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본 뜻밖의 풍경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파키스탄에서 이란 국경도시 미르자베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커다란 승합차엔 운전사 빼고 9명이 끼어 탔다. 나와 동행을 제외한 승객은 모두 아프가니스탄 사람이라고 했다. 그때 20대 후반의 나는 탈레반이 뭔지, 이 사람들이 왜 이란으로 가야만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시아파 무슬림이었고, 수니파인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으로 가는 난민들. 탈레반 혁명의 피해자들이었다.‘호메이니 굿?’ ‘하메네이 굿?’ ‘하타미 굿?’ ‘이란 굿?’1999년 5월은 파키스탄 사람들도 몇 년 만의 무더위라며 손사 미국과 이란의 질기고 깊은 악연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2020년 새해 하늘에는 전쟁의 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지난해 말 친이란계 민병대의 공격으로 이라크의 미군 주둔지에 근무하던 미국인 한 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된 암운이다. 이후 놀라움의 연속이다. 미국은 이란 최고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에서 폭살했다. 이란은 미군 주둔지에 미사일 스물두 발을 날렸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일촉즉발의 위기는 일단 넘겼으나 불안감은 여전히 퍼져 있다.이번 사건은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조금씩 고조되다가 촉발된 위기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직 열려라, 개성공단 노주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후계자가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화제다. 로맨스가 펼쳐지는 공간은 북한이다. 일각에서 ‘북한 미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해당 드라마의 감독은 북한을 “로맨스를 할 수 있는 단절된 공간”, 즉 ‘판타지’로만 봐달라고 했다.‘사람이 살고 있었네’ 또는 ‘판타지’로만 보기에 북한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구체적인 현실이다. 북한의 노동자는 자유롭게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사용자로부터 직접 임금을 받지도 않는다. 개인이든 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타이베이·타이중 이오성 기자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이란현 선거우 마을. 이란현은 타이완에서도 농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곳이다. 한국인 여행자도 자주 찾는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시멘트로 구획된 반듯반듯한 논이었다. ‘시멘트 이랑’ 주위에는 번듯한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별장으로 쓰는 고급 주택이었다. 우리로 치면 경기도 양평 정도 되는 교외 지역인 셈인데, 논밭이 즐비한 농촌마을이 휴양촌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이 마을의 주인공은 도시의 건물주들이 아니다. 유기농 벼농사 등에 종사하는 150여 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푸젠·광둥 이오성 기자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중국은 농민의 나라다. 샤오미와 알리바바의 나라가 아니다. 대장정의 중심에 섰던 농민 혁명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중국 이야기다. 2018년 국가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농촌인구는 7억9000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 13억9500만여 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다.중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농민공’ 역시 도시가 아니라 농촌 문제다. 호적은 농촌에 두고 있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 2억8800만여 명을 빼도 중국의 농촌인구는 5억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36% 정도다. 2 길 잃은 고양이와 인간의 동행 박성표 (작가) 집 근처 공원에 길고양이들이 산다. 대부분 가까이 가면 경계하지만, 가끔 사진 찍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기도 한다. 낮이면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는데, 밤이 되면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다.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쩌다 길고양이가 되었을까?〈나는 토토입니다〉는 우연히 길고양이가 된 토토의 이야기다. 토토는 아직 추운 2월, 어느 시골집에서 태어난다. 그의 엄마는 인간의 집에서 살고 먹이도 받아먹지만, 인간의 손길은 단호히 거부한다. 인간이 친 덫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었기 때문 ‘가족끼리’ 그럴 수 있다고? 오수경 (자유기고가) “며느리들~ 살아 있어?” 매번 명절 끝 무렵에는 결혼한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아무리 경력과 실력을 두루 갖춘 직장인일지라도, 뭇사람과 토론해도 밀리지 않을 지식과 교양을 겸비한 페미니스트일지라도 명절에는 흔한 ‘유교걸’이 되기 마련이다.