연초부터 거세다.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로 정계 입문 28년째인 샌더스 의원은, 그동안 전국적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대선 자금 모금액 규모에서도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대선 후보 구도는 사실상 바이든 대 샌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아이들의 ‘길밥 보고서’ 변진경·나경희 기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밥 먹었냐” “언제 밥 한번 먹자”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나중에 밥 한번 살게”가 한국인의 흔한 인사말이라고도 한다. 세계에서 우리만큼 밥을 중요시하는 나라가 없다고들 말한다.과연 그럴까. 잘 먹여야 하는 대상으로 누구나 마땅히 인정하는 어린아이들의 밥상을 들여다보면, 물음표가 생긴다. 요즘 아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먹는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밥 중시 문화는 빈껍데기 인사말로만 남았다.배고픈 결식아동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더부룩한 ‘흙밥’ 아동이 사회 곳곳에 대학 떨어진 친구가 건넸던 졸업 선물 정지은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나는 친구가 졸업식장에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안 올 것이다. 올 리가 없다. 내가 그렇게 단정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3년 내내 단짝이었지만 나와 그의 운명은 대학 합격과 불합격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고 자기는 떨어졌으니 당연히 졸업식에 참석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절친과 졸업 사진을 찍어야 지긋지긋했던 고등학교 수험 생활이 달콤한 척 마무리될 텐데. 난감했다.졸업식이 끝나면 오지 않은 그에게 뭐라고 위로의 전화를 하지? 갓 스무 살이 된 내가 그런 속 깊은 생각만 한 건 물 노조 없는 사람을 위한 플랫폼 생긴다 전혜원 기자 직원이 1~4명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될 수 있고(제23조), 법정 노동시간이 적용되지 않으며(제50조), 연장·야간·휴일 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을 받을 수 없다(제56조). 연차 유급휴가도 없다(제60조). 1998년 이후 변함없는 사실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2014년 기준 전체 사업체의 69.8%(131만3892곳)이고, 여기서 일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9.2%(359만6000명)에 달한다(고용노동부,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2016). 201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