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에는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한다더라” 등 말로 며느리의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남편 원가족의 견제, “작은엄마도 ‘메갈’이에요?” “요즘 젊은 애들은 지들끼리 잘살려고 애도 안 낳는다는데 너희도 그러는 건 아니지?” 등의 곤란한 질문에 묵언수행을 하다가 명절이 끝나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인원 고용한다 김연희 기자 배달 앱 업체 ‘배달의 민족(배민)’이 운영하는 ‘맛집 배달 서비스’를 통해 요즘 유행하는 마라탕을 주문해보라. 잠시 뒤에 당신의 집 앞으로 민트색 헬멧을 쓴 배달원이 도착하게 될 것이다. 이 배달원들의 신분은 미묘하게 다르다. ‘배민 라이더’와 ‘배민 커넥트 라이더(이하 커넥터)’로 나뉜다.커넥터의 역사는 길지 않다. 배민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활동하게 되었다. 배민의 자회사인 ‘배민 라이더스’가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배달 방식을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군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 자 나, 이렇게 혼자 늙어 죽는 걸까? 황두영 (자유기고가) ‘생활동반자 관계’는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전통 가족 관계와는 구분된다. 2014년부터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은 사람이 국가에 등록하면, 이에 따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 혜택 등 권리를 보장하고 둘 사이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고독과 외로움, 돌봄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정책적 과제일지도 모른다. 생활동반자법은 ‘고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에 대한 법이다. ‘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방탄소년단의 지난 앨범 주제는 ‘Love Yourself’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탐구하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도 나이를 먹은 탓일까. 데뷔 초 ‘No More Dream’같이 어리고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졌다. 현재처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말하는 그룹이 되기까지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팀 내부에서 시작됐을 만한 영향으로는 이 그룹의 최연장자인 멤버 진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진은 팀의 맏이지만 리더는 아니다(두 살 아래인 RM이 리더다). 진은 형 같지 않은 형으로 유명하 ‘18세 선거권’이 걱정된다고요? 나경희 기자 믿어지지 않아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모두 읽었다.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조금 울었어요.” 정유정씨(18)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지난해 12월27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4월15일 제21대 총선부터 만 18세 유권자 53만7000여 명(2001년 4월17일~2002년 4월16일 출생자)이 선거권을 갖는다. 전체 유권자의 약 1.2%이다. 정씨도 그중 한 명이다.탈학교 청소년인 정씨는 각종 기자회견이 열리는 수도권에 살면서 실명으로 발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2030의 경제 문법 [프리스타일] 김동인 기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어머니는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사셨다. 손노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아껴 차곡차곡 원리금을 상환했다. 경제개발기에 성장한 베이비부머 세대지만 부동산 재테크 부근에 얼씬도 할 수 없었던 서민층 블루칼라에게는, 성실함이 ‘경제생활의 정석’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성실함을 사랑하고 갈망했다.2009년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로 떨어뜨린 이후, 우리는 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의 기준과 내 부모 세대의 기준이 충돌하게 되었다. ‘현재’와 치열하게 싸우며 외환위기 사태로 걸머진 빚을 어느 정도 갚긴 자유와 불안 사이를 달리는 새로운 노동 김연희 기자 지난해 하반기 유명 배달 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배민 커넥트’ 서비스를 신설했다. ‘배달받던’ 고객들이 배민 커넥트에서는 ‘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커넥터)로 전환된다. 배민을 통해 주문받은 음식을 본인 소유의 이동수단(자전거·전동 킥보드·오토바이·승용차 등)으로 배달하는 새로운 일자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일할지도 본인이 결정한다. 1월8~12일 직접 배민 커넥터로 일하며, 새롭게 출현한 이 일자리의 명암을 짚어보았다.출근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꺼낸다. ‘배민 라이더스’ 앱을 켠다. 끝. 1.9㎞ 떨어진 ‘○○곰 영감을 나누는 두 여성의 평등한 사랑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한 학생이 화실 한쪽의 그림을 가리키며 선생님께 묻는다. “직접 그리셨어요?” “그래, 아주 오래전에.” “제목은요?”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며 거푸 말을 삼키다가 어렵게 꺼내놓는 대답.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치맛단에 불이 붙은 채로 먼 곳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문제의 그림을 그린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까 그림을 가르치던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가 섬에 도착하고 있다.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를 만나기 위해서다. 엘로이즈는 정해진 결혼 상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먼저 보내는 관습과 싸우 140년 전에 촬영한 ‘청룡의 거대한 뿔’ 이상엽 (사진가) 최근 세계의 유수한 천문학자뿐 아니라 아마추어 천문학도들까지 하나의 별을 주목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겨울에 잘 보이는 오리온자리의 알파별(특정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베텔게우스는 밤하늘에서 아홉 번째로 밝은, 인기 있는 별이었다. 그런데 최근 3개월 사이에 이전 밝기의 3분의 1 정도로 희미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베텔게우스 연구자인 에드워드 기넌 교수의 말을 인용해 “기절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텔게우스가 별의 인생을 끝내고 폭발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베텔게우스의 질량은 태양의 11배 장애, 우생학, 그리고 인민 엄기호 (문화 연구자) 사람들이 ‘앞으로 뭘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으냐’고 물으면 ‘장애학’을 공부하라고 추천한다. 심지어, ‘앞으로는 장애학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답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점점 더 장애‘학’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먼저 ‘장애’학이 아니라 장애‘학’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학이라고 하면 ‘장애에 대한 학문’이란 의미다. 장애의 역사와 현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정책 등을 아우르는, 학문의 한 분야다. 이에 비해 장애‘학’은 ‘학문 일반의 성격’ 경제성장과 GDP의 진실 김동인 기자 자주 꺼내들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계하는지 잘 모르는 수치가 있다. 각종 사회적 논쟁에서 경제성장을 다룰 때마다 소환되는 숫자. 바로 GDP(국내총생산)다. ‘1인당 국민소득(GNI) 4만 달러’를 외치는 우리 사회 역시 이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그런데 이 마법의 숫자가 정말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경제 규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을까.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로 30여 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을 취재한 저자는 ‘GDP 절대론’과 ‘성장 절대론’에 반발하며 경제를 진단하는 여러 대안적인 시도를 설명한다. 신선한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물은 트는 데로 간다 김형민(SBS Biz PD)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단임제다. 즉 한 번의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거나 재집권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지. 단임제의 시초는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당시 전두환은 단임제를 무슨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되풀이해 선전하고 다녔다. “대통령이 7년 이상 재임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한국이 한 번도 이룩해보지 못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줄 것(〈매일경제신문〉 1980년 11월19일)”이라면서 말이야. 자신을 믿어달라고 강변하며 이런 말도 했지. “7년 단임제에 대해 잘 믿지 않고, 심지어는 대통령의 임기 조항을 개정할 경우에 ‘시사인싸’ 진행자, 굿바이 최광기 [취재 뒷담화] 차형석 기자 2019년 1월21일, 팟캐스트 첫 녹음. 녹음실을 나오는데, 찬바람이 매서웠다. 망했다. 글 쓰는 게 일인 기자들이 마이크 앞에선 얼어붙었다. 어떡하지? ‘말하기 전문가’ 최광기씨(오른쪽 두 번째)가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 최씨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무효’ 촛불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봤다. ‘시사인싸’ 진행자로 기자들의 입을 틔워달라. 1년이 지났다.1년 동안 ‘시사인싸’ 진행했는데, 소감은?시원섭섭. ‘맨땅에 헤딩’ 하듯이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늘어 보람 있었다.첫 녹음과 타이완 정계에 새바람 일으키다 김동인 기자 온라인 밈(meme, 영상이나 이미지 등으로 변주되며 번지는 문화적 코드)의 영향력이 현실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대다. 한국에 김영철과 김응수가 있다면, 타이완에서는 코스튬플레이(코스프레)를 즐기는 27세 젊은 정치인 라이핀위(賴品妤, 사진 왼쪽)가 화제다. 라이핀위는 1월11일 타이완 신베이시 12지역구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최연소 입법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단순히 젊다는 것만으로는 라이 당선자의 화제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유세 현장에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고, 페이스북 프로필에 더보